낙엽이 유난히 흩날리던 가을 어느 날의 미사리엔
형형색색의 조명이 발광하는 카페촌만 있는게 아니었다.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뚝방길 옆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시는 두 남녀.
구구절절 사연을 이야기하자면 길고도 길어서 간략히 하자면
내 나이 스물다섯에 국민학교 반창회에서 그녈 만났고
내가 그녀의 첫사랑이 나였다는 고백아닌 고백을 듣고는
주거니 받거니 거나하게 소줏잔을 기울이다가 서로를 응시하는데
뜨거운 눈빛으로 서로를 탐하기 시작한 두 남녀는 붉어진 얼굴로
슬며시 따로 나와 강변을 거닐며 인적 없는 선착장에 마주섰다.
이미 말은 필요없고 그저 적막을 뚫고 뜨거운 입김을 뿜으며
서로의 입술을 탐닉하더니 이윽고 달아오른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어느새 그들은 하얀장모텔이란 간판 앞에 다달았다.
입실 후 둘의 사이엔 어색함과 두근거림으로 심장은 터질듯이 요동치고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하나 하나의 허울을 매미가 허물을 벗고 변태하듯이
태초의 모습으로 .....
분명 밤이거늘 하늘엔 빛이 나고 땅은 솟구 치고
바짝 마른 대지 위로 갈증을 풀어주는 폭풍우가 한차례, 두차례 ....
유난히도 살결이 곱고 매끄러우며 손이 닿는 곳 마다 흐느끼며
활처럼 휘어지는 그녀의 몸은 그저 악사가 다루는 악기였고
때론 뜨거운 용광로였으며 모든것을 집어삼키는 블래홀이였다.
그녀는 이미 결혼을 했었고 두딸아이의 엄마였다.
물론 유부녀는 아니였고 이혼으로 혼자 아이들을 키우며 고단한 삶을 살아가던 중
나를 만나서 좋았다고.....
젊디 젊은 나이의 나와 혼자되어 외로운 그녀, 두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격하게
아끼며 사랑하는 사이였고 마치 신혼부부냐고 묻는 주변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한동안 동거하다시피 살았었고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내곁을 떠나서 새 가정을 꾸리러 떠났고
붙잡지 못한 내가 한심했었고 붙잡혀주지 않은 그녀를 원망하며
그때 밤마다 술한잔을 마시고는 울부짖으며 부르던 노래가 그룹 스모키의 멕시칸걸 이였다.
그후로 30여년이 지나서 다시 보게된 그녀는 또다시 혼자였고 아이들은 출가해서 잘산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으나 만나면 어떨까 떨리는 마음으로 다시본 그녀는 .....
그저 그렇게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았겠다는 .....
추억은 추억으로 그리움은 그리움으로.....
그냥 몇해전에 만났던 추억속의 그녀가 문득 떠올라서 써봤네요 ㅎㅎㅎ
현실에 만족하고 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