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의 담배에 이어 담배와 함께 빠질 수 없는 술의 이야기를 써볼께.
물론 술도 나의 호기심을 잠재울 수 없는 또 하나의 요소지.
우리 아버진 술을 안드셨지 아니 못드셨다고 해야겠지
그럼 어찌 술을 배웠을까? ㅎㅎ
방학때면 난 늘 시골의 할머니댁에서 살았었지
시골엔 농사 짓느냐고 막걸리가 기본 옵션이였지
동내의 전방에선 막걸리를 읍내나 면소재지의 양조장에서 받아다가 팔았는데
보통 친구들의 아버지나 할아버지등의 어른들이 심부름을 시키면
아이들이 막걸리 말통이나 됫주전자를 들고가서 받아오곤했지.
돈을주고 받아오거나 아님 치부책에 말똥이네 개똥이네 막걸리 한말, 한되 외상으로.
그렇게 오며 가며 막걸리주전자에 주둥이를 대고 홀짝홀짝 마셨었지.
막걸리 말통
양은 막걸리 됫주전자.
근데 술을 다 사먹었던건 아니고 동네에 솜씨 있거나 좀 사는 집들은 몰래 동동주나 약주등을
명절 앞두고는 빚어서 먹었지.
걸리면 큰일이지만 워낙 없이 살던 때라 쌀로 술을 빚어 먹는 집들은 동네 유지이거나 잘사는집이라
대충 눈감고 넘어갔지.
아마 고향이 시골인 아재들은 다들 아실텐데 사랑방이나 광에
큰 질항아리에 누룩으로 띄운 동동주 항아리를 기억하겠지?
보글보글 술익는 소리가 들리던 발효가되어가는 소리지.
막걸리에 물을 타지 않은 것을 전내기라고 불렀는데
이게 요물이지 조그만한 사발에 한잔을 마시면 왠만해선 고꾸라지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쎄지 마실땐 달달하니 좋은데 마시고나면 바로 쓰러진다는 ㅎㅎㅎㅎ
보글보글 발효가 되어서 술익는 소리가 나던 항아리
큰 질항아리에 헝겁으로 싸놓은 술항아리
정월 대보름이면 동네 청소년들이 다 모여서 밥훔쳐 먹는 풍습이 있었지.
미리 이집 저집 모두 애들이 방문하기 전에 부뚜막이나 봉당마루에 오곡밥이랑
나물 그리고 집집마다 빚은 집안의 동동주를 내어 놓지.
참고로 밥 훔쳐 먹는 풍습은 예전 우리 조상님들이 명절끝에 대보름날
삶이 고달프거나 아니면 거렁뱅이들을 위해 오곡밥과 나물등을 내어 놓아 배고픈이들을 구제해주던
아름다운 풍속에서 시작되었다고 전해지지.
암튼 그리 집집마다 훔쳐온 밥들을 큰 다라이에 한데 모아서 고추장과 나물 그리고 참기름을 넣어서
맛있게 비벼먹고 동동주를 마시며 노는 풍습으로 보통 15세에서 19세정도의 남녀 청소년들이 그날 만큼은
밤새우며 노는 그런날이였지
물론 애석하게도 늦은 시간엔 여자애들은 집으로 갔고 남자애들은 밤새 먹고 마시고 놀았지.
원래는 청년 형님들도 같이 놀았는데 그 형님들은 시간이 되면 읍내로 나가서 놀고 우리끼리 놀라고 자리를
피해주셨지 ㅎㅎㅎ 고마운 형님들 ㅎㅎㅎ.
정월 대보름 오곡밥과 나물들
글을 쓰다 보니 술에 얽힌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한번에 다 쓰기는 너무 어렵고 기억 하는게 힘드네요.
다음에 이어서 쓰겠습니다.
물론 기다리시는 분은 없겠지만 그냥 내 추억의 기억을
하나 하나 모아가는 자기만족이라 생각하시고 읽어주세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