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줄 요약]
CONCEPT: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게 된 소녀
MUSIC: 뒤늦게 찾아온 사랑을 첫 사랑니에 비유
STAGE: 마냥 어린 여자아이에서 사랑의 “비밀”을 갖게 된 소녀로 성장
[고득점 집중 공략]
아트필름: f(x)의 컴백을 앞두고 SM엔터테인먼트가 공개한 것은 ‘아트필름’이라는 이름의 짧은 영상이었다. 시작부터 깔리는 크리스탈의 무덤덤한 내레이션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사로잡힌 소녀의 생각을 전하고, 특별한 내러티브 없이 멤버들의 모습을 짧게 짧게 이어붙인 영상은 말로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소녀들의 다양한 이미지를 그려낸다. 의상이나 노래의 맛보기 차원이 아니라, f(x)가 정규 2집 < Pink Tape >에서 일관되게 제시할 ‘소녀와 첫사랑’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발레리나복이나 비누 거품, 면사포 등의 소품이 사용되었다고 해서 영상의 분위기가 단순히 예쁘장하거나 반짝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길게 드러낸 빅토리아의 다리나 보자기를 쓴 두 멤버가 입을 맞추는 장면은 도발적이며, 흔들리거나 노이즈 가득한 화면은 희미하고 불안한 감정을 의도한다. 그래서 “하이틴로맨스 영화”(민희진 아트디렉터)를 만들고자 한 목적은 영상과 무대에서 교복을 입은 f(x)의 모습뿐 아니라, 아트필름에 담긴 미묘한 무드 그 자체로 완벽하게 구현된 셈이다.
전지적 사랑니 시점: 이해하기 어려운 가사라고는 없다. ‘의사 선생님’을 찾지도 않는다. 다른 치아를 밀어내고 뒤늦게 자라나는 사랑니의 시점에서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오는 첫사랑의 아릿함을 일깨울 뿐이다. ‘NU ABO’나 ‘피노키오’ 등 f(x)의 이전 곡들이 대부분 사랑이라는 걸 미처 인지하지 못했거나 아직 어린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나가려 했던 반면, ‘첫 사랑니’는 사랑의 징후를 확실하게 감지하고 그에 따른 증상마저 분명하게 예감한다. 게다가 “인도의 시타르 같은 감정으로 일관되게 진행되는 기타 루프”(이성수 프로듀싱 실장)와 퍼커션 사운드는 꿈속 혹은 무의식 속에서 듣는 주술이나 최면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기까지 한다. 그동안 f(x)의 노래에서 느껴지던 청량감과 질러주는 하이라이트 지점이 없는 것, 일부분의 돌림노래 같은 구성 역시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자각과 성장: 예전 무대와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전체적인 안무를 지배하는 것은 여전히 직선적인 이미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사랑니’의 무대는 예전보다 조금 더 여성스러워졌다는 인상을 준다. 물론 지켜보는 상대방을 상정하고 섹시한 포즈를 취하거나, 신체의 특정 부분을 강조하는 안무는 없다. 단지 리듬에 따라 골반을 사용하는 안무의 비중이 늘어났을 뿐이다. 이는 누군가를 매혹시키려는 의도 때문이 아니라, 아트필름과 가사에서 짐작할 수 있듯 사랑에 눈을 뜬 소녀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RUM PUM PUM PUM’이라는 가사를 따라 북 치는 소년처럼 양팔을 아래위로 흔들고, 마칭 밴드 사운드에 맞추어 다리를 움직이는 각 잡힌 동작이 부분 부분 임팩트를 주고 있어도 무대의 전체적인 인상이 예전만큼 파워풀해 보이지 않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결과적으로 f(x)의 ‘첫 사랑니’는 콘셉트와 노래, 무대의 감성을 정확하게 일치시키는 방식을 통해 지금까지 구축해온 그룹의 이미지를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한 단계 성장까지 이뤄낸 좋은 예라 할 수 있겠다.
[1점 더 올리기]
- 크리스탈은 이번 콘셉트인 붉은색 머리카락을 숨기기 위해 한동안 앞머리가 있는 가발과 비니로 위장하고 다녔다.
- 한국 생활에 완벽히 적응한 예능블루칩 엠버의 모습을 관찰하고 싶다면 Mnet 과 f(x) 뮤직 스포일러 < PLAY! PINK TAPE >를 참고하자. 전자에서는 ‘이적쇼’의 뮤즈로 등장해 존 박과 호흡을 맞추는 엠버를, 후자에서는 ‘첫 사랑니’의 포인트 안무를 설명하며 “왼 오 왼 오”(왼쪽 오른쪽, 왼쪽 오른쪽)라는 축약어를 써서 샤이니의 종현을 놀라게 한 엠버를 볼 수 있다.
- 컴백 기념 복습하기: 안나 켄드릭과 f(x)가 함께 찍은 < Funny or D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