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사실,,,중국 한자를 한국과 일본에서 비슷하게 읽는 것도 많이 있지만,,,그 못지 않게 우리가 많이 쓰는 한자어가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도 많아요...
대부분 근대에 만들어진 한자어는 거의 일본에서 만들었다고 보면 돼요...
이를 테면,,,수학, 물리, 화학, 학교, 사회, 자유, 전화, 전기, 석유, 건전지, 자동차,,,이런 거 다 원래 있던 한자어가 아니라 일본이 근대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한자를 이용해 고안해 낸 새로운 조어죠...
예를 들어,,,자동차라는 단어는 일본에서 만들어서 한국에서도 쓰는 말이지만 중국에서는 자동차라는 말 안 써요...기차라고 쓰고 그게 우리가 말하는 자동차죠...마치 일본과 한국에선 경찰이라고 쓰고 중국에서는 공안이라고 쓰는 것처럼,,,우리가 쓰는 근대 이후 문물에 대한 명칭은 상당 부분 일본식 조어를 받아들인 겁니다...
그러니까,,,일본 애들이 한자어를 전수해 줬다고 한다면,,,사실관계 자체로는 틀린 얘기가 아닌 거죠...
일본 근대화 시기에 수많은 일본 학자들이 생소한 서양 서적을 번역하며 하나 하나 다 만들어 낸 단어들이니까요...
예를 들어,,,petroleum을 나타내는 한자어를 새로 만들 때,,,석유라고 할지,,,암수라고 할지,,,토유라고 할지,,,암유라고 할지 일본 학자들이 엄청나게 노력했던 건 역사적 사실입니다...
근데 그런 일본식 한자어를 식민지배 기간에 우리나라에 강제이식한 것이 사실일 뿐이지 그걸 우리가 고마와 할 필요는 없죠...일본이 안 해줬다고 우리가 그거 번역 못 할 일은 없었을 테니까요...
다만 아쉬운 건,,,근대화 시기 서양 언어를 적절한 우리말로 대체하는 수고 전체를 일본이 대신 해버렸기 때문에 우리가 그에 대한 경험을 가지지 못 한 결과,,,근대화 이후의 서양 언어들에 대해서는 우리말로 대체하지 않고 원어 그대로 써버리는 경우가 많아져 버렸어요...
일본이 물러간 이후에 들어온 단어들,,,이를 테면,,,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인터넷, 홈페이지, 이런 새로운 서양 언어들을 적절한 우리말로 대체했으면 좋았을 텐데,,역사적으로 그런 경험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냥 외래어로 써버리고 있죠...사실은 일본도 근대화 초기 같이 치열한 고민을 지금은 별로 안 하니까 걔들도 그냥 외래어를 쓰고 있구요...
만약 일본이 근대화 초기에 대대적인 서양어 번역작업을 안 했었더라면,,,우리는 지금 물리학이라는 단어 대신 피직스라고,,,학교 대신 스쿨이라고,,,자동차를 오토모빌이라고 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아니면 북한처럼 아이스크림을 얼음보숭이라고 하고 있을 수도 있구요...
굳이 따지자면 일본 문명 대부분이 한반도를 통해 전해졌겠지요...지리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
심지어는 문명뿐만이 아니라 일본 종족 자체도 소위 도래인이라고 하는 야요이인들은 한반도를 통해 이주한 종족이죠...근데 그 사람들이 현재 한국인과 같은 건 아니구요...한반도를 '통해' 갔다는 거죠...
근데 한자 발음은 뭐 전해주고 자시고 할 게 없는 거예요...한국이나 일본이나 수천년 전부터 한자를 같이 사용해 왔으니깐...그냥 중국 발음을 기본으로 해서 각자 언어에 적절하게 읽는 거죠...물론 일본어 자체가 한국어와 기원이 거의 비슷하니까 발음도 비슷하겠지만,,,한자 발음은 중국 발음이 원조니까 같은 한자 문화권인 베트남도 비슷해요...
근데 일본은 우리랑 한자를 쓰는 방법 자체가 달라요...
우리나라는 한자를 음과 훈으로 명확히 분리해서 읽고 쓰지만 일본은 뒤죽박죽이거든요...이런 건 우리나라에서 전해 준 거 아니죠...
이를 테면,,,우리나라는 하늘 천, 따 지,,,할 때 하늘은 훈(뜻)이고 천은 음(읽는 소리)으로 명확히 구분하죠...
하늘 천자 써놓고 읽으면 '천'으로 읽지,,,하늘이라고 읽지 않아요...
근데 일본은 예를 들면 춘하추동이라고 써 놓고 봄여름가을겨울이라고 읽어요...
풍신수길이라고 한자로 써놓고 토요토미 히데요시라고 읽거나,천전진앙(浅田真央)이라고 쓰고 아사다 마오라고 읽는 건 한자발음하고는 아무 상관없이 자기들 뜻대로 읽는 거죠,,우리 말로 아사다 마오의 한자 이름을 뜻대로 읽으면 얕은밭한가운데 또는 얕은밭매우뚜렷,,,이라고 하겠죠...이게 훈독이구요...
이게 뭐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우리가 이청용이 아닌 오얏푸른미르,,라고 사람 이름을 지어왔다면 그것도 좋지 않았겠나요...근데 아무튼 우리는 기성용이라 쓰고 기성용이라고 읽으면서 이청용이라 쓰고 오얏푸른미르라고 읽지는 않죠...
근데 일본은 이게 왔다리갔다리 해요...뭐는 음으로 읽고, 뭐는 훈으로 읽고...
안도 미키(安藤美姬)라고 읽는 이름은 한자 그대로 우리가 읽으면 안등미희죠...이건 한자 발음으로 읽는 음독이에요...
이렇게 막 짬뽕이에요,,일본의 한자 발음은...음독으로 읽는 단어,,, 훈독으로 읽는 단어...
조일신문이라고 쓰고 아사히신문이라고 읽는 건 뜻으로 읽는 거죠,,,우리가 조일신문이라고 써놓고 아침해 신문이라고 읽는 꼴이죠...
근데 산경신문이라고 쓰고 산케이신문이라고 읽는 건 한자의 일본식 발음으로 읽는 음독이죠...
이런 거 보면,,,일본의 한자 발음이 한반도를 통해 전해졌다고 보기는 힘들어요...그냥 지네들끼리 수천년 동안 좌충우돌 하면서 써온 걸로 봐야겠죠...
기실,,,일본 문화의 가장 큰 특징은 한반도를 통하거나 하는 경로로 중국 문화의 영향을 장기적으로 받기는 했지만,,,정치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중국과의 대치나 접점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아시아권에서는 가장 독자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죠...
괜히 갈라파고스라 그러는 게 아니에요...
일본은 수천년 간의 중화 문물을 정치적인 사대관계나 전쟁 같은 강제적 교류를 통해 이식받은 게 아니라 자기들의 필요에 의해 선택적으로 받아들여서 나름 독자적인 섬나라 문화를 발전시켜 온 거죠...그래서 대표적으로 불교는 있지만 유교는 없는 그런 문화가 우리나라와 많이 다른 거구요...
지리적인 이점으로 획득한 이런 역사가 나름 좋은 점도 꽤 있을 거구요...반대로 생각하면 중국 입장에서는 일본은 중화문명권으로 안 껴주고 수천년 간 그냥 야만인으로 무시해 버렸으니까,,,일본은 왕따당해온 거죠,,,그러면서 자기들이 중화문명을 왕따시켜 왔다고 지금 자랑하는 거구요...
한반도와 비교하자면 우리는 좋든 싫든 중국과 쟁투하고 교류하면서 중화문명에의 포섭과 교류를 되풀이해 온 이른 바 소중화의 역사인 반면 일본은 중국의 강제력 바깥에서 안전을 구가해 온 대가로 수준 높은 중화문물로부터 수천년간 소외되어 그런 문물이 자기들한테 필요할 때는 우리보다 훨씬 큰 대가를 치르면서 문물을 받아들여야 했죠...간단히,,,중국 황실에서 조선의 사신을 대접하는 것과 일본의 사신을 대접하는 태도는 천지차이였으니까요...자기네 왕을 천황이라고 하면서 중국한테 문물을 나눠받기를 기대하긴 힘들었겠죠...
그렇게 일본은 중화문명에서 소외되어 지체된 사회발전을 만회하기 위해 중국에 구애를 많이 했지만 중국이 계속 무시하고 왕따시키자 방향을 틀어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는 쪽에 매진했고 그게 아시아에서 가장 먼서 서구화/근대화를 이루게 된 동기가 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