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국민 오디션 프로그램 《Got Talent España》에 출연해 인기를 얻고 있는 여성 듀오 ‘Blackhane on the str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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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노래 실력은 물론 한국어로 랩을 선보여 심사위원은 물론 관중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 출처 : www.gottalent.es>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와 퍼포먼스에 관객석 이곳저곳에서 환호성이 쏟아진다. 날카롭게 이들의 무대를 지켜보던 심사위원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번진다. 무대를 자유롭게 즐길 줄 아는 이들의 열정적인 모습이 평소 까다롭기로 유명한 심사위원들도 무장 해제시킨 것이다.
지난 4월 2일 스페인의 오디션 프로그램
준결승전에 진출한 여성 자매 듀오 ‘Blackhane on the street’이 화제다. 여성 듀오답지 않게 좌중을 압도하는 힘 있는 퍼포먼스와 뛰어난 노래 실력도 이목을 끌었지만, 오디션이 진행되는 동안 선보인 한국어 랩이 스페인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들 덕분에 한국어는 물론 K-Pop이란 장르 자체가 생소한 관중과 시청자들도 K-Pop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들은 어쩌다가 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한국어 노래를 선보이게 된 걸까? 공감대를 불러 모으기 어려운 한국어 가사로 심사위원은 물론 관중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비결도 궁금했다. 본 통신원은 서면 인터뷰를 통해 화제의 여성 듀오를 만나봤다.
Q. 간단히 그룹 소개를 해달라.
A. 2인조 여성 그룹으로 자매 사이다. 나디아(Nadia, 24)는 보컬을 담당하고 있고, 웨리스(Weris, 17)는 랩 담당이다. 나디아는 ‘CEV(Escuela Superior de imagen y Sonido)’라는 영상, 음향 전문학교에서 공부 중이고 동생 웨리스는 언어를 공부 중이다. ‘세르세다(Cerceda)’라고 갈리시아 지방에 위치한 작은 시골 마을 출신이다.
Q. 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A. 먼저는 스페인 버전의 프로그램이 대중들에게 호응을 얻길 원하는 응원의 마음이 컸고, 두번째로는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과 우리의 퍼포먼스를 대중들에게 소개하고 알리고 싶었다.
Q. 준결승전에서 선보인 한국어 랩이 연일 화제인데, 무대는 어떻게 구성했는지 궁금하다.
A. 무대에서 선보인 공연은 한국의 아이돌 그룹 ‘BAP’의 ‘Raind Sound(빗소리)’다. 이 노래는 우리에게 의미가 크다. ‘BAP’가 K-Pop 가수들 중에서 좋아하는 그룹이기도 하지만 2013년 마드리드 한국문화원이 후원하는 ‘K-Pop World Festival’에 나가 듀오로서 처음 호흡을 맞춘 곡이기 때문이다. K-Pop에 매력을 느낀 뒤 듀오로서 의기투합하기로 결정하고 선택한 노래였기에 다른 곡들보다 애정이 깊다. 이 노래에 우리만의 감성과 색깔을 더해 무대를 구성했다.
- K-Pop은 모든 면에서 새로운 종합예술 -
4년 전 한 친구를 통해 우연히 K-Pop을 접하게 됐다는 ‘Blackhane on the street’은 “K-Pop을 처음 들었을 때의 신선한 충격을 여전히 잊지 못한다”고 했다. 평소 노래 부르는 것과 랩에 관심이 많았던 이들이었지만 이제껏 경험해왔던 음악과는 노래, 무대, 영상, 안무 등 모든 면에서 K-Pop은 완전히 새로웠다. 그렇게 K-Pop에 빠져든 자매는 이후 K-Pop 가수들의 무대와 노래를 연구하고 끊임없이 들으며 한국어를 익혀갔고, 자신들의 색깔로 소화하기 시작했다. 한국어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한국어 가사를 외우고 익히는 게 처음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K-Pop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을까? 쉬지 않고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다 보니 어느새 한국어 가사를 익히는 데 익숙해졌다.
Q. 좋아하는 K-Pop 가수가 있다면?
A. K-Pop 아티스트들 모두를 두루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도 ‘BAP’와 ‘빅뱅’, 그리고 ‘BTS(방탄소년단)’의 팬이다. 솔로로는 ‘빅뱅’의 지드래곤(G-Dragon)을 좋아한다.
Q. K-Pop의 매력을 꼽는다면?
A. K-Pop은 매우 독특한 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단순히 음악 자체로만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게 아니고 청각, 시각적인 모든 면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화려한 무대, 조명, 메이크업, 의상은 물론 독특한 곡의 전개와 뮤직비디오의 영상미까지. 거기에 아티스트를 양성하는 회사들의 마케팅이나 조직력도 대단한 것 같다. 끈끈한 팬덤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이제껏 우리가 경험해온 음악 장르와는 총체적으로 다른 ‘종합예술’이다. 그래서 단번에 빠져든 것 같다.
K-Pop 듀오를 결성한 이후 이들은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들을 응원하는 팬들과 꾸준히 소통해오고 있다. 랩과 작곡을 즐겨하는 동생 웨리스(Weris)는 K-Pop 곡들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미해 ‘Blackhane on the street’만의 독특한 곡을 만들어 공개하기도 하고, 함께 연출한 영상을 게재하기도 한다. 이들의 유튜브 페이지에 접속하면 3년 전 ‘K-Pop world festival’에 출전해 선보인 무대부터 여러 K-Pop 아티스트들의 곡을 재해석한 영상, 최근 에서 화제를 모은 무대까지 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자신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K-Pop이 고맙다는 자매는 “K-Pop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고 꿈을 꾸게 되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K-Pop이라는 생소한 장르로 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장을 내밀고 당당히 호평을 이끌어낸 자매의 앞으로의 꿈은 무엇일까?
이들은 “이제껏 해온 것처럼 유튜브 채널에 계속해서 우리의 노래를 영어와 한국어 두 버전으로 공유하고, 사람들에게 홍보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꾸준히 우리가 즐기고, 사랑하는 음악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우리의 흥과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프로그램을 통해 응원을 아끼지 않은 많은 팬들에게 정말 감사해요. 저희의 인생을 바꿔준 음악을 계속해서 선보이고 싶고, 언젠가는 저희만의 노래를 한국어로 만드는 게 최종 꿈이에요.”
•성명 : 백승아[스페인/바르셀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