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방송, "제과대회서 한국이 반칙으로 일본 방해"장상진 기자 jhi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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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메일 인쇄 입력 : 2011.06.23 13:43 / 수정 : 2011.06.23 16:47
▲ 아사히TV에서 한국팀 김덕규 기능장이 인터뷰 도중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 방송은 이 장면을 대회 도중 한국팀이 일본팀과 공동으로 사용하는 냉장고 문을 닫지 않았다가 경고를 받는 장면 다음 바로 뒷부분에 "우리는 일본에는 지고싶지 않다"는 자막과 함께 삽입, 일부러 반칙을 저지른 것처럼 보이게 편집했다. 일본의 대형 방송사가 “제과 기능 국제대회에서 한국팀이 고의로 일본팀을 방해했다”는 내용을 방송했다. 이 방송 내용은, 평소 일본 내에서 반한(反韓) 네티즌들의 구미에 맞는 기사를 주로 게재해온 중국계 일본 매체가 활자화해 인터넷에 올리면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TV 아사히가 해당 내용을 방송한 것은 지난 21일, ‘트리하다 비밀 특종 영상 백과사전’이란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열린 ‘세계 제과팀 챔피언십 2010’(World Pastry Team Championship 2010)에서 일본 대표팀을 밀착취재한 내용을 담았다.
대회에서 주최 측은 2개 팀마다 한 개씩의 냉장고를 사용하도록 했는데, 한국팀과 일본팀이 하나의 냉장고를 사용하는 같은 조(組)로 묶인 것이 갈등의 씨앗이 됐다. 일본 측이 “한국팀이 냉장고 문을 고의로 자주 열거나 닫지 않아 ‘초콜릿 아이스 케이크’를 준비 중이던 일본팀을 방해했다”고 주장한 것.
▲ 일본 대표팀의 '녹은 아이스케이크'. 방송은 한국팀이 냉장고를 열어놔서 이렇게 됐다고 주장했다.
TV 아사히는 해당 프로그램에서 일본팀이 냉장고 문과 관련해 주최 측에 항의하고, 주최 측이 이를 받아들여 한국팀에 경고하는 장면을 내보낸 바로 다음에, 한국팀의 캡틴(주장)인 김덕규 기능장이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는 일본에만은 지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던 장면과 웃음을 터뜨렸던 장면을 끼워넣었다. 프로그램만 보면 마치 한국팀이 일본에 지기 싫어서 일부러 냉장고 문을 열어둔 것처럼 보이는 편집이다.
방송이 나가자 이번에는 평소 한국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온 중국계 일본 매체 ‘사치나’(Searchina)가 배턴을 이어받았다. 사치나는 22일 해당 방송 프로그램을 소개한 기사에서 “악질적 방해 행위”, “방해가 있었지만, 일본팀은 세계 대회에서 우승했다” 등의 표현을 써가며 반한 감정을 부추겼다.
이 매체는 일본인들에게 중국에 대해서는 좋은 감정을, 한국에 대해서는 나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기사를 자주 올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컨대 3·11 대지진 당시 “중국 네티즌들이 일본 만화가 실종 소식에 걱정하고 있다”는 기사를 올리는 동시에 ‘한국이 일본에 구조대를 보내면서 자화자찬하고 있다’는 뉘앙스의 기사를 함께 올려 한국에 대한 반감을 유도하는 식이다.
일본 네티즌들은 “저런 짓을 하는 사람이 한국 최고의 제과 기술자라니”, “이기기 위해선 어떤 짓이라도 할 수 있다는 건가”, “한국인은 비열한 악당” 등의 댓글을 올리며 흥분하고 있다. 일부 네티즌이 “증거도 없는데 한국이 방해한 것으로 돼 있다. 선동적인 프로그램이다”라고 쓰면, 순식간에 “심판에 주의까지 받았는데 뭐가 확실한 게 아니냐”는 등의 반박이 붙었다.
방송을 본 한 한국 블로거는 유튜브 등 인터넷에 당시 상황에 대한 김덕규 기능장의 설명을 담은 영상을 만들어 올리면서, 해당 방송이 악의적으로 왜곡됐다며 반박에 나서고 있다.
당시 한국 대표팀 주장을 맡았던 김덕규 기능장은 이 블로거와의 전화 통화에서 “냉장고에는 우리 재료도 함께 들어가는데 말이 되는 소리냐. 일본이 우리를 너무 의식하는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본팀이야말로 경연 시간 종료 후 규정을 어기고 경연장을 출입하는 반칙으로 경고를 받았는데, 그런 부분은 방송에서 모두 빠져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