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휴일, 전주시청에 뜻밖의 손님들이 찾아왔다. 일본 여성 관광객인 고구레 마코토(53), 히다가 마리꼬(55)씨가 그 주인공으로, 평소 인터넷에서 접한 전주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방문했다.
이들은 ‘제17회 전주한지문화축제’에 관한 트위터를 통해 정보를 접한 뒤, 각각 일본 도쿄와 서울에서 전주를 찾았다.
더 놀라운 것은 전주에 대한 열정이다. 고구레 마코토씨는 이미 일본과 전북 지역에서는 유명한 한옥마을 마니아로 블로그 ‘전주에 첫눈에 반하다’를 운영하고 있다. 하루 방문객 수만 1500~2000건에 이르는 파워블로거다. 평범한 주부로 도쿄에 사는 마코토씨는 전주 한옥마을의 매력에 빠져 2009년부터 매달 한두 번씩 꼬박꼬박 대한해협을 건넜다. 벌써 40여 차례나 전주를 찾았다.
홍익대 일본어 전임강사인 히다까 마리꼬 역시 마코토씨 못지않은 전주 한옥마을 예찬가다. 한국인과 결혼해 20년간 서울에만 거주한 그는 우연히 방문한 전주 풍경에 반해 최근 4년간 40여 차례나 다녀갔다.
두 사람이 한옥마을에 반한 이유는 '어린 시절 뛰놀던 골목과 풍경' 때문이다.
마코토씨는 우연히 일본에서 방영된 드라마 ‘단팥빵’을 본 이후 전주한옥마을의 팬이 됐다. 지난해 전라북도국제교류자문관으로 임명되기도 한 그녀는 일본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자발적인 한옥마을투어도 조직, 운영하고 있다.
마리꼬씨는 전주사람들의 인심에 매료된 경우다. 마리꼬씨는 “가로수 길에 떨어진 은행을 줍고 있는 나에게 ‘냄새가 손에 배게 된다’며 검정 비닐봉투를 건넨 슈퍼마켓 아저씨의 무뚝뚝한 말투와 시장에서 수북이 덤을 얹어주던 할머니의 손길이 전주에 빠지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일본인인 두 사람을 이어 준 인연도 ‘전주한옥마을’이었다. 전주여행을 계획하던 마리꼬씨가 마코토씨의 블로그를 알게 됐고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전주여행을 계획하게 됐다. 이후로 두 사람은 시간이 날 때면 함께 전주여행을 떠나는 ‘절친’이 되었다.
전주 사람보다 전주를 더 아끼고 사랑한다는 이들은 “한옥마을은 물론 인심, 맛 등 일본인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것들이 전주에는 많다”고 입을 모았다. 또 “한옥마을이 유명해지면서 깔끔하고 편리해졌지만, 정감 넘치는 풍경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상업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이들은 “전주에는 한옥마을 외에도 인심, 맛 등 일본인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며 “전주는 관광 무궁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양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