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도리탕의 도리가 일본어 토리에서 왔다는 주장은 국립국어원에서 나온말이지만 국립국어원도 이것에 확신이 없어서인지 다른주장이 있을수 있다고 인정하고 있어 말이 많은 문제더군요.. 다른 의견을 모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의견1.
사실 도리가 일본말 토리라는 주장 역시 발음이 비슷하다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근거가 없습니다.1925년에 발행된 <해동죽지>에 도리탕이라는 이름이 나오는데 닭을 잘라서
버섯 등과 함께 삶아서 먹는 음식이라고 적혀있습니다.만약 새를 뜻하는 일본어 토리를 한자어인 도리로 음역해서 적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한자로 새 조라고 쓰는 일본말
토리를 굳이 복숭아 도와 오얏 리를 써서 도리라고 일본어 원음을 살려서 음역해 놓을 이유가 없습니다.<해동죽지>에 수록된 음식은 모두 지역별로 유명한 우리의 전통 음식들입니다.
중 국 경우 <사기 열전>에 "덕이 높은 사람 밑에 많은 사람이 스스로 모인다"는 뜻으로 쓰인적이 있습니다.우리경우에는 '도리다'라는 동사가 있는데 둥글게 파내다,잘라내다 라는 뜻으로 풀이가 나옵니다.그렇다면 신체의 일부분을 순수 우리말로 도리라고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닭도리탕의 어원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릅니다.아름다운 우리말 일 수도 있는데 음운학적 근거와 음식의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 일본어 토리와 비슷하게 들린다는 이유만으로 닭도리탕을 일본식 용어로 규정짓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의견2.
'도리'를 우리말 동사로 해석하면 "조각을 내다"라는 뜻이래요. 그래서 닭도리탕을 '닭을 조각낸 탕' 으로 풀이하는게 더 자연스럽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사실, '닭볶음탕' 보다는 '닭을 조각낸 탕'의 '닭도리탕'이 더 요리의 모양으로서도 일치도가 높죠. '볶는다'라는 것도 이 요리랑은 맞지 않은 조리법이고... 저 개인적으로도 우리말 '닭'에 일본말 '도리' 뒤에 조리법인 '탕'을 붙였다는 의견은 좀 말이 안되요. 도리를 닭 뒤에 쓸만큼 대중적이고 범용적으로 많이 쓰였다는건데 그렇다면 이 말은 '새+새+탕"이라는 풀이가 됩니다. 동의어 두 개를 붙여서 사용한건데 이런 불합리하고 어색한 표현은 그 어느 나라 언어에도 없는 표현이에요.
'닭도리탕'이 어색하지 않고 부르기 쉽고.... 요리의 모양을 말에 그대로 담고 있어 가장 합당한 표현이며 이름이라고 생각됩니다.
의견3.
해 동죽지의 도리탕(桃李湯)은 '닭을 뼈째 한 치 길이로 잘라 향신료를 섞어 반나절 동안 삶아 익힌 닭곰국'이죠. 일단 도리다의 도리도 아니고, 저 도리탕은 요즘의 닭곰탕이죠. 요즘 닭도리탕과 해동죽지 도리탕은 달라도 너무나 다른 음식이고 도리탕이란 명칭의 계승자도 될 법한 음식이 버젓이 존재하죠. 고로 요즘의 닭곰탕을 도리탕이라고 하지도 않는데 닭도리탕이 저걸 따왔는 건 비약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요리할 때 대부분 잘라서 넣지 통채로 넣는 음식이 흔합니까? 그 수많은 잘라서 넣는 요리들 중 도리란 명칭 붙는 건 요거 하나 뿐이죠. 해동죽지 도리는 자르다 뜻이 아니니 제외. 차라리 닭조림이 닭도리로 변했다는 것이 더 신빙성있다고 봅니다.
의견4.
어원은 어원일 뿐이다. 굳이 어원을 따져서 닭도리탕이 일본어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면, 그 일본어 토리 를 거슬러올라가면 우리나라 삼국시대까지 올라가는데, 그럼 결국 닭도리탕의 어원은 고구려어나 백제어, 혹은 신라어가 아닌가?
일본어의 잔재를 청산하는 것은, 기존의 우리말이 일제에 의해 강압적으로 사라졌던 것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우리말을 좀 더 풍부하게 하고, 잃어버린 이름을 찾아주는 의미에서 그렇다. 그러나, 닭도리탕은 그 대상과는 좀 거리가 있어보인다. 애초에 닭도리탕이라는 음식이 비교적 최근에 나온 것이고, 이미 널리 퍼져 생명력을 얻은 말이기에 그렇다. 닭도리탕의 원래 이름이 있었는데 잊혀진 것이라면 모를까, 애초에 처음부터 닭도리탕이었으니 말이다. 의외로 순우리말을 찾다 보면 일본어처럼 보이는 것들이 많다. 값을 깎는 에누리, 국수사리나 라면사리 할 때의 사리, 거짓말을 뜻하는 구라, 자질구레한 심부름을 하는 따까리, 얌통머리가 변한 야마리, 기죽다의 다른 말인 야코죽다 등, 발음이 일본어같아서 오해하기 쉬운데 사실 순우리말이다. 우리말을 가꾸자면 애꿎은 닭도리탕을 순화하는 것 보다는 이런 것들을 살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