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북가주의 몬터레이(Monterey)에 위치한 미국 국방성 산하 국방 언어 연구원(DLI 즉 Defense Language Institute) 소속 국방 외국어 대학에서 한국어 준사(Associate of Arts) 과정을 밟고 있는 흑백황 미군 장교와 사병들로 구성된 부채춤(Fan Dance) 공연단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시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유명한 해안 도시 카멜(Carmel) 근교의 꽤 깊은 산속에 자리잡은 한국식 불교 사찰인 삼보사의 큼직한 법당 안에서 2012년도 석가 탄신일을 기리는 우아한 부채춤을 황규희씨의 감독 아래 약 200명의 다인종 신도들 앞에서 선사했는데, 중간에 커다란 부채를 휘리릭 떨구고는 화들짝 놀라는 등등 약간의 애교 섞인 실수도 있었으나 단 수개월(나머지 단원들)만에 익히거나 단 이틀(모두 10명의 단원들 중에서 절반 이상이 마침 이곳 미국도 지금이 현충일 연휴이므로 각자 나름대로 주말 여행을 떠나는 바람에 상당히 오랫동안 손을 놓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차출당하여 대타로 수고했던 과거 단원인 흑인 여군 병사)만에 속성으로 다시금 다듬은 부채춤 실력 치고는 정말로 놀랍도록 괜찮은 수준의 아름다운 춤사위를 연출하였다.
한편, 여담이지만, 이에 앞서 있었던 몬터레이 동네 사람들의 사물놀이 공연에서는 훤칠한 키의 백인 아저씨가 검은색 공연복을 입고 검은색 장구를 신나게 치고 때리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고,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하는 특별 공연을 즐기려고 빼곡하게 들어선 신도들 틈에서는 고운 색깔의 한복을 차려 입은 백인 할머니가 눈에 띄기도 하였다.
분명히, 무척/약간/엄청/조금 이색적인 잔잔한 파격들로 점철된 미국 서부 한쪽 귀퉁이에서의 특이한 시간이었다.
참고로, 모두 40개 정도의 무척 다양한 각종 외국어들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미국의 DLI 소속 국방 외국어 대학에서는 매년 무려 500명 정도의 한국어 전공 과정 졸업생들도 배출된다고 한다. 역시, 좀 놀라운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