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의 '분하다' 속에 아쉽다는 뜻도 들어있을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아쉽다'에 대응되지는 않는 말이죠. 우리말의 아쉽다로 번역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감정에는 맞을지 몰라도 말하는 일본인들의 의도는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아쉽다고 할 장면에서 일본인들이 분하다고 하니까 일어의 '분하다'가 우리말의 '아쉽다'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것처럼 이야기 하곤 하는데... 무리한 추정으로 보입니다. 분하다는 의미는 분명한데 그 이유가 아쉬워서 분한 것이고, 아쉬운 이유는 당연히 이길 경기를 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으로 이해하는게 그나마 타당할 것 같군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표리부동한 사람이 질색이고 말 속에 숨은 뜻 담든 걸 싫어하기 때문에 분한건 분하다고, 아쉬운건 아쉽다고 확실히 구분해서 표현하죠. 분함은 책임을 밖으로 돌리고, 아쉬움은 책임을 자신에게 더 두는건데... 일본인들의 정서상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는 말 자체를 꺼린다는 느낌이 강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