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시인 김삿갓과 래퍼?
좀 뜬금없는 주제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김삿갓의 시에는 정말로
랩이 추구하던 풍자와 조롱, 창조성이 녹아있는 것 같더군요.
루마니아 블로거가 본
김삿갓의 모습은 어땠는지 살펴보도록 해요.
댓글은 시간순으로 정리했으며, 루마이아어를 2차 번역해서
의역과 오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세계 최초의 래퍼를 상상해 봅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수하게 한복을 차려입고 겨우 비만 막아주는 밀짚모자를 눌러 쓴 사람을 연상하기 어려울 거예요. 운율에 몸을 맡기고 한국을 유랑하던 사람...
그래요, 한국인 시인 김삿갓(Kim Sakki)을 단연 세계 최초의 래퍼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1807년에 태어난 김삿갓의 본명은 김병연(Kim Pyong-yon)입니다. 김병연이 태어날 무렵에는 그의 조부였던 김익선(Kim Ik-sn)에 의해 가문의 명예가 실추되고, 가족들이 고통받던 시기였어요.
이것은 당시 한국의 "연대책임제도"인 연좌제(連坐制) 때문이었습니다. 이 체제 내에서는 동료, 친족이나 사촌들 또한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여겨지게 됩니다. 때때로 친구, 이웃, 지인들까지 그 죄의 적용 범위가 넓어졌다고 하는군요. 이 제도는 1894년의 갑오개혁(Gabo Reforms) 때가 되어서야 폐지되었습니다.
여차저차하여 김병연의 가족들은 사형을 면하게 되었지만, 가문의 미래는 어두웠습니다. 좌절에 빠진 김병연의 아버지는 일찍 죽었고, 그의 어머니만이 신분과 가문의 내력을 감춘 채 두 자식을 키우게 되었어요. 당시 겨우 4살이었던 김병연은 조부에 대해 어떤 것도 알지 못한 채 자라게 되었지요.
그가 스무살이 되었을 때, 더 높은 사회적 신분을 얻기 위해 과거시험에 도전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시험 주제는 그의 조부였던 김익선을 비판하는 것이었습니다. 김병연은 조부의 행동을 거침없이 표현하여 시험에서 장원급제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그의 어머니는 비밀을 이야기 해줍니다. 할아버지의 반역과 가문의 내력에 대해서 말이죠.
이에 수치심을 느낀 김병연은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자식을 남기고 길을 떠나게 됩니다. 그때부터 소작농이나 어부들이 쓰는 지푸라기 갓을 쓴 채 이 산, 저 산을 배회하던 김병연은 떠돌이 김삿갓으로서의 삶을 살게 된 것이지요.
동시에 그는 시를 연구하고, 그 체계를 발전시키며, 여인을 희롱하거나 사대부를 비판하는 시와 노래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아들이 아버지를 모시기 위해 세 번이나 찾아갔지만, 그때마다 김삿갓은 그저 시인으로 남길 원하며 다시 길을 떠났어요.
김삿갓은 음식과 거처를 부탁하기 위해 시를 쓰기도 했습니다. 이 때 즉흥적으로 보여 준 대화나 시 등으로 인해 그를 세계 최초의 래퍼라는 부르는 거예요. 중국 한자에 비해 한글이 인정받지 못했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김삿갓이 지은 문장은 한자와 한글의 구분이 없을 정도로 글자를 자유자재로 넘나들었습니다.
하루는 숙식을 제공받기 위해 들린 곳에서 난관에 부딪힌 일이 있었습니다. 주인이었던 훈장이 '멱(찾고 구한다는 뜻의 한자)'이 들어간 시를 만들지 못하면 재워주지 않겠다고 말했던 것입니다.
그에 대한 김삿갓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하고 많은 글자 중, 왜 하필 <멱>이오?"
여전히 김삿갓을 재워주고 싶은 마음이 없던 훈장은 다시 두 번째 문장을 요구했습니다.
"처음 <멱>도 어려웠는데, 두 번째 <멱>은 더 어려운지고."
다시 훈장이 다음 멱을 말하자,
"내가 오늘 밤 잘 수 있는지 없는지는 전부 이 <멱>에 달려있구나."
그리고 끝으로 훈장이 마지막 멱의 운을 띄우자,
"어째 시골 훈장은 <멱>이란 단어 밖에 모르는가 보오?"
흔치 않은 글자인 '멱'으로 시를 지은 이 에피소드에서 그의 재치를 엿볼 수 있겠지요?
(* 해당 시의 원문 )
許多韻字何呼覓 허다한 운자 중에 하필이면 ‘멱’자요
彼覓有難況此覓 앞서의 멱자도 어려웠는데 또 멱자야
一夜宿寢縣於覓 하룻밤 잠자리가 멱자에 달려 있으니
山村訓長但知覓 산골 훈장은 다만 멱자만 아는가.
(출처 : 네이버 블로그 '나만의 키치 공화국')
( 중 략 )
영어학 전공인 John Eserjesi 교수는 경희대에서 이렇게 이야기한 적 있습니다.
"인기있는 MC가 그러하듯, 김삿갓 또한 익살스러운 만담꾼이었고, 유머를 알았으며, 풍자와 역설을 통해 기득권 세력을 비판했다. 이러한 대립(cconfrontation)과 신경전 없이 시인은 완전해질 수 없다. 다행히도 김삿갓은 언어에 특별한 재능이 있었던 것이다."
김삿갓은 간단한 트릭 등을 활용해 한글을 혼용시킨 시를 만듬으로써 새로운 시의 체계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허리에 ㄱ을 차고"
"소에 ㅇ을 꿰어"
"집에 가서 ㄹ을 씻지 않으면"
"ㄷ하게 되리라."
여기서 쓰인 한글의 의미를 이해한다면 시는 간단하게 해석됩니다. 한글의 <ㄱ>이 의미하는 것은 그 생김새를 닮은 낫, <ㅇ> 역시 그 모양새를 닮은 코뚜레, <ㄹ>은 한자를 변형시킨 몸(*몸 기, 己), 끝으로 <ㄷ>은 죽음(*망할 망, 亡)이라는 의미를 가진 한자를 뜻하거든요.
그래서 이 시를 다시 해석해보자면 아래와 같게 됩니다.
"허리에 낫을 차고"
"소에 코뚜레를 꿰어"
"집에 가서 몸을 씻지 않으면"
"죽게(망하게) 되리라."
(* 해당 시의 원문 )
腰下佩기역 허리 아래 낫(ㄱ)을 차고
牛鼻穿이응 소코에 코뚜레(ㅇ)을 뚫었다
歸家修리을 집에 돌아가 몸(ㄹ)을 닦으시오
不然占디귿 그렇지 않으면 亡(ㄷ) 하리라.
(출처 : 네이버 블로그 '나만의 키치 공화국')
Korean Daily Stuff사이트*에 의하면 김삿갓은 아직도 한국에서 인기있다고 합니다. 많은 가게와 식당, 소주 브랜드 이름까지 그의 이름을 사용한다고 하더군요.
김삿갓의 시를 번역한 자료는 아마존에서 검색했습니다. 아직도 김삿갓의 혼은 한국계 미국인 래퍼인 Dumbfoundead나 Loptomist 등의 정신에 녹아들어 있어요. 그의 철학이 현대시와 깊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겠지요.
한 번은 김삿갓의 할머니가 그에게 '너는 시를 이해할 수 없겠구나.'라고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김삿갓은 이렇게 대답했대요.
"시는 곧 노래예요. 시는 마음의 일부분이자, 숨 쉴 때마다 내뿜게 되는 것입니다."
(* Korean Daily Stuff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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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
14/06/2012 at 9:32 am
와, 이런 주제를 선정할 줄은 몰랐는걸.
김삿갓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처음 들었지만
그 가사와, 교묘한 숨은 뜻이 대단히 인상적이로군.
재미있게 잘 읽었어! 고마워!
Florina
16/06/2012 at 9:05 pm
그의 삶 또한 그가 쓴 시와 가사 만큼이나 흥미로워. :)
LIVIA
14/06/2012 at 11:33 am
놀라워, 정말 놀라워.
Florina
16/06/2012 at 9:07 pm
Livia 고마워!
난 우리가 생각하는 영역에 한계란 없다고 봐.
언제가 되었든, 우린 한국의 역사에 대해 빠져들게 되는거지.
Deea_96
14/06/2012 at 4:22 pm
우와아.... 할 말을 잃었어.
한국에 내가 예상하지 못한 매력적인 것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역사의 시작을 알 게 된 것 같은 기분이야.
옛날 가사(lyrics)는 지금보다 더욱 깊이있고 기분을 잘 표현했을 거 같아.
Florina
16/06/2012 at 9:13 pm
너가 좋아하는 것 같아서 기쁘네 :)
확실히 예전의 문학들은 상업적인 영향을 적게 받았을거야.
carina72
14/06/2012 at 5:14 pm
정말 흥미롭고 특별한 내용이었어... 잘 봤어.
... Florina
16/06/2012 at 9:18 pm
잘 봤다니 다행이야!
관련 자료를 찾으면서 시의 정의에 대해 깊은 영감을 받았어.
시를 통해 심상(image)을 그려내는 게 얼마나 멋있니. :)
keuriseutina
16/06/2012 at 11:11 am
아주 멋진 글이었어, Florina!
이런 시가 있다는 것은 전혀 몰랐지만 말이야.
내 생각에 김삿갓은 지금보다 더 멋진 래퍼인 것 같아.
틀에 끼워 맞춘 듯한 현대의, 또는 포스트모던 작품보다 훨씬 낫지.
명예를 걸고 단어를 활용하여 시인이 대결(play)하는 건 조금과 비슷한 듯.
우리 루마니아를 보자면
Mircea Cartarescu, Tudor Arghezi Nikita Stanescu 같은 사람들이 있겠군.
Florina
16/06/2012 at 9:36 pm
사실을 말하자면 난 시에 대해 완전 초보야.
랩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데,
가사에서 뭔가 비판적인 내용이 들어있는 게 좋더라구. :)
keuriseutina
16/06/2012 at 11:13 am
그는 시대를 앞서간 사람이었어.
그의 작품을 좀 더 찾아볼거야. :)
keuriseutina
16/06/2012 at 11:21 am
Florina, 다시 한 번 "축하 해 (chukhae)"!
(* '축하해' 부분은 한글로 쓰였습니다.
"수고했어", "잘 봤어" 이런 의미로 생각하는 걸까요?)
Florina
16/06/2012 at 9:38 pm
아주 열정적인 친구로군.
네가 흥미를 느꼈다니 다행이야. :)
난 이 사람에 대해 계속 알아볼 생각이야. :)
Liliko
16/06/2012 at 9:10 pm
시와 그림이 어울어진 글, 매우 아름다워!
난 시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지만
그가 얼마나 재능이 있었고, 이중적인 의미를 담도록 시를 썼는지 알게 되었어.
아마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을거야!
특히, 마지막 부분 그가 시에 대해 말했던 부분이 인상적이었어.
"시는 노래예요."
Florina
16/06/2012 at 9:40 pm
시의 참 의미라는 건 정말 멋지군. :)
... choieunsoo39
18/06/2012 at 8:20 pm
Florina, 언제나처럼 멋진 글이었어!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썼구나.
LIVIA
17/06/2012 at 9:27 am
왓, 얘들아.
오늘 날의 랩과 공통점이 뭔가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눈을 감았을 때 두 이미지가 딱 맞물리는 그런 느낌인 것 같아!
신은 김삿갓이 그 시대에서 누추한 옷을 입고 다니게 만들었지만,
오늘날의 한 손으로 레코드판을 돌리며 춤을 추는 사람들은 그를 존경하고 있을거야.
Matthew Alexander
18/06/2012 at 9:54 am
이제야 좀 알 것 같군!
http://www.ktlit.com/korean-literature/kim-sakkat-koreas-and-the-worlds-original-battle-rapper
(* "한국의, 세계 최초의 배틀 래퍼 김삿갓"이라는 주제의 글입니다.
영어로 쓰여있으니 느긋하게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LIVIA
21/06/2012 at 10:33 am
"삿갓을 쓴 시인"이라...
떠돌이 방랑자(bohemian)의 시대로군!
김삿갓에 대한 유일한 불만이라면 자신의 목적없는 순례를 위해 가족을 버리고 나갔다는 점이야.
그래도 자석이 서로 이끌리듯 그의 성격에
그에 대해 좀 더 알아봐야겠어!
번역기자:굼벵이재주해외 네티즌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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