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객은 한국맥주 비판론자다. 그렇다고 비난은 하지 말라. 애정이 있으니까 비판도 한다.

“한국맥주 맛없어.”
“한국맥주 탄산함량을 낮추고 바디감을 높이란 말이야.”
“생맥주 전문점 관리 안할거야?”

그 비판의 화살은 고스란히 맥주회사로 향했다. 따지고 보면 고게 맥주회사만의 잘못은 아닌데도 그동안 덤탱이만 씌운 셈이지. 무슨 말이냐고? 한국맥주가 사각지대인 것은 소비자에게도 일말의 책임은 있다는 말이지.

한국에서 맥주는 60~70프로가 6월에서 10월 사이에 소비된다는 통계가 있다. 맥주를 맛으로 마시기보다 시원한 맛으로 마신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는 맥주의 풍미니, 바디감이 어떻고 따져봤자 말짱 허사다. 그저 맹물 같은 맛에 탄산 팍팍 넣어 시원하게 넘어가는 짜릿함만 있으면 좋다고 마시잖아.

사정이 이러니 맥주 전문가들이 한단 소리도 맥주는 단번에 들이키는 게 맛있게 먹는 비법이란다. 개뿔! 앞으로 누가 자다가 봉창 뜯거든 맥주전문가냐고 물어 볼거야. 기네스 원샷으로 마시면 뭔 맛이냐고. 호가든이나 산미구엘 원샷으로 마셔야 제맛인거야?

이처럼 전문가도 소비자도 맥주가 무슨 에어컨인줄 아니, 맥주에다 맛을 첨가할 노력을 하겠느냔 말이다. 오히려 맥주 맛이 떨어지지나 않으면 고맙겠는데 그것도 희망사항인가 봐. 예전맥주가 더 맛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상당하거든. 하긴 짬뽕이나 짜장면도 옛날 것이 더 맛있었지.

어쨌든 한국맥주 수준이 딱 요 정도에 머물고 있는 것은 소비자 수준도 고정도라는 거지. 국민들 수준이 고정도이니 고정도 수준인 대통령이 나오는 것처럼. 설마 이말 했다고 흥분하는 건 아니지? 하긴 요즘에 누가 대놓고 나 그사람 찍었다라고 말하겠어. 각설하고, 맥주가 질적으로 성장하려면 품질개선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취향도 바껴야 되겠구나 생각했어. 톡 쏘는 짜릿함도 좋지만 맛을 더 따지라는 거지.

그래서 하는 말인데 혹시 이북맥주 마셔봤어? 거기가 찢어지게 가난하다고 해서 맥주 맛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그게 바로 편견이야.

한국맥주를 압도하는 이북맥주, 그 맛의 비결은?

1 대동강맥주

△대동강맥주(도수 5%, 유동기한 6개월)

맛객은 지난달 중순경 금강산 장전항에 있는 고성항횟집에서 마셔봤어. 어땠냐고? 뻑 갔다면 말 다했지. 맥주를 평할 때 가장 많이 통용되는 단어가 풍부함이잖아. 풍부함은 맛과 향기, 거품을 말하는 것일텐데, 대동강맥주가 딱 그랬어. 어찌나 풍부하던지.

술 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 빛깔이잖아. 유리잔에 따라놓은 술빛은 황금빛 그 자체인 것 있지. 마치 노을이 술잔 속에 가득 채워진 느낌이었어. 노을빛이 새 나갈까봐 위를 막고 있는 것은 거품인데, 거품조차 우리가 알던 거품이 아니었어. 눈처럼 흰 거품이 아니라 미색을 띄었거든. 보리함량이 많다는 증거일거야. 실제로 대동강맥주의 보리함량은 12프로나 돼. 놀랍지 않아? 흠, 이말 했다고....

“12프로밖에 안돼? 맥스는 100프로 보리맥주다.” 라고 말한다면 맛객 좌절하고 말거야.

맥주는 보리, 밀, 쌀, 옥수수전분 등으로 만들어. 그런데 맥스는 다른 곡물 첨가 없이 보리로만 만들었다는 얘기이고, 성분적으로 따지면 4프로미만이야. 한국에서 가장 맛있다는 맥주의 보리함량보다 세배나 많은게 대동강맥주야. 그러니 그 풍미가 어떻겠어. 이제 딱 감이 와? 맛이 어떤지.

대동강맥주가 처음부터 품질이 좋았던 것은 아냐. 맛객은 2005년도인가 세계맥주전문점 와바에서 우연히 대동강맥주를 마셔본 적 있었어. 그때 그 맛은 뭐랄까. 맛도 자극도 없는 맥주였어. 혹, 이 글을 보고 있는 오만복, 너도 몇년 전에 마신 기억만 가지고 “대동강맥주 맛없어.” 라고 소문내면 실수 한 거야.

대동강맥주는 2002년도에 영국에서 설비를 들여와 생산에 들어갔어. 그러다가 작년인가 김정일의 특별지시가 있었나봐. 최고품질의 맥주를 만들라고 했으니 그 사람들이 맥주에 목숨을 걸지 않겠어? (우리도 전봇대 뽑으라고 지시만 하지 말고, 맥주 맛있게 만들라고 지지 좀 해주면 좀 좋아. 스트레스 받게 했으면 풀어도 줘야지) 아무튼 깨끗한 수질을 보유한 상태에서 생산원가 따지지 않고 오로지 품질향상에만 진력을 쏟은 결과, 한국의 맥주는 쨉도 안되게 발전하게 된 거야.

그런데 조금은 씁쓸한 것 있지. 이 맛있는 맥주가 북한 인민들에게는 언감생심이고, 공산당 간부나 평양주재 외국인들이 주로 마신다는거야. 솔직히 배를 굶는 주민들이 많은 북한에서 곡물함량 12프로 맥주라면 엄청난 사치품 아냐? 우리도 4프로미만짜리 맥주 마시는데 말야. 어쨌든 맥주 맛 하나는 부러운 게 사실이야.

놀랍다 유통기한 30일 

 2 봉학맥주

△멧돼지꼬치 뒤로 봉학맥주가 보인다. 유통기한 30일이라니

온정각에 있는 외금강호텔은 김정숙 별장을 리모델링 한거야. 거기에서는 봉학맥주를 마셨어. 그런데, 이사람들 정말.... 봉학맥주도 보리함량이 12프로잖아. 이건 지대로 염장질로 밖에 받아들일 수 없어. 사실 이때만 해도 대동강이나 봉학이 12프로 함량인줄은 모른채 마셨어. 그런데 봉학맥주를 마시면서 이렇게 메모를 했더라구.

성분에서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은 맛에서 별 차이가 없다는 뜻이야. 그럼 내공의 차이, 깊은 맛의 차이는 뭘까? 대동강에 비해 봉학맥주가 좀 더 고전적인 맛이라는 뜻이었어. 탄산 함량도 대동강맥주에 비해 덜하니, 부드럽게 넘어갔고. 일본 맥주를 예로 들어 미안하지만 마치 아사히(대동강맥주)와 기린(봉학맥주)의 차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봉학맥주 유통기한이 어떻게 되는지 알아? 3개월도 아닌 30일이야. 대동강맥주가 6개월인것과 비교하면 정말 짧지. 우리맥주는 유통기한 어떻게 되더라? 유통기한은 잘 모르겠고 음주권장기한이 아마 1년일거야. 유통기한 길게 만드는 것을 기술로 착각하는 건 아닌지 몰라.

생맥주에도 풍미가 있더라

3 에일생맥주

△상면발효법으로 만든 생맥주

마지막으로 소개할 맥주는 생맥주야. 삼일포에서 마셨어. 관동8경중에 하나인 삼일포를 바라보며 마시는 생맥주의 맛이란 캬아~

그런데 맛객  거기에서 졸지에 생맥주도 모르는 놈이 되고 말았어. 맥주한잔 주문할 때였어. 저쪽에서 미리 마시고 있던 사람들이 “이거 무슨 맥주예요?” 묻는 거야. 한국생맥주와 달리 흑맥주였거든. 맥주를 따르던 아가씨가 “OO맥줍네다.”라고 대답했어. 그러자 내 옆에 서있던 또 다른 사람들이 지네들끼리 말하는 거야.

“무슨 맥주?”
“카스맥주라는데.”

이상하잖아. 웬 카스맥주? 그래서 직접 아가씨에게 물어봤지.

“무슨 맥주라구요?”
“까스맥줍네다. 저기 까스통에서 까스가 나오는데, 일명 생맥주라고 합네다.”
그때서야 모든 의문들이 풀렸지만, 그 아가씨 속으로 "니는 생맥주도 모르냐?" 고 했을 것 아냐.

△북한 여성이 까스(탄산) 생맥주를 따르고 있다. "니는 여태 생맥주도 모르고 살았냐?" 라는 표정이다

이곳의 맥주가 검은 이유는 에일(ale=18~21도의 상온에서 발효)맥주이기 때문이다. 라거맥주에 비해 맛과 향이 강한 게 특징이다. 우리의 생맥주에서 풍미를 느끼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더욱 에일생맥주의 풍미가 진하게 풍겼다. 그 풍미는 곡물이 숙성될때 나는 풍미였다. 각별한 맛이었다. 이 한잔을 비우고 나면 언제 또 마시게 될지 기약할 수 없다. 그래서  더욱 각별하지 않았나 싶다.

출처: http://blog.daum.net/cartoon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