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주지도 않고 말도 안 들으면 죽여 버리겠어."
일본 나라(奈良) 현에 사는 79세 여성은 지난해 11월 자택의 부재중 전화에 녹음된 내용을 듣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무시무시한 말을 남긴 사람은 와카야마(和歌山) 현 하시모토(橋本) 시의 85세 무직 남성이었다.
두 사람이 알게 된 것은 2009년 무렵. 여성이 입원해 있는 병실에 남성의 부인도 함께 입원하면서 처음 만났다. 남성은 여성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고 2011년 무렵부터 여성의 집에 불쑥 찾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여성은 불편함을 느껴 경찰에 상담을 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말 여성의 집을 찾아가지 말라고 남성에게 경고했다. 그러자 남성은 전화로 만날 것을 종용했다. 그러다가 협박성 말까지 남기게 된 것. 이 남성은 결국 올해 1월 협박 용의자로 나라 현 경찰에 체포됐다.
산케이신문은 7일 이 같은 사연을 전하며 일본에서 고령 스토커(집요하게 쫓아다니며 괴롭히는 사람) 범죄가 크게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스토커와 관련된 범죄 건수는 2만1089건으로 그중 60대 이상 스토커는 1919건으로 9.1%였다.
고령 스토커는 10년 전인 2003년 473건에 비해 4배 가까이로 급격히 늘었다. 같은 기간 다른 연령대는 1.7∼2.6배로 늘어난 것에 비하면 고령 스토커의 증가 추세는 당국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고령 스토커 피해자는 20∼80대까지 다양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