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공기 말고는 딱히 없네요.
비 온 뒤는 풋내라고 해야되나 비린내가 좀 나고, 창고는 눅눅한 냄새, 책에서는 곰팡이 냄새, 개 발냄새보단 고양이 발냄새를 더 좋아하고, 나무타는 거나 모기향 타는 것보단 절에서 피우는 향냄새를 더 좋아하는 편.. 그 외에 옷이나 배게 냄새 같은 건 딱히 생각나는 게 없는 듯..
새벽공기는 콧속에 찌르는 상쾌함이 있어서.. 근데, 이건 냄새가 아닌가?;;
어렸을 때 첫 시내버스 타고 학교(국민학교) 가기 위해서 새벽 6시 반에 간신히 일어나서 허겁지겁 밥 먹고 나서 세수하려고 가마솥에 부모님이 나보다 더 일찍 일어나셔서 자식들 씻고 학교 가라고 뜨거운 물 끓여놓은 것을 빨간 플라스틱 바가지로 퍼서 마당에 세숫대야에 붓고 거기에 찬물 타서 온도 맞춰서 세수하고 수건으로 대충 닦고 옷 입고 책가방 챙기면 버스가 언덕길 나타나기 전 평지길에 머리를 드러내면서 엔진소리가 들려오고 조금 있다가 마을 종점 정류장 언덕길을 올라오느라 알피엠을 올려 굉음을 내면서 고르지 않은 비포장길을 내달리느라 덜컹거리고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면 얼른 책가방을 허겁지겁 오른쪽 어깨에 걸쳐메고 뛰면서 왼쪽팔을 마저 책가방 끈에 끼워넣고 정류장(운 좋게 집 바로 옆)으로 뛰어가면 미리 와서 기다리던 버스가 좁은 마을 공터에서 전진 후진하면서 왔던 길로 다시 가려고 머리를 돌리는 동안 먼 곳에서 사는 친구들이 줄 서서 먼저 타기 시작하고 다 탈 때쯤에 맨 뒤에 간신히 줄 서서 버스 놓치지 않고 탔던 기억이 남.
요즘 가게에서 정수기로 가끔 플라스틱 바가지에 뜨거운 물 받아서 쓸 땐 플라스틱 바가지와 뜨거운 물이 만났을 때의 그 특유의 냄새가 나면서 어렸을 때 기억이 새록새록 남. 엄마 품에서 엄마가 자장자장하면서 토닥여주면 잠들고 잠결에 덥다고 이불 발로 걷어차면 새벽에 엄마가 다시 덮어주시고 그러다 시간 돼서 부엌에서 아침 밥상 준비하시다가 마당에 나오셔서 일어나라고 깨우면 방안 이불속에서 눈 뜨기 싫어서 '알았어~' 하고 조금만 더 자다보면 또 얼른 일어나라 하시고 그렇게 두세번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안방엔 밥상이 차려져 있고 부모님은 얼른 와서 밥 먹으라고 부르시고...
나이 먹어가면서 생각해보면 아마도 그 때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음. 부모님이나 형제남매들 모두 젊었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음. 이제 부모님도 너무 연로하셔서 이별을 준비해야 할 때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