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취미로 앱개발 독학
수학·과학 교육앱만 20개 넘어
무한도전보고 만든 독립운동가앱, 2만5000건 다운
알람과 함께 독립운동가의 이름, 사진, 업적 등 정보를 무료로 받아 볼 수 있는 앱.
독립운동가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하루 한 번, 예약한 시간에 독립운동가를 소개하는 앱(App, Application의 줄임말)이 있습니다.
최근 나온 교육용 앱 '하루하루 독립운동가'입니다. 240명의 정보를 하루 한 명씩 랜덤으로 전달하죠.
앱은 서울 이문초 5학년 3반 담임선생님, 나훈희(30)씨가 만들었습니다.
지난 8월 20일 방영한 무한도전 '안창호'편을 보고 다음 날, 반 아이들에게 도산 안창호에 대해 설명했지만 낯설어 했습니다.
안타까움을 느껴 2주만에 독립운동가를 알려주는 앱을 개발했습니다.
하루하루 독립운동가 등 앱 20여개를 독학으로 만든 나훈희 교사
나훈희씨는 서울교대를 졸업하고 2009년 교사가 됐습니다. 2013년 취미삼아 혼자 앱개발 프로그램을 공부했습니다. 그 후 20개가 넘는 수학교육용 앱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출시한 '하루하루 독립운동가'는 지금까지 2만5000명이 다운로드했습니다.
여가시간에 컴퓨터 게임을 즐겨했습니다. 유일한 취미였는데, 문득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더라구요. 그 때 TV에 컴퓨터 개발자 인터뷰가 나왔습니다.꽤 흥미로워 보였어요. 곧바로 중고서적을 파는 온라인사이트에 접속해 관련서적을 싸게 구입했습니다. 책을 통해 기본개념을 익혔고, 모르는 건 동영상을 보며 따라했습니다.
인터넷에 모든 정보가 있어요. 네이버나 구글에 검색하면 보기 좋게 정리된 글이 많습니다. 문과출신인 저도 쉽게 따라할 수 있었죠. 'Android Studio', 'Unity 3d'같은 프로그램을 공부했어요. 초반 3개월은 밥먹고 코딩만 공부했습니다. 재미 없다면 안했을 거에요.
2014년 6월, 연습 삼아 처음 개발한 게 수학교육용 앱이었어요. 당시 퇴근 후 수학 전공으로 대학원에 다니고 있어서 자연스레 수학에 관심이 갔죠.아이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수학을 쉽게 배울 수 있는 앱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아 선택했습니다.
나훈희 교사가 만든 앱 20여가지
전국 초등학교 선생님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어요. 수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그곳에 올렸어요. 많은 선생님들이 사용해 주시고, 적극적으로 피드백도 주셨어요. 보완할 점이 생기고 아이디어도 늘었죠. 그렇게 만들다보니20개가 넘었네요.
수학을 어려워하는 아이가 많은데, 책이 아닌 스마트폰을 이용해 공부하니 새로운가 봐요. 더 집중하더라구요.
학교에서 원칙적으로 스마트폰 사용은 금지에요. 하지만 앱을 이용한 수업을 할 땐 예외적으로 가능하죠. 아이들의 60% 정도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어서, 2인 1조로 문제를 풀도록 합니다. 스마트폰이 없는 아이들에게 위화감을 주지 않으려고 숙제는 내지 않아요.
홀로그램· VR기기활용해 재밌는 수업 만들고 싶어
수학앱과 마찬가지로 처음엔 교육용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일반 사람도 이용하면 좋겠다고 해서, 앱스토어에 등록하고 자주가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소개했어요. 이후 다운로드 추천수가 늘면서, 댓글도 많이 달리더라구요. 인터뷰 요청이 많이 와요. 아직은 어떨떨합니다. (웃음)
처음 국가보훈처 사이트에 접속했어요. 양이 많고 설명이 길어 정리하기 힘들었어요. 글에 한자도 많이 섞여있고. 특히 사진 없는 분이 많았어요. 제게 필요한 정보는 이름, 사진, 간단한 업적인데 말이죠. 다시 찾아보니 ‘네이버캐스트’가 독립운동가 240명을 짧게 정리해놨더라구요. 그걸 활용했어요.
240명을 240일 동안 랜덤으로 알려주는 겁니다. 한 명의 정보를 읽으면 그 분은 리스트에서 사라지고 239명이 남아요. 그럼 다음날 239명 중 한명을 소개하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했습니다.
얼마전 홀로그램을 활용한 앱을 만들었어요. 앱을 실행하고 스마트폰 위에 반사판을 비추면, 휴대폰 액정과 반사판 사이에 입체적으로 행성이 나타납니다. 과학 시간에 활용하려고 만든 거에요. 행성마다 다른 공전속도·방향 등을 입력했습니다. 아이들이 정말 좋아해요. 앞으로 VR기기와 연동하는 앱을 만들 계획입니다.
앞으로 어떤 선생님, 개발자가 되고 싶은가요?
전 프로개발자가 아니라 선생님입니다. 본분에 충실하면서 교육용 앱을 계속 만들고 싶습니다. 더 정성스럽게 만들어 학교 수업에서 효과적으로 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