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게 참 아이러니한 게,
이세돌이 혜성처럼 데뷔했을 때도 같은 이유로 바둑에 회의를 느낀 기사들이 있었단 말이죠.
"바둑이란 게 수십 년을 갈고 닦아야 하는 예술인 줄 알았는데,
얼마 살지도 않은 저런 어린애한테 이렇게 박살나다니..."하고 말이죠.
결국 세상은 돌고 도는가 봅니다.
인공지능도 따지고 보면 천재 대가리인 거임.
살리에르가 괜히 모짜르트를 보고 비관했겠음?
애초에 영역 자체가 다른 거임. 그러니까, 천재는 천재들끼리 놀게 놔두고, 범재는 그 쪽으로는 같이 어울릴 생각조차 안 해야 하는 게 맞는 거임.
괜히 올라라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마라느니 뱁새가 황새 쫓아갈려다간 가랭이가 찢어진다느니 같은 속담이 나온 게 아니죠.
인간은 연산속도의 한계로 인해서 모든 수를 계산해볼수가 없죠... 결국 정석이라고 불리는 경험에 따른 정형화된 패턴과 기사 개인의 직관과 통찰력으로 승부를 보지만 AI는 연산속도에 한계라는 것이 없기에 거의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해버리는거죠... 물론 기보 학습에 따른 패턴도 있겠구요...
상대의 응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암튼 인간의 상식선에서는 무한대라고 보이는 바둑의 수를 그냥 계산해버리니 상식선을 훌쩍 넘어버리는거죠
그냥 이세돌의 한계죠.
인공지능 시대가 되서 새로운 바둑을 해야하지만 본인이 새로운 시대를 이겨나갈 자신이 없으니 은퇴하는 것이구요.
예술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본인이 혜성같이 등장하던 시기에 이게 예술적인 바둑이냐고 무너져 내린 구 시대 사람들이 있었을 겁니다. 이세돌이 지금 한 말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