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꼬꼬마 시절, 오락실에서 오락이 너무 하고 싶어서 외할아버지한테 용돈 좀 달라고 졸랐더랬습니다.
외할아버진 가만히 듣고 계시다가 잠깐 기다려봐라 하시더니만, 조금 있다가 500원 짜리 동전 2개를 들고 오셔선 동생과 저한테 하나씩 나눠 주셨죠.
철딱서니 없는 우린 그 돈이 어떻게 생긴 돈인지도 모르고 그저 좋다고 동네 오락실에 가선 오락 신나게 하고 다시 집에 돌아왔습니다.
근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 돈은 당신께서 드실려고 사놨던 소주를 다시 가게에 갖다주고 돈으로 바꿔 오신 거였더군요.
당장에 갖고 계신 돈이 없으니 그렇게라도 해서 지 밖에 모르는 꼬꼬마들의 생각 없는 요구에 응해주셨던 것이죠.
그걸 알게 된 후, 전 엄청난 부끄러움과 죄송함, 그리고, 1시간도 안 되어 허공에 날려먹은 그 500원의 숨은 가치와 외할아버지의 애정에 몸둘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그 후론 오락실을 아예 끊어버렸죠. 동생놈도 그 때 그게 이상하게 맺혔는지 아직까지 비디오 게임에 환장하고 있고요.
본문을 보니 문득 그 때가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