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하게 불만족을 경험할 지역 세탁소 이용자들의 법적 행동을 돕는 비용"이 5150만 달러,
정신적 피해가 200만 달러,
변호사 비용 50만 달러,
다른 세탁소로 가서 드라이 클리닝을 하기 위해 차량을 렌탈하는 비용 15000달러,
이를 모두 합해서 5401만 5000달러였던 겁니다.
법적으로 근거가 있는지 생각해보면, 미국은 변호사 비용이 비싸니 변호사 비용 50만 달러와 정신적 피해보상 200만 달러 주장은 아주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물론 패소했다고 하니 이것도 인정되지 않았을 겁니다. 완전히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차량을 렌탈하는 비용 15000달러도, 기간을 1년 이상 잡는다면 가능한 금액이라고 보입니다.
가장 이해가 안 되는 소송금액의 세부사항은, "비슷하게 불만족을 경험할 지역 세탁소 이용자들의 법적 행동을 돕는 비용" 5150만 달러입니다. 이 금액이 총액 5400만 달러의 대부분인데, 원문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마치 다른 이용자도 이 세탁소의 서비스에서 피해를 입게 되면, 그것에 대해 내가 받은 손해배상 금액으로부터 배상해주겠다는 식으로 주장한 것 같습니다. 세탁소를 이용하는 예상 고객 숫자에 기간을 곱하고, 이용 금액을 다시 곱하는 식으로... 계산해서 나온 금액 같습니다.
미국의 손해배상 금액 산정 원리가 어떻게 되는지, 미국 손해배상법을 공부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식의 손해배상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정신적 손해배상 금액은 인정되지만, 미국처럼 200만 달러(현재 환율 우리나라 돈으로 26억)나 인정될 리는 없고 훨씬 작은 금액만 인정될 수 있을 뿐입니다. 변호사 금액 역시, 대법원 규칙에서 정한 금액만 인정될 뿐입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소송이었다면, 정신적 손해배상 금액 몇십 또는 몇백만원에 렌트카 비용 몇백만원을 합해서 소송을 걸었을 것이고(우리나라에서 변호사 비용은 소송비용의 일부라서 소송물이 아니고 따로 계산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부분 패소하고, 아주 일부의 정신적 손해만 인정될 가능성이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엄청난 손해배상 금액으로 소송을 걸었을까요?
미국 연방법원의 민사소송은 소송의 종류나 소송목적의 값(이하 ‘소가’라 한다)과 관계없이 접수료(우리의 ‘인지대’)가 고정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입니다.(출처는, 사법정책연구원 2023년 발간 "각국의 소송비용 제도") 즉, 수백억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내도 수백만원 청구하는 민사소송과 소송을 위해 내는 인지대가 차이가 거의 없다는 거죠.
그래서 비용의 부담이 없이, 저 판사였던 원고는 피고 세탁소주인에게, 커다른 위협을 할 목적으로, 저런 민사소송을 냈던 겁니다. 국민들이 소송을 낼 때 비용의 부담을 낮춰준다는 정책이 이런 식의 나비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원고였던 판사는, 나무위키 문서에 의하면, 소송을 내기 3년전 판사로 임용되었지만, 실제로 재판은 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죠. 그렇다면, 법 지식은 있는 사람인데, 판사로서 경험은 일천한 사람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균형감각에서 문제가 있는 사람이었다는 거죠. 그리고, 흥분을 잘하는 사람이 아닌가 싶고요. 이혼 소송 과정에서 상대방 변호사를 협박해서 벌금을 낸 적도 있는 사람입니다.
즉, 법 지식만 많이 가지고 있는데 흥분 잘하는 사람이, 세탁소의 실수로 세탁물을 못 받은 상태에서, "맛 좀 봐라~"는 식으로 엄청 큰 액수의 소송을 낸 겁니다. 자기 법 지식으로 민사소송 소장 쓰는 것은 일도 아니었을 테고, 변호사는 자기 아는 사람을 넣었을 테고, 잘 되면 그 변호사 보수로 한 몫 챙기려 했겠죠.
다만 예상과 달리, 이 사건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서, 사회단체들이 피고가 된 세탁소 주인 부부를 지원하게 되었고, 그런 지원을 받아서 세탁소 부부도 법률 지원을 받게 되고, 소송이 만만치 않아졌으며, 두려워 하지 않은 세탁소 부부가 협상을 통해 원고에게 돈을 주는 선택을 하지 않게 되었고, 결국 패소로 끝나게 된 것 같습니다.(미국은 1심 한 번의 재판으로 결론을 냅니다. 1심은 원고가 패소했고, 2심은 보통 법 적용이 잘못되었다고 항소하는 경우 법률적용이 제대로 되었는지에 대해서만 판단하는데, 2심은 각하되었다고 합니다. 1심에 적용된 법리가 문제 없었다는 것이죠.)
결국 원고는 모두 패하거나 각하되었고, 거꾸로 승소한 피고가 원고에게 변호사 비용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인데, 이와 관련해서는 정확히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나무위키 문서에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아무튼, 미국식 사법제도의 취약점이 어떤 부분이 있는지, 법적 지식만 있고 도덕성이 부족한 사람이 어떻게 악용하려 들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자본주의 사회의 심화에 따라, 조금씩 미국식 사법제도(징벌적 손해배상, 정신적 배상금의 강화 등)를 도입하고자 하는 추세인데, 이런 악용가능성을 늘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