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MT 때 졸업한 선배들이 밤에 먹을거 잔뜩 사가지고 놀러오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요. 졸업 후에도 후배들을 잊지 않고 있다는 점도, 그리고 힘들게 돈 벌어서 저렇게 후배들을 위해 쓰는 모습도 멋있어 보였어요. 그래서 저도 졸업 후 첫 MT를 간다는 동아리회장의 연락이 무척 반가웠습니다. 마침 월급 받은지도 얼마 안됐고, 미리 회장에게 연락해 술을 얼마 남았고 어떤 술은 얼마나 마셨는지, 안주는 얼마 남았고 애들 얼마나 더 먹을 수 있는지 물어봤어요. 그래서 친구들과 치킨, 족발, 회 그리고 소주와 맥주를 잔뜩 사서 밤에 갔었죠. 정말 좋아하더군요. 잘 먹는 모습보며 흐믓해서 우린 나와서 구석에서 담배피고 있었는데, 그렇게 잘 먹고 좋아하던 후배들 중 몇 명(모르던 후배들이니 아마 신입생이었을 겁니다)이 담배피러 나오면서 우리를 못보곤 하던 얘기를 들어버렸습니다.
"노인네들 졸업했으면 지들끼리 놀지 여긴 왜 왔데? 혹시 여자 신입생들 어찌 해볼라고 그런거 아니야? ㅋㅋㅋ"
그 날 저와 제 친구들은 말그대로 현타 쎄게 맞았죠.
"와... C8 저런 더러운 소리 들을려고 여기까지 술, 안주 사들고 온 우리가 미친 새끼들이다... 그냥 가자..."
아마 그 아이들은 왜 그 MT 이 후로 선배들이 모두 발걸음을 끊었는지 아직 모를겁니다. 그래서 동아리 재정의 50% 가까이 되던 선배들의 기부금도 왜 없어졌는지 모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