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바람이 났을수도 있고, 남편과 도저히 맞지 않아 도망갔을수도 있고, 알수없는 사정이 있을 수 있는데,
아무튼 여자는 아이가 있으면 새출발 하기가 쉽지 않음. 물론 핑계에 불과할수 있겠지만, 아무튼 그런 이유로, 예전에는 제대로 된 이혼절차 없이 그냥 도망가버리는 일이 많았음. 만약 애 떠안고 이혼한다? 그때는 양육비용 이거 제대로 받아낼 수단조차 없던 시절이라 그냥 바로 최하층민 되고 마는거임. 애 있으면 새출발은 불가능이라고 봐야지.
이러든 저러든, 누구에게 귀책사유가 있든 상관없이 여자가 도망가야 다시 삶을 시작할 수 있던 시절임. 사실 지금도 그렇지 않다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려움. 양육비 안내고 버티는 새끼들 세상에 여전히 존나 많거든.
그리고 애딸린 여자와 결혼하겠다 하면, 당장 사돈에 팔촌까지 찾아와 말리고, 결국 살림 시작 했다 하면 주변에서 혀를 끌끌 차대지.
아무튼, 아마도 사연의 아이는 아빠손에서 자라다가, 아마도 아빠가 새출발 하면서 버려졌어야 했고, 그걸 외할머니가 데려와 키웠을테고, 엄마도 새출발 하여 몰래몰래 양육비를 조금씩 보태오거나 했겠지.
요즘이야 이혼가정도 많고, 편부모가정에 대한 지원책도 조금은 생겨서 혼자서 아이를 키우겠다는 마음이 들 수 있는 환경인데, 불과 십여년 전만 해도 여전히 우리 사회는 지금과 비교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이혼가정에 대한 극심한 편견이 만연했고, 정상가정에 대한 집착이 너무나도 강했음. 사실 이게 우리나라 출산율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음. 가정이 조금만 불안해도 아이를 낳는걸 미루거나 포기하게 만드는 사회환경이거든. 자칫 결혼생활 실패했을때, 아이의 존재가 축복이 아니라 평생의 짐이 되어버리게 만드는 사회가 바로 우리나라임. 결국 임신 그 자체가 리스크인 사회라는거지.
그러니, 도망간 엄마를 마냥 욕할게 아니라,
저기 인도에서, 중동에서, 중국에서 여성이 가정폭력이나 착취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도망밖에 없고, 아예 신분세탁까지 해야 겨우 살아갈만해지는 모습을 우리가 알고 있잖아.
그리고 그 모습이 불과 삼십여년 전 우리의 과거이며, 여전히 그때 그 시절을 살아온 노인/장년세대가 우리 사회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거든.
사회 구성원 절반의 시선이 여전히 구시대에 머무는 상황에서 아무리 제도가 개선되었다 한들, 여전히 여성에게는 도망이라는 방법만 탈출구로 보이는 상황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걸 이해 해주는게 어떨까 싶음.
엄마니까 숭고한 희생을 당연히 해야 한다 생각하는것도 좀 웃기잖아. 엄마도 엄마의 삶이 있는거잖아. 엄마라 해서 아가페적 사랑만 할 수 있는건 아니거든. 결국 엄마라는 존재도 그저 사람이고, 행복해질 권리도 있으니까, 도망간 여자라고 마냥 욕할 이유는 없다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