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마지막 12대 황제인 선통제 부의(溥仪: 1906∼1967년)는 말년에 자신의 회고록 <나의 전반생(我的前半生)>에서, 자신은 황제의 자리에 있는 동안 한번도 따뜻한 밥과 요리를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해서 논란이 일었다. 그의 고백이 사실일까? 어떻게 황제가 따끈 따끈한 밥과 요리를 먹어본 적이 없다고 했을까?
자금성내에는 황제와 황족들을 위하여 수많은 선방을 두고 있었고, 그중 규모가 가장 큰 것이 황제를 위해 복무하는 '어선방(御膳房: 황제의 음식을 준비하는 곳)'이다. 자금성의 어선방에는 '내어선방'과 '외어선방' 두개가 있었는데, '외어선방'은 연회와 대신들의 식사를 담당하는 곳이고, '내어선방'은 황제에게 제공하는 최고급 요리를 책임지는 곳이었다.
[출처] 황제들은 왜 따끈 따끈한 음식을 먹을수 없었을까?|작성자 상하이 신의이슬
황제의 먹거리는 마시는 물에서부터 보통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까다롭게 선정하였다. 황제 일가가 마시는 물, 차를 다리는 물은 자금성내의 우물물을 길어먹는게 아니라, 전부 북경 이화원에서 가까운 옥천산에서 신선한 샘물을 직접 길어다 음용했다. 그리고 황제의 한 끼에는 엄선된 전용 조리사들이 최상의 식재료를 사용하여, 적게는 30여가지에서 많게는 120여가지의 요리가 제공되었다.
황제가 식사하기 전에 식사 시간과 장소, 요리사와 요리이름 등을 미리 알렸으며, 요리마다 담는 식기와 어떤 식탁위에 놓아야 하는지 등도 미리 정해져 있었다. 내어선방의 경우 황제의 식사를 위하여 200여명의 조리사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황제를 위해서 요리를 만드는 기회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않고, 어떤 조리사들은 일년동안 한 번의 기회도 가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출처] 황제들은 왜 따끈 따끈한 음식을 먹을수 없었을까?|작성자 상하이 신의이슬
천자는 죽음을 가장 두려워했기 때문에, 어선방의 요리사는 특별히 여러 과정을 거쳐 선발하였다. 음식물에 독을 넣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황제의 어선은 늘 '미리 맛보기' 등의 방법으로, 황제가 식사하기전 태감들이 먼저 맛보거나 후비들에게 어선을 하사하는 식으로 안전을 검증한 후, 문제가 없으면 비로소 황제가 직접 먹을수 있었다.
황제가 먹는 음식과 요리는 모두 엄격한 절차와 과정에 따라, 전문적으로 책임지고 감독하는 인원이 있었다. 만약 어떤 과정에 착오가 나타나면, 이 사람 또한 징벌을 피하기 어렵다. 게다가 일인 독단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특별히 세명이서 상호 감독하게끔 절차를 만들었고, 연좌제를 실행하여 그중 어떤 한 사람이라도 경거망동할 수 없도록 조처해 놓았다.
[출처] 황제들은 왜 따끈 따끈한 음식을 먹을수 없었을까?|작성자 상하이 신의이슬
요리를 만들고 난 다음 어선을 올릴때에도 두 사람의 태감이 동행하여, 한 사람은 요리를 나르고 또 한 사람은 옆에서 감독을 하게 하였다. 당연히 누가 어떤 요리를 만들고 누가 날랐는지 모두 기록으로 남겼다. 황제와 일족이 음용하는 먹거리에 만약 사고가 났다고 하면, 바로 혐의자를 찾아낼 수 있게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만약 있을지도 모르는 음식에 독을 타서 천자를 살해하려는 시도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황제와 늘상 자주 접촉하는 시종들인 태감, 궁녀, 호위무사들은 여러번에 걸쳐 엄격한 심사를 통하여 신분이 확실한 경우에만 선발되었다. 사실 황제의 음식에 독을 타서 천자를 독살하려는 생각은 할수 있었겠지만 그 가능성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출처] 황제들은 왜 따끈 따끈한 음식을 먹을수 없었을까?|작성자 상하이 신의이슬
청나라 시기에는 만한전석(满汉全席)처럼 다양하고 화려한 산해진미가 차려진들, 그리고 자신이 아무리 좋아하는 맛있는 요리가 나왔다고 해도 황제는 세입밖에 먹을수 없었다. '한 음식을 세 숟가락 이상 먹을수 없도록 한' 규정 또한 천자의 음식에 대한 애호도를 다른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이렇게 까다롭고 폐쇄적인 절차를 거쳐야만, 어선이 황제의 입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으니,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따끈하지 않고 반쯤 식어 버리고 난 다음이었다. 그래서 황제들은 제대로 된 따끈한 음식 한번 먹어보지 못하는 삶을 살았다. 마지막 황제 부의가 어렸을때 자금성을 출궁하여 왕부에 들렀을때, 갓 만들어 올린 평범한 음식에 열광하였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출처] 황제들은 왜 따끈 따끈한 음식을 먹을수 없었을까?|작성자 상하이 신의이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