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공무원 월급이 월 40만원이 채 안될거임.
좋은 회사 다녀도 60만원 수준.
80만원 이면 충분히 만족하며 고생할만한 큰 돈임.
실제로 홍콩에 가보면 일요일에는 동네마다 있는 작은 공원에도 가정부들이 모여있음. 큰 공원에는 공연도 펼쳐지고 노래를 부르며 춤추는 무리도 있고, 음식도 사고팔고, 작은 장터도 열림.
들은 바로는 십여년을 일해온 사람들이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신입들은 그 무리에 끼기가 쉽지 않다고 함.
친인척이라면 바로 메인 무리에 끼어서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을 즐길 기회를 얻고, 또 싼 생필품을 살 수 있는 기회도 얻는데, 그 무리에 끼지 못한다면 그런 이들끼리 작은 공원에 삼삼오오 모여서 작은 무리를 형성하여 지내는 것.
공원이 없다면 24시간 영업하는 맥도날드 옆에서 밤늦게까지 노래부르고 춤추며 시간을 보내기도 함.
주말 하루 쉬는건데, 일을 하지 않으면서 주인집네랑 부대끼면 서로 불편하니, 가정부들은 알아서 집을 나와 하루종일 밖에서 보내는게 일종의 룰처럼 굳어져 있음.
그 숫자가 대단해서 침사추이 바닷가 쪽 영화인거리와 그 아래 큰 공터에 대규모로 모여있는 필리핀 여성들을 목격할 수 있음.
재미있는건, 이런게 중화권 고소득 도시들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이라, 대만에 가도 타이페이역에 꽤 많은 규모로 주말 모임을 여는 필리핀 사람들을 볼 수 있음.
중동쪽에도 필리핀 가정부들 많이 감. 물론 같은 종교권인 인도네시아 여성들이 더 선호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필리핀이 가정부 인력수출을 가장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보면 됨.
국가가 성장세를 전혀 보이질 않으며, 빈부격차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어서, 우리같은 관광객이나 출장 온 사람들이 바라보는 필리핀 현지 시장상황과, 필리핀 서민들이 접하는 시장은 완전히 갈라져 있음. 아예 접근이 불가능함. 필리핀 물가가 소득에 비해 괴이하게 높은 이유가 이런거임. 말도 안되게 싼 상품이 거래되는 시장은 우리가 접근조차 하기 힘드니까.
이런 상황에서 외국에서 힘든 생활을 하는 것이라 해도, 자국에서 지내는 환경보다 나으며, 가정을 꾸린다는 것이 어려워 미혼모로 살아가는게 흔하디 흔한 여성들의 삶에서는 자식을 위해 해외 일자리를 찾아서 고생길을 스스로 선택하는것도 어쩌면 당연한 것.
그렇게 투자하여 고임금을 받는 훌륭한 청년으로 성장시킨다면, 그 집안은 그 청년 하나에 기대어 수십명까지 함께 살아감.
이런 루트 중 가장 좋은 방법은, 일본이나 한국, 중국의 남자를 잡아서 결혼하는 거임.
이 경우 당연하다는 식으로 남편에게 자신의 일가친척을 보살펴줄것을 요구함. 재미있는건 이런 요구가 매우 부당해 보여도, 막상 얼마 안되는 돈으로 그게 가능하다는거임. 그리고 그 일가친척 사이에서 부인과 자식들은 귀한 대접 받게 되니까 그다지 나쁘지 않다 느끼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