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기력이 얼마나 대단했나 문제이전에
이창호를 기점으로 해서 지금까지 바둑판 자체가 수계산 바둑이 되었거든요.
머리가 굳어 계산이 어린 사람들만큼 안되는
나이 많은 바둑기사들이 바둑판에서 종적을 감추게 되는 계기이기도 하고요.
인간이 그 정도까지 수계산을 할 수 있다. 라는걸 증명한 사람이자
자신의 등장이후의 바둑판도 자체를 만들어버린 사람이죠.
단적으로 얘기하면 알파고의 수를 실시간으로 보고 바로 이해하는 바둑기사가 없었죠.
해설하는 기사들도 처음 알파고 등장때는 알파고가 둔 수를 보고 잘못뒀네 뭐네 하며 중계했는데
끝나고 긴 시간을 들여 복기해보니 결국 그게 자기들 수계산을 아득히 앞질러가는 수인걸 알게 되죠.
이창호가 예전 바둑계에 준 충격이 이와 비슷합니다.
기존 기사들이 실컷 공격하고 자기가 충분히 괜찮게 둔거 같은데
결국 끝내기 가보면 한집 반집 차이로 져 있으니까요.
수계산이 상대를 초월했던거죠. 이게 안되는 기사들은 살아남을 수 없는 풍토자체를
이창호가 만들어버렸죠.
아이러니한건 정작 이창호 본인도 그 때문에 자신이전의 기사들처럼 많은 나이까지 최강자 반열에 군림할 수 있었던게 아니라. 비교적 이른 나이에 내려와야했다는 점이겠죠.
난 이세돌의 그 당돌함이 좋았다
갓 스물 될까말까한 나이에 중년 노년의 기성들과 대국 때도 전혀 기죽지 않던 그 꼿꼿함
약간은 건방져 보이던 자세와 당돌한 눈빛
누가봐도 보통은 아니었고 이제는 나이가 들어 오히려 편안함을 주는 매력적인 기사
바둑은 몰라도 이세돌이 나오면 보게 만들던 바둑계의 스타 은퇴가 아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