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멋지게 그림 그려놓고 한달 넘게 디지게 훈련하고 연습했는데
실제 상황 벌어지니 다 소용 없는 일이었음 ㅡ,.ㅡ;;
어마어마하게 추웠던 새벽 임진강변에서 전투식량 까먹고 있는데 갑자기 헬기(UH1H)가 나타남.
진짜 아무 소리도 안났는데 산 너머에서 뿅 하고 나타나자마자 들려 오는 로터소리와
체감상 1분도 안돼서 우리 앞까지 날아오는 헬기들 ㅋㅋㅋ
원래 임진강변 논바닥에서 미리 넓직하게 자리잡고 헬기를 기다려야 했는데
이놈들이 근 20분 빨리 날아오는 바람에 사단이 남.
부랴부랴 먹던 전투식량 대충 집어 넣고 씹어 가면서 포들고 강변으로 뛰어 가는데
(하필 우리 분대가 첫번째 강습부대에 속해 있었음)
헬기가 접근해 오니 논에 쌓여 있던 눈들이 날아 올라 앞이 하나도 안보임.
사방에서 헬기 로터소리만 웅웅웅웅 난리 부르스 ㅋㅋㅋㅋ
어쨌든 내가 그 똥포를 들고도 제일 먼저 뛰어가는데
마침 느낌이 와서 휙 뒤돌아 보니 맨 앞 헬기 조종사와 눈이 딱 마주침
ㅎㅎ 헬기가 내 바로 뒤 10여미터 쯤 상공에서 호버링 중이었음.
덕분에 나 있는 부근하고 헬기 사이만 눈이 휘몰아치지 않는 상태.(마치 태풍의 눈 처럼)
미친척하고 뒷걸음하면서 나 따라오라는 수신호 보내니까 진짜 이놈이 나를 따라옴 ㅎㅎㅎㅎ
그리고 착륙 신호를 날리니 진짜 내려 앉음.(아오 그 통쾌함이란)
울 분대원들도 재주 좋게 내 뒤로 따라 붙었고 헬기가 내 앞 한 10미터 쯤에 내려 앉고
훈련한 내용은 개뿔~ 걍 되는대로 올라타고 보니 엄청 따뜻하더군요 ㅎㅎㅎㅎ
그리고 7분 날아서 훈련 뛰고 상황 종료.
쫄쫄 굶어가며 제자리로 돌아가는데 10시간 넘게 걸림 ㅡ,.ㅡ;;;
거기에서 다시 10시간 쯤 걸어서 자대 도착하니 새벽 5시.
너무 추워서 막사 입구에 달린 온도계를 보니 엉하 29.5도 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