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당신이 내 마음 속에 들어온 것은 아닙니다.
나는 공중을 나는 새 한 마리,
자유로이 하늘을 떠돌고 있었죠.
사람들이 '행복', '과연 행복은 어디 있을까' 라고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때 나는 지나가는 말로 아주 낮은 음성으로 ' 행복은 무지개 너머~' 라고 말하고 말았죠.
행복은 무지개 너머
하지만 나도 압니다. 행복은 결코 무지개 너머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란 사실을,
무지개를 쫓아간 아이는 알고 있습니다.
무지개를 쫓아갈수록 그 무지개는 또 그 만큼의 거리로 멀어져 있다는 것을 ...
당신이 내 마음에 들어 온 이후
나는 이 열병이 아주 짧은 순간의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연이 사소함에서 시작되는 것처럼
하지만 머뭇거리며 주저하는 번민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요.
첫 눈에 반해버린 사랑이 금방 식듯이
감정이 차갑게 식어버리면 남는 것은 아쉬움이라는 사실을,
아쉬움과 미련은 언제나 마음에 발자국을 남깁니다.
그건 사랑이 영혼을 떠나간 흔적이니까요.
살면서 첫 사랑이 걸어나간 흔적의 발자국 수를 헤아리는 것은
세월이 그 만큼 흘렀다는 거겠죠.
추억이 필요한 나이가 되었다는 거겠죠.
복고라는 추억팔이를 하는 세상이라지만
돌아서서 다른 방향을 향해 걸어간 인연과 기억이 있다는 것은
아마도 우리 자신의 영혼의 나이테에 또 하나의 아름다운 주름 한 자락 남겨두는 일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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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내 마음에 들어온 이후
나는 당신의 얼굴과, 표정과 사고방식과 기호와 느낌들을 그리는 화가가 되었습니다.
어슬프기만 한 글을 끝도 없이 써 내리는 소설가가 되었습니다.
때때로 메아리 속에 당신의 이름을 슬며시 불러 보기도 하였습니다.
우연히 마주한 거실의 거울 속에 비치는
내 모습이 한없이 우스꽝스럽고 초라해서 키킥거리며 겸면쩍게 웃기도 하였습니다.
새삼 스럽게 '이건 뭐지' 라고 반문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일이라, 감정의 홍수를 막아내는 일은 신의 뜻을 거스르는 일입니다.
자유의지를 준 신은 포기하라고 하신 적이 없는 분이시지요.
오히려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고 말씀 하신 분이시지요.
스스로를 돕기 위해선 당신을 향한 열정이 필요했습니다.
그 열정은 때때로 유치하고 치기어리기도 하고 어리숙하기도 하고, 동심에 가득차 있기도 하고
상상에 겨워 ' 행복' 이라고 발음하기도 하면서 스스로의 변화를 놀라워했던 것입니다.
안 보면 미칠 것 같고, 보고 있으면 닳아 버릴 것 같고, 닳아 버리면 사라질 것 같아
꼭꼭 부여잡고 어디로도 달아나지 못하도록 내 안에 가둬 두고 싶은 심정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웃고 있어도 슬픔의 눈물 한 방울 마를 날이 없는 가슴엔
온통 당신이라는 존재로 , 이름으로 가득차 올랐습니다.
사람이 마음에 들어오는 일
사람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일
생각하고 표현하고 기억하고 말하는 일
그것을 어느 날 ' 사랑'이라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아릿아릿하고 안타까움 심정과 그 달콤하고 새콤하고 짜릿한 느낌은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나중에라도 모르고
나중에라도 그 의미를 알지 못하지만 처음부터 깨닫는 그런 상황이었던 것이죠.
아마도 그 사랑은 무지개를 쫓는 사랑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쫓아 갈수록 쫓아간 거리만큼 더 멀어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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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고민은 깊어졌습니다.
불면의 밤이 길어질수록
결단을 내어야한다고,
당신을 불러 들이는 나의 목소리가
울림을 전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깊은 울림으로 마음을 진동시키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인위적인 감동이 아니라
혼이 기꺼이 감동하고 감격하는 순간을
매번 받고 있는 당신에게
내 사랑은 너무 초라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달려와 달라고
봐달라고
와서 그 아름다운 눈동자를 보여 달라고
말할 뿐인 나의 부족함이
당신의 아름다움을 가리지 않기만을 빌었던 것이지만,
당신은 가깝고도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당신은 가깝고도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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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난 이제 사랑하지 않겠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사랑을 쫓아가지 않겠습니다.
짝사랑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이 오지 않으면 조바심 나서 견딜 수 없도록
당신이 더 관심이 가도록 만들겠습니다.
당신이 먼저 말을 걸도록 만들겠습니다.
그 어느 한 때 불현듯 생각나는 이름이
바로
바로 '카라 마을'이 되도록 만들고 말겠습니다.
아마 당신은 카라 마을을 결코 잊지 못할 겁니다.
당신을 둘러싼 세계,
그 하나를 이루는 하나의 원소가 된
카라마을이기 때문입니다.
카라마을 위 푸른 하늘을 나는 파랑새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아마도
이 글을 읽게 될 것입니다.
이 글 속에 얼마나 많은 염원과 소망이 숨겨져 있는지를....
아마도 당신은 꿈에서라도 잊지 못할 겁니다.
이제 당신의 영혼 안에 새겨진 카라마을
당신의 사랑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 사랑이 시작된다면
지금까지 위에서 겪어온 모든 나의 감정들을
당신 역시 고스란히 겪게 될테니까요..
바로 '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 날을 위해
파란 물감으로 창과 문을 색칠해 두었습니다.
세상의 끝에 존재하고 있는 이 곳~
당신은 씩씩하게 걸어와 분명히 문을 두드릴 겁니다. KARA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