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기억에 남는 1980년대 여배우로 여러 스타가 있고,
1987년 홍콩 영화 「천녀유혼」 여주인공 "왕조현"을 떠올리는 분도 많을 겁니다.
미디어가 예전보다 많이 좋아져서 DVD 외에 Blu-ray로도 볼 수 있는데,
VHS 테이프로 보았던 기억 그대로 추억으로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중국어가 북경어이든 홍콩 광둥어이든 성조까지 있는 독특한 억양과 발음 때문에
「천녀유혼」, 「천장지구」, 「중경삼림」 같이 흘러간 영화를 지금 다시 보면
예전에 그래도 좋았던 그 느낌이 깨질 게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봤던 당시에도 중국어는 멋있다는 느낌과 거리가 좀 있었습니다.)
「Blade Runner」처럼 여러 언어로 더빙한 영화를 비교해서 들어보면,
언어에 따른 느낌 차이가 분명합니다. 한국어와 함께 일본어가 감정 표현이 잘 되고,
영화 보는 이를 사로잡는 흡입력도 역시 좋습니다만,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은
성우 연기력 문제가 아니라 언어에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누가 어떻게 말하는가에 따라 느낌이 좀 다르기는 합니다.
탕웨이 목소리를 들어 보면 중국어도 부드러운 느낌을 줄 수 있는 듯한데,
그래도 한국이나 일본 여배우가 내는 나긋나긋한 목소리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중국어는 중국어일 뿐이죠.
추억은 지나간 일이기에 미화시키기 마련인데도, 그래도 제 기억으로는
왕조현 목소리가 시원스러운 이목구비와 다르게 아주 예쁘지는 않았던 듯합니다.
한국 여배우로 김희애는 목소리도 성우처럼 예뻤는데, 채시라는 그렇지 않았고,
왕조현 목소리도 채시라 쪽에 가까운 느낌이었습니다.
추억이라는 상자 안에 잘 포장해놓았는데, 그걸 일부러 망치고 싶지는 않아요.
△ 4월 이야기 (四月物語) / 마츠 다카코(松たか子)
△ 「지금, 만나러 갑니다 (いま、会いにゆきます)」, 「천국의 책방-연화 (天国の本屋〜恋火)」 /
다케우치 유코(竹内結子)
시간이 지나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준 여배우를 일본 영화에서 만납니다.
한국에도 얼굴이 알려진 일본 여배우는 몇 안 되고, 전부 영화배우입니다.
한국 예명, 유민으로 활동한 후에키 유코(笛木優子) 같은 예외도 있지만요.
영화 「러브레터」 여주인공 나카야마 미호(中山美穂)가 있고,
같은 이와이 슌지 감독 영화 「4월 이야기」 주인공 마츠 다카코(松たか子),
「지금, 만나러 갑니다 (いま、会いにゆきます)」의 다케우치 유코(竹内結子),
「철도원」, 「연애사진」 등에 나온 히로스에 료코(広末涼子),
「스윙 걸즈」를 통해 알려진 우에노 주리(上野樹里),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에서 리츠코로 나온
시바사키 코우(柴咲コウ)도 있습니다.
여러 여배우가 있지만, 마츠 다카코와 다케우치 유코한테 눈길이 갔던 건
왕조현과 비슷하게 생긴 외모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 다케우치 유코는
한국, 일본, 홍콩, 대만 등 도대체 국적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얼굴 때문에
왕조현처럼 대만 여배우 느낌도 납니다. 아무튼, 그렇게 일본 멜로 영화
여주인공을 통해 홍콩 영화 「천녀유혼」을 추억으로 남겨둘 수 있었습니다.
지금 좋은 느낌이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과거의 추억이 되기 마련입니다.
고 피천득 선생님 수필 "인연(因緣)"에 나온 아사코(朝子) 이야기처럼
마츠 다카코, 다케우치 유코 같은 여배우도 왕조현 뒤를 잇는 추억으로만
남겨두어야 할 때도 어쩔 수 없이 시나브로 다가오는 모양입니다.
하라가 한 복고풍 머리 모양은 오현경, 고현정 미스코리아 시절 유행이었고,
1980년대, 1990년대 여배우를 다시 생각나게 하면서
이런저런 추억 이야기가 계속 나오네요.
글을 주고받을 때는 서로 공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천녀유혼」, 「천장지구」 등을 얘기해도 통하기 때문에 가능하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