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5번트랙을 주목하라
한국에서 주류아이돌 음악을 주로 작곡하는 작곡가들의 경우 그들의 역량을 다 알아보기란 다소 난감한 일이다. 우선 되도록 짧은 시간 안에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는 제한이 있는데 들리기에도 어렵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까지 있다. 짧은 곡에서 평이함을 피하기 위해 J팝의 경우는 대체화성과 전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에서는 이것이 경연프로그램에서 ‘독한편곡’으로 불릴 정도로 익숙지 않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가요작곡가들은 쓸 수 있는 무기가 상당히 제한된 상태로 싸워야 하는 셈이다.
그래서 아이돌의 몇 곡만을 듣고 작곡가나 작곡그룹의 음악적인 실력을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며 또한 불공평한 일이다. 물론 제한된 여건 안에서 이를 잘 활용해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도 능력이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일 때 이야기다. 천하의 소녀시대라도 ‘안먹히는’ 코드와 패턴이 있다.
그런 면에서 작곡그룹 ‘스윗튠(Sweetune 김승수, 한재호)’은 어려운 길을 ‘잘’ 가고 있다. 작곡가그룹이 그 자체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 또한 엄밀히 음악 스타일도 다른 작곡가들이 선호하는 방식보다 과감한 개성의 표현이 보인다.
싱글이나 정규앨범에서 타이틀곡의 인스트루멘틀 버전을 삽입하는 게 드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스윗튠이 작업한 곡들의 인스트루멘틀 버전에 대해 호감, 혹은 호기심을 보이는 음악전문가들이나 매체 기자들이 많아졌다.
한 사람의 리스너로서 스윗튠의 작업 중 가장 인상깊었던 곡은 ‘A’만큼은 히트하지 못했지만 나름 매니아층의 지지를 받았던 ‘마하’, 그리고 카라의 ‘점핑’이었다. 단순히 곡이 좋았다는 것이 아니라 아이돌이 소속된 기획사보다 곡을 작곡한 집단의 정체성이 복수의 곡을 통해 하나의 맥락으로 드러나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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