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전차 변속기 수명 9600 km 요구를 줄여달라고 업체가 소송까지 걸었다는 글의 반응을 보니 우려스럽네요.
일단 이건 두산이 하던 엔진이 아니라 변속기입니다. 전혀 다른 물건임.
수명 9600 km 라는게 말이 되나 하시는 분들도 많을텐데, 미국의 M1 전차는 변속기 수명 고작 6400 km 라네요. M1 전차 변속기보다 50 % 더 긴 수명 요구.
왜 전차에서는 파워팩이라고 부르는지 아신다면, 변속기 수명을 자동차와 비유하는 일은 없을거 같은데..
전차의 엔진/변속기등의 수명이 자동차의 1/10 이라도 된다면 파워팩 이런 소리 나올 일이 없었을겁니다.
전투중에도 뻗어버릴 가능성이 무척 크기 때문에 ( 그냥 큰 정도가 아니라 당연한 것 ) 엔진/변속기 뭉치 - 파워팩 - 을 그냥 현장에서 통째 들었다 놔서 교체할 수 있도록 파워팩이란 형태를 취하는겁니다.
자동차와 달리 전차의 엔진/변속기는 소모품입니다.
군용기로 가면 더 심하죠. 소련제가 엔진 수명 짧기로 악명 높은데, 2 차대전때 맹활약한 폭격기인 B-29 의 엔진은 75 시간 비행하고 엔진을 통째 교체할 정도였음.
군용기 엔진을 민항기 엔진과 비교한다면 ? 군용기 엔진은 쓰레기급도 안 되는 수명이 되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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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00 km 수명이 무리한 요구인가 ? 글쎄요. 그냥 무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업체가 소송까지 갈거 같진 않네요. 아래에 말할 문제(?)때문일 가능성도 있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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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개발할 때 가장 어려운게 뭔지 아시나요 ? 아주 아이러니하게도 국산 역차별입니다.
( 군수분야뿐만 아니라 모든 민간 산업분야에서도 마찬가지 )
국내에서 개발된 적 없다. 당연히 까다롭게 시험하고 검증해야 한다. 여기까진 그럴듯한데.. 이게 또 문제입니다. 조건을 상당히 높게 잡아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요구할 수 없는 수준을 요구하면서 [ 그 정도해야 새로 개발하는거 써주는 리스크 부담할 가치가 있지. 그거 썼다 문제 생기면 난 옷 벗어야 하는데 ? ] 라는 식이죠.
외국산에 대해선 ? 이미 해외에서 쓰이고 있다. 시험이니 검증이니 그런거 없이 그냥 무사 통과 수준. 그리고 외국산 썼다 문제 생겨도 아무도 태클 걸지 않으니 안전빵. 비싸도 그거 쓸래. 내 밥줄은 소중한 것이야. 뭐 짝퉁이나 중국산 쓰지 않는 이상 실제로 문제거리도 안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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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변속기 시험하면서 몇 백 km 만에 뭐가 부러졌네. 이런 일도 있는 모양인데, 당연한겁니다. 개발중에 그런 문제가 안 생긴다면 그게 더 신기할 일이죠. 그렇게 시험하면서 더 강화해야 할 부분 찾는거죠.
이제 수천 km 에서도 문제없게 잘 되가는데, 기준치 9600 km 이건 아무래도 힘들다. 왜 이렇게 까다롭게 구나. 국산 역차별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겠죠. 그러니 소송도 하는 것이겠고요.
9600 km 가 무리라고 인정해서 기준을 낮추면 또 이걸 갖고 방산비리니 뭐니 말할 사람들도 나타날거 같네요.
뭐 다 좋은데, 자동차와 비교하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은 안 봤으면 합니다.
전차는 트럭이 아닙니다. 군용 트럭 엔진/변속기 수준의 내구성을 전차에 요구해선 안 될 일이죠.
9600 km 가 과연 무리인지 아닌지는 저도 이쪽 전문 지식이 없으니 일단 패스하고요.
돌아가는 모양새가 [ 국산 역차별 ] 과 상당히 닮아보여서 글 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