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이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 듯 하여 기쁩니다.
우선 미국측에서 경항공모함을 지원사격하는 분위기가 감지되는데, 현재 움직임을 봐선 대한민국 합참은 이런 움직임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합참의장의 답변으로, 합참의 인식을 몇가지 엿볼 수 있는데, 크게 3가지로 보입니다.
김승겸 합동참모의장이 19일 국산 전투기 'KF-21(보라매)'을 항공모함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개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경(輕)항모'보다 규모가 큰 중형 항모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다만 윤석열 정부 들어 항모의 첫 단계인 경항모조차 예산이 전액 삭감돼 사업 자체가 좌초될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이에 경항모를 건너뛰고 항모의 몸집을 키우려는 구상이 현실적인지를 놓고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김 의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함재기의 국내 개발 방안이 KF-21을 염두에 둔 것이냐'는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김 의장은 "함재기 개발이 예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개발해서 함재기로 가능한지를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F-21은 미국 F-35B와 달리 수직 이착륙이 어려워 활주로가 짧은 경항모에 탑재하기 부적합하다. 반면 가격은 KF-21이 F-35B보다 훨씬 저렴하다. 이에 김 의원이 "경항모가 아닌 중(형)항모로 추진한다고 보면 되느냐"고 묻자 김 의장은 "아무래도 전반적인 시스템 구조가 변경돼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돼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중항모 추진 또한) 검토가 필요한 것인데, 현재 (경항모) 사이즈로는 수직 이착륙기 외엔 제한된다"고 덧붙였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91914220001198
1> 현대, 대우의 MADEX 발표 모델보다 규모를 키우겠다.(경하 3만톤 이상)
2> 전반적 시스템 구조 변경하겠다.(CATOBAR로의 변형)
3> 함재기 후보를 늘려, 협상력을 늘리며 동시에 항모추진에 필요한 우호세력을 확보하겠다.
개인적으로 평가하기에 좋은 방향입니다.
우선 가질 것이면 제대로 된 것을 확보하겠다는 면이 엿보이고.
미래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 또한 엿보입니다.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이 처한 지정학적 환경으로 인해, 항공모함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큽니다.
따라서 그 요구조건 역시 가혹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하 3만톤에 이것 저것 우겨넣어 "어쩔 수 없지"란 핑계로 가지고 보는 것엔 부정적입니다. 지정학적, 작전적 환경에 최적으로 적응된 병기를 보유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특히나 그것이 길게는 50년도 가지고 갈 병기체계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우선, 대한민국은 해외영토가 없습니다. 아울러 독일처럼 진출입 항로가 지형적으로 닫혀 있습니다. 양차세계대전을 앞두고 독일의 군사전략가 모두가 북해를 두고 닫혀 있다고 표현했는데, 우린 그 독일보다도 더 바다가 닫혀 있습니다. 이런 닫혀 있는 바다를 통행하며 작전을 하자면, 고도의 생존성, 고도의 자기 완결성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합참은 대한민국이 처한 지정학적, 전략적, 전술적 환경을 종합적으로 염두에 둔 모습입니다.
우선 경항모를 중항모로 변경하며, 사이즈가 작다는 인식을 보였는데. 이건 당연한 결론입니다.
합참은 두 업체로부터 MADEX 모델에 대한 자세한 모델링 정보를 제공받았을 것입니다. 두 모델 모두 경하 3만톤 선체로 F-35B를 원활히 운용하기 위해 모델링을 수행했기 때문에 기타 다른 성능을 희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언뜻 본 모델로도 스폰슨을 키워 갑판 면적을 늘렸는데, 그로 인한 기타 성능의 희생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들은 바 없습니다. 다만, 정해진 용적내에서 갑판을 키운다는 선택지는 결국 탄약고, 연료탱크, 거주환경등의 희생을 동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F-35B만을 위해 설계했으니 기타 다른 면모로의 확장은 완전히 거세된 셈입니다.
이래서야 록히드 마틴과의 협상에서 협상력 발휘는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판매사는 갑이 됩니다. 특히 우린 영국등의 사례로 F-35B의 프로그램 코스트가 3000억에 육박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과연 이 핑계, 저 핑계를 댄다한들 F-35B만 바라볼 3만톤짜리 경항모는 저렴한 선택지가 될 수 없음입니다. 핵심이 되는 함재기를 싸게 구매할 수가 없으니까요.
선체 규모를 키운다면, 우린 여러가지 선택지와 협상카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영국의 QE2급 설계 내내 나온 결과는 동일합니다. "쇳값이 제일 싸다."
두번째로 전반적 시스템 구조 변경을 하겠다는 답변인데. 이건 사실상 CATOBAR를 언급함입니다.
앞선 선체 사이즈를 키우겠다는 구상 역시 이와 연관되는 것인데. 이건 사실상 항공모함을 단순히 F-35B만 날리고, 회전익 UAV나 날리겠다는 구상에서 벗어났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러니 시스템 구조 변경 = CATOBAR인 것입니다.
어차피 F-35B를 날리는 것이라면, 사이즈 변경이 필요 없습니다. 시스템 구조 변경도 전혀 필요 없습니다.
평갑판에서 활주해서 날리나, 스키드 점프대를 장착해서 날리나, 근본적 구조변경은 없습니다.
항공모함에 있어서 시스템 구조변경은 STOBAR인가? CAOBAR인가? 그 차이뿐입니다. 따라서 합참의 언급은 명징하게 CATOBAR항모로의 변용을 언급한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영국이 이미 시스템 구조변경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미 소개드린 바 있지만, 고정익 대형 UAV 운용을 위해 시범적인 사출기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제 항공모함에서 고정익 함재기와 작전을 함께 할 수 있는, 고정익 대형 고속 UAV운용능력 유무는 현대전에 적응하냐? 못 하냐를 가늠하는 잣대입니다.
미해군이 1000해리 작전능력을 갖추려하는데, 그건 당연히 우리 해군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법칙입니다.
아울러 함재기를 KF-21N까지 고려하겠다는 태도가 현실성을 가지려면 사출기는 어쩔 수 없는 선택지입니다. FA-18E/F가 STOBAR 이륙능력을 실증하였다는 실례가 KF-21N이 STOBAR운용이 가능하다는 실례가 될 수는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KF-21의 형상은 함재기로서 적합한 형상이 아닙니다.
주익 앞전각부터가 40도로 예리합니다. 가로세로비 역시 2.7수준으로 아는데, 이 정도면 사실상 델타익 전투기의 주익에 해당될 정도입니다. 양력을 일으키는데 유리한 구조가 아닙니다. 심지어 저 라팔조차 주익 앞전각이 43도입니다. 그런 라팔이 사출기 힘을 빌려 운용되고 있습니다. 라팔보다 무겁고, 라팔보다 주익 앞전각이 예리하고, 주익면적 역시 좁은데, STOBAR로 운용하겠다? 넌센스죠.
KF-21의 주익형상은 F-35A/B의 그것과 꽤 유사합니다. 주익면적은 거의 동일하고, 앞전각이 35도인 F-35A/B대비 둔한 40도인 것을 제외하면 가로세로비와 면적 모두 사실상 거의 동일합니다. 하지만 F-35C의 경우 주익이 더욱 더 크게 확장되었습니다. 주익면적이 45%정도 증대한 모델이지요.
이를 통해 추론할 수 있는 건, 실질적으로 KF-21의 형상을 C모델 이상으로 대폭변경해야 활주이륙이 가능함을 뜻합니다. 그리고 형상변경의 정도가 심할수록 개발비는 올라가고, 당연히 경제성은 감축될 겁니다.
또한 이미 F-14등의 예에서도 볼 수 있지만, KF-21의 엔진 추력을 크게 개선할 수 없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고, 익면적, 후퇴각이 모두 작아 양력발생이 작으면, 이륙속도는 높아야 하고, 이륙속도가 높아야 하면, 이륙중량은 줄어들고, 엔진은 풀쓰로틀이 되니, 항모의 생존성 확보가 난망하고, 함재기 운용비와 가동률도 악영향이 갑니다. 간단히 말해 그냥 사출기 쓰는 게 낫단 말입니다.
제 개인적으로 KF-21N의 주익형상을 대폭 변경하고, 그에 따른 개발비 증가, 개발기간 증가를 택하면서까지 EMALS와 같은 전자사출기를 대체하는 게 저렴한가? 라고 한다면 결코 저렴하지 않다고 봅니다. 합참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고, 아마 자료를 제공했을 KAI도 같은 생각일 것입니다. 큰 형상변경 없이 함재기로서 변용하자면, 결론은 사출기의 부착이 필수적입니다.
선체 크기에 묶여서 함재기를 이리 뜯고, 저리 뜯겠다는 구상자체가 비현실적이고, 비경제적인 방법입니다.
기본적으로 항공모함은 함재기가 전부입니다. 함재기에 맞춰 선체 구조를 변경하는 게 가장 저렴합니다.
즉, 함재기 30~40기의 설계를 변경하는 비용보다 선체 그냥 크기 키우고, 구조 변경하는 게 더 저렴하단 뜻입니다.
사출기가 부착되고, 선체의 크기가 늘어난다는 뜻은 사용자 선택의 여지가 커진다는 뜻과 동일합니다.
이제 선택지가 KF-21N, F-35B, F-35C, 라팔M, FA-18E/F까지 넓어지게 됩니다. 프로그램 코스트가 3000억이 넘어가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과 천양지차입니다. 과연 F-35B만을 위한 선체를 3만톤 고집해가며, 쇳갓 아껴 상대적인 푼돈 깎는 게 최선일까요? 함재기 비용에 비하면 2~3만톤 쇳값은 그야말로 푼돈에 불과합니다.
경쟁을 통해 함재기 조달 예산을 절감하고...
이와 동시에 나날이 영향력이 커지는 국내 방산업체를 사업의 우군으로 둘 수 있음입니다.
이건 단순히 선택이 아니라, 환경적응의 문제입니다...
아울러 EMALS와 같은 전자식 사출기 적용을 위해선 통합전기추진 방식이 필수적이 되는데.
이걸 단순히 비용이라 생각할 순 없죠.
미래 해상전투병기에 있어 전력사용량 증가는 피할 수 없는 대세입니다. 당장 눈앞만 보면서 통합전기추진방식은 비싸서, 신뢰성이 없으니까 50년은 쓸 함체에 적용하지 않겠다? 그게 바로 눈앞만 보고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안입니다.
레이저를 이용한 해상요격체계, 레이더의 고출력화, 각종 자동화체계에 의한 전력 이용량 증대, 추가적인 디바이스로 인한 전력소모등. 그때마다 발전기 추가해서 대응한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아울러 해외군사기지가 전무한 한국해군에게 있어, 통합전기추진방식이 가지는 의미는 단순히 전기 많이 쓰는 것만이 아닙니다. 연비의 증대로 보급소요를 줄일 수 있고, 항공유 비중을 늘려 작전기간을 늘릴 수가 있습니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있을까요?
합참의 생각에서 엿볼 수 있는 건...
선체 규모를 키워, 미래 확장성을 확보하고,
항공모함의 함재기 선택의 여지를 늘려, 함재기 도입사업에 있어 예산의 효율성을 기하는 것.
E-2D와 같은 플랫폼 확보로 단독작전능력의 완전한 구비.
고정익 UAV운용능력을 확보하며, 미래전에 대응할 수 있는 확장성 확보를 동시에 노리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합참 생각을 보면 어차피 장기소요입니다. KF-21N이 등장할 시점까지 사업을 끌고간다는 뜻입니다.
전 차라리 환영합니다. 어설픈 물건 급하게 가져봐야 이도저도 아닙니다. 특히 지금은 미국, 영국, 프랑스등의 항공모함 페러다임이 바뀌는 시대입니다.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쓰는 것이 현명한 시대지요.
1960년대에 개념 확립된 현행 항공모함 플랫폼이 저물어가는 시절에 뭐하러 급하게 굴어야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