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둥, 수빅, 다롄 … 현지 조선소는 왜 무덤이 됐나
10여년 전 국내 조선업계에는 해외진출 붐이 일었다. 비좁고 비싼 국내만 벗어나면 싼값에 넓은 부지를 활용하고, 인건비도 낮출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해외조선소 중 대표적인 곳은 산둥조선소(대우조선해양), 수빅조선소(한진중공업), 다롄조선소(STX조선해양) 등 3곳이다. 하지만 이들 조선소는 지금 안녕하지 않다. 조선업 종사자들을 속칭 ‘막일’로 치부한 게 ‘안녕하지 않은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현지 조선소가 안녕하지 않은 이유를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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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다롄조선소 역시 10년도 채 되지 않은 2013년 가동이 중단됐다. 통째 매각을 하려 했지만 아무도 사가는 이가 없었다. 결국 시설들을 다 쪼개서 매각하고, 현재는 거의 폐허가 됐다.
이쯤 되면 조선업계에서 “해외에 조선소를 지으면 반드시 망한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대우조선해양 산둥조선소의 미래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한진중공업의 수빅조선소와 STX조선해양의 다롄조선소는 투자금 한푼 건지지 못하고 무너졌으니 말이다. 이들이 실패한 이유는 과연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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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조선소 근무 경험이 있는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해외에 조선소를 지었던 가장 첫번째 목표는 낮은 인건비를 이용한 원가경쟁력 확보다. 두번째는 이런 값싼 인력을 이용한 최대 생산성 확보다. 그런데 두번째에서 대부분 실패했다.”
쉽게 말해 수주를 받으면 가격 경쟁력이 있는 해외 조선소에서 바로바로 만들어 납품해야 돈이 되는데, 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니 경쟁력을 잃었다는 얘기다. 앞서 사례로 본 조선소들이 바로 그런 유형들이다.
예컨대, 2011~2012년 다롄조선소의 생산능력은 STX조선해양의 절반도 채 안 됐다. 그나마 가장 생산능력이 가장 좋았을 때가 40.6% 수준이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생산능력이 꾸준히 개선되던 상황이었고, 궤도에 완전히 올라오지 못한 채 무너져서 쉽게 말하긴 어렵지만 생산능력이 월등히 낮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산둥조선소도 다르지 않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조선소를 지은 지 5년이 지나도록 생산능력이 따라오지 않아 ‘국내 본사 조선소의 40% 수준이라도 따라잡자’는 게 산동조선소의 최대 목표가 됐을 정도”라고 말했다. 수빅조선소도 마찬가지다. 비좁은 부산 영도조선소의 연간 생산능력이 강재처리량 기준으로 평균 90만~100만톤(t)이었던 데 반해 수빅조선소는 20만~30만t이 전부였다.
설비와 시간만 투자하면 생산능력이 자동적으로 따라올 거라 오판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현대미포조선의 베트남 비나신조선소는 주목할 만하다. 현지 업체와 합자회사로 수년간 운영한 후 10년 전 인수했다. 현재 비나신조선소의 배 1척당 평균 건조기간은 2.32년으로 울산 본사의 2.16년과 맞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산능력이 성패의 관건이라는 방증이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실 배는 숙련공이 다 만든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니 회사가 아카데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그 역할을 제대로 해도 현지 사람들은 우리 맘 같지 않다. 게다가 말도 잘 안 통하잖나. 생산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해외조선서의 패망 이유를 곱씹은 그는 말을 이었다.
“수빅조선소의 경우 노동자들이 며칠 일하다가 일을 안 나온다. 놀러가는 게 아니다. 은행에서 돈 찾아서 집에 갖다 주려고 그러는 거다. 이해가 안 되는 현지 문화다. 결국 회사 앞에 ATM기를 쭉 설치해놨는데 그것도 안 통한다. 빚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카드를 빚쟁이한테 담보 잡힌 이들, 회사 안전화를 주면 팔아먹고 슬리퍼 신고 오는 이들도 숱하다. 이런 이들을 키워 숙련공을 만든다는 건 도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회사가 나라 문화를 죄다 바꿔야 하지 않는가.”
조선업은 ‘기술’과 ‘숙련공’이 없으면 제아무리 현지에서 가격경쟁력을 갖춰도 성공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선 조선업을 ‘막일을 하는 업종’으로 치부한다. 그래서인지 조선업계 연구개발비용은 매출의 1%도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술개발과 숙련공은 멀리하고 인건비만 줄여 돈을 벌겠다는 전략이 통할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