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무-4 의 탄두는 물론이고 미사일 자체에 대해서도 사진 1 장 발표되지 않을 정도의 기밀사항이라서 정부의 몇 마디 발표밖에 공개된 정보가 없습니다.
온갖 사족을 덧붙여서 기사들이 나오는데, 이런건 그냥 흘려들어야 할겁니다. 뜬금없이 정치적 해석 난무 ?
그래서인지 특히 탄두의 지상 충돌 속도와 관련하여 많은 의문이 생기는데요,
저도 예전에는 마하 5 정도 심지어 마하 2 ~ 3 정도까지도 감속할 걸로 생각했었거든요.
일단 여러가지 가능성을 하나씩 차근차근 살펴보려 합니다.
[ 극초음속 무기 동향 ( https://gasengi.com/main/board.php?bo_table=military&wr_id=578922 ) ] 에서 썼듯이 마하 10 급의 탄두들은 목표물과 충돌할 때 급격한 충격 가속도를 견딜만한 신뢰성 있는 [신관+작약] 을 만들기 곤란한 탓인지 거의 다 운동에너지만으로 목표물을 파괴하는 경향입니다.
뚫고 들어갈 깊이가 깊지 않을 경우 운동에너지만으로 충분하겠고요.
( 항공모함 대상으로도 충분 )
이는 날개안정분리철갑탄 ( https://namu.wiki/w/%EB%82%A0%EA%B0%9C%EC%95%88%EC%A0%95%EB%B6%84%EB%A6%AC%EC%B2%A0%EA%B0%91%ED%83%84 ) 의 설계사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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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현무-4 탄두가 운동에너지만 쓴다면 논쟁할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그냥 마하 10 의 속도로 지면과 충돌해서 뚫고 들어가면 되죠.
탄두가 다 부서진다는 말도 있지만, 충분한 직경과 갈이를 갖는 2 톤 이상의 중금속 덩어리가 형태를 잃기 전에 이미 충분히 파고 들 것입니다.
( 형태를 잃지 않는다는 것은 찌그러지기는 하지만, 산산조각나지는 않는다는 의미 )
마하 10 에서 충분한 정밀도를 내기 힘들다는 점도 문제겠지만, 10 미터 단위 오차를 보이더라도 문제 없습니다.
벙커 끝자락에서 10 미터 이상 벗어난 곳을 타격한다해도 위에서부터 아래로 구멍이 뚫리는데,
건물 붕괴의 사례를 봐도 그 정도면 그 근처가 연쇄적으로 다 무너져 내릴테니까요.
즉사하느냐 잔해에 깔려죽느냐 차이입니다.
지하 100 미터급의 벙커는 위에 엄청난 질량이 내리누르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겠죠.
일단 현무-4 탄두는 중금속 덩어리 외에 소량의 작약도 있다고 하지만,
이 작약은 뚫고 들어갈 수 있는 깊이 즉 관통력과는 상관없고,
뚫고 들어간 후 파괴력을 확대하는 것이라 봐야 할겁니다.
따라서 불발된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말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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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벙커버스터인 GBU-57 이나 타우러스를 봐도 지상에 무조건 닥치고 충돌하지는 않습니다.
지상 충돌 직전 소량의 작약을 폭발시켜서 지면을 어느 정도 무르게 만든 후 뚫고 들어가죠.
이는 충돌 순간의 충격 가속도를 줄여줘서 ( 충격 완화 )
신관 시스템의 신뢰성을 깍아먹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 나은 관통 능력을 보이게 됩니다.
자동차 충돌 시험장에서 단단한 벽에 부딪힌 차는 엔진룸이 완전히 찌그러지지만,
철근 콘크리트가 아닌 일반적인 건물 벽에 부딪힌 경우는 벽을 그냥 뚫고 들어갑니다.
충돌시 속도가 문제가 아니라 가속도가 문제인 것이죠.
이는 EFP - 폭발성형관통탄 ( https://namu.wiki/w/EFP ) 의 설계사상이라 할 수 있겠고요.
지면 충돌 직전에 EFP 가 터져서 지면을 무르게 만들고
운동에너지로 땅 속을 파고 들어가서
최종적으로 목표 지점에서 작약 (고폭탄) 을 터트려서 파괴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벙커버스터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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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무-4 의 탄두는 앞 부분에 근접신관 ( https://namu.wiki/w/%EA%B7%BC%EC%A0%91%EC%8B%A0%EA%B4%80 ) 이 달린 폭발성형관통탄이 있고,
그 뒤는 톤 단위의 무지막지한 중금속 덩어리가 있고,
그 뒤에 일반적인 고폭탄과 꼬리날개가 있을 것입니다.
GBU-57 의 구조와 별 차이없는거죠. 사실 달리 설계할 이유도 별로 없습니다.
과연 마하 10 에서도 문제없을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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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신관은 마하 30 의 속도라도 문제없습니다.
충돌하는 충격이 가해지기 전에 폭발하니까요.
물론 충격신관을 쓴다면 마하 10 에서 안 되는 것 맞습니다.
그런데 충격신관으로는 충돌전에 터져서 땅을 무르게 만든다는 목적을 전혀 달성할 수 없습니다.
동작한다 해도 이미 땅 속을 파고 들면서 파괴된 후에야 폭발하려고 할테니까요.
폭발성형관통탄은 목표물의 20 미터 위에서 터져도 탱크 윗뚜껑을 땁니다.
지상과 거리를 재서 적절한 시점에 터지기만 하면 되죠.
현무-4 미사일 시험발사중 1 기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실패했다는 말이 있는데요.
이것 때문에 감속하는데 실패한 것이 아닌가란 추측도 말 되긴 합니다.
그런데 마하 10 의 속도면 20 미터를 0.006 초만에 주파합니다.
지상에서 약간의 높이가 있는 위치에서 폭발성형관통탄을 터트려야 하는데,
탄두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뒤늦게 지상에 충돌할 시점에서 신관이 동작하려보니,
이미 근접 신관이고 뭐고 다 박살난 후라서 터지질 못 했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폭발성형관통탄이 터지지 못 했기에 관통력을 깍아먹고,
충격 완화를 못 해서 탄두 후미의 고폭탄 신관도 오동작(?)했다는 의미로 보이는군요.
감속해야 할 것을 못 했다는 얘기가 아니라,
설계시 가정한 속도보다 빨랐다는 얘기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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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마하 10 속도를 내고는 일부러 감속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 관통이 목적일 경우 그렇다는 얘기 )
마하 5 로 감속하면 1/4 의 운동에너지,
마하 2.5 로 감속하면 1/16 의 운동에너지입니다.
운동에너지 크기는 관통력과 직결되는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마하 5 아래 속도라면 그냥 현무-2 에서 하듯이 하면 그만인데,
장거리 미사일도 아닌데 몇 톤짜리 탄두를
군용 인공위성 궤도보다 훨씬 높은 고도 500 ~1000 km 까지 바득바득 올려서
고온을 견뎌야 하는 재돌입씩이나 하면서 마하 10 까지 가속한다고요 ? 말이 안 됩니다.
이 정도 고도로 올라가면 탐지/요격이 상대적으로 더 쉽습니다.
마하 10 은 쉽진 않아도 요격 가능한 수준이죠.
벙커버스터 목적이 아니라면 현무-2 처럼 해야 합니다.
벙커버스터 목적인 경우에도 탄두 부서질까봐 걱정되서 마하 5 이하 속도로 감속할 것이라면 애초에 마하 10 까지 올려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현무-2 처럼 하면 불필요하게 속도 올릴 필요도 없고, 그렇게 높은 고도에 올라갈 필요도 없어서 요격 당할 가능성을 더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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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과 근접 감지하는 센서는 레이더/적외선/광학식 어떤 것이든 문제없습니다.
단순히 지표면과 거리만 재는 것이 아니라,
목표물을 확인하고 경로 조정하는 시커 기능까지 갖추면 금상첨화겠고요.
물론 위에 말했듯이 시커 기능이 필수는 아닙니다.
지표면과 거리 측정은 적절한 타이밍에 폭발성형관통탄을 터트리기 위해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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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두 선두의 폭발성형관통탄이 터지고 난 후에는
톤 단위의 무지막지한 중금속 덩어리가 땅 속을 파고 들어가는데요.
조그만 총알조차 음속을 넘는 속도에서도 좀 찌그러질 뿐 형태를 잃지 않고 목표물을 파고 듭니다.
( 납 총알이냐 텅스텐 총알이냐도 차이 나겠죠 )
직경 1 미터, 길이 몇 미터 수준의 중금속 덩어리가 그리 쉽게 형태를 잃지 않습니다.
신의 지팡이 ( https://namu.wiki/w/%EC%8B%A0%EC%9D%98%20%EC%A7%80%ED%8C%A1%EC%9D%B4 ) 는 작경 0.3 미터, 길이 6.1 미터밖에 안 되는데 마하 30 의 속도로 지상과 아무런 사전 조치없이 무식하게 충돌합니다.
현무-4 탄두는 신의 직경에 비해 10 배 정도 단면적을 갖지만,
속도가 1/3 밖에 안 되고 충격 완화까지 하므로,
형태 유지 측면에서 그리 불리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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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탄두 후미의 고폭탄과 꼬리날개가 있네요.
꼬리날개는 땅 속을 파고 든 후는 파괴되었거나 말았거나 상관없고요.
지상과 충돌이 감지된 후 몇 미터 깊이 이동했나만 측정하면 그만입니다.
땅 속에서 경로 수정은 가능하지도 않고, 굳이 할 필요도 없죠.
기껏해야 수십, 수백 미터 깊이 이동 측정은 휴대폰에 들어가는 수준의 가속도/자이로 센서로도 충분합니다.
( 파고 들어갈 깊이 설정도 가능하다는 의미.)
물론 휴대폰용보다는 최대 가속도 측정 범위가 더 큰 센서 칩을 써야 할 것입니다.
[ 중금속 덩어리 - 충격 흡수재 - 가속도/자이로 센서 - 충격 흡수재 - 놔관&고폭탄 ] 과 같은 구조로 만들면 됩니다.
가속도/자이로 센서와 고폭탄 사이는 충분한 길이의 연선으로 연결하고요.
( 가벼울수록 충격과 가속도에 더 잘 견딤. 속도가 얼마든 연선의 강도는 문제가 안 됩니다. )
총알이 아주 납작할 정도로 찌그러져도 뒷면은 멀쩡하고,
자동차 엔진룸이 박살나도 에어백이 동작하면 살아남을 수 있죠.
지상 충돌시 충격 완화에 덧붙여 충격 흡수재의 도움으로
간단하기 짝이 없는 센서 칩 정도는 무사히 살아남습니다.
만약 탄두 선두의 폭발성형관통탄이 터지지 않았다면,
지상 충돌 순간 가속도/자이로 센서의 측정 범위를 넘는 값이 나와서
마치 영점이 틀어진 것과 같은 결과가 됩니다.
땅을 무르게 하고 충격 완화시키는 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목표 지점까지 파고 들지 못 해서 아예 터질 생각 안 했을 수도 있고,
파고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위에 말한 이유로 도달하지 못 한 것으로 파악해서
터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속도가 빨라서 불발되었다는 의미가 이런 것이겠죠.
약간의 속도 차이라도 폭발성형관통탄이 터지지 않아서 오동작(?)을 부를 수 있습니다.
이는 앞으로 더 넓은 조건 범위를 가정해서 설계 최적화를 하면 될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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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말한 제 생각이 어느 정도 사실과 부합할지는 모르겠군요.
다만 이렇게 설계되었을 경우 기술적으로도 모든 것이 설명될 수 있다는 말을 끝으로 마치려 합니다.
ps. 폭발성형관통탄이 아니라 성형작약탄 ( https://namu.wiki/w/%EC%84%B1%ED%98%95%EC%9E%91%EC%95%BD ) 을 썼을 수도 있는데, 이 경우 효과는 비슷하겠지만 근접 센서의 정밀도와 폭발 타이밍이 훨씬 우수하지 않을 경우 별 효과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위에 말한 오동작(?) 가능성이 더 높아지다는 얘기가 되겠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