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기수열외로 대표되는 고질적인 왕따 현상은 군이 병영문화 선진화를 위해 획기적인 조치를 서둘러 시행해야할 때입니다.
병영문화 개선 관련 글인데 동감하는 바가 있어 퍼왔습니다.
12-13년 전 육군에서 중대장으로 부임해 가장 신경이 쓰였던 것은 병사들만의 세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들여다보니 간부들이 모르는 병사들만의 세계는 온갖 악습이 존재하고 있었다.
병장은 대장위의 계급이고 하나님과 동급인양 독보적인 존재로 군림하며 병장 아래인 상병을 혼내는 것만으로도 온통 공포분위기를 조성한다.
상병은 중간 관리자, 일병은 행동대원이다. 이병은 제대로 적응할 수 있는지? 적응 못하는 왕따 후보인지? 심판받는 계급이다.
간부들이 안 보는 곳에선 한마디로 병들끼리 중대장, 소대장을 다 해먹는다.
이게 무슨 군대인가 싶었다.
그래서 소대와 분대를 명확하게 새로 편성을 하고소대장(선임하사)과 분대장에 의해서 모든 지시와 감독이 되도록 하며 병사들 상호간에는 일체의 지시를 하지 못하게 했다. 병장들은 난리가 났다. 중대장님의 지시를 철회해 달란다.
“우리 고참 들이 나서지 않으면 부대가 제대로 안돌아 갑니다. 우리 신병 때는 안 그랬는데 요즘 애들은 어리버리해서 일일이 간섭하고 가르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합니다”라며 자기들 기득권을 지키려고 했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그래 일리 있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지도를 분대장이 하라는 것이다. 분대장외에 다른 병사들이 중구난방으로 지도하면 중대장의 지휘의도가 빗나갈 수 있고, 무엇보다 책임관계가 불명확한 지시를 해서는 안 된다”고 설득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조치가 빛을 발했다.
타 중대에까지 소문이 났고 우리중대가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대대장님과 연대장님으로부터 칭찬도 들으며 병영문화선진화 중대로 표창도 받았다. 무엇보다 우리 중대원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핵심은 간부들이 병사들 세계를 알려고 노력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병사들만의 세계가 있도록 방치하는 것은 악습 방조죄다. 분명한 위계질서를 세워주고 그 틀 속에서 움직이게 하면 병영 내 악습은 분명히 근절될 수 있을 것이다.
군대 악습 참고 사진 (러시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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