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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1-02-14 14:48
[기타] 한국의 구축함 소나용 트랜스듀서(TR-208) 개발 비화
 글쓴이 : 노닉
조회 : 2,886  


1984년에 시작한 구축함 소나용 트랜스듀서(TR-208)의 모방개발 과정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당시 연구소는 자체적으로 기본 설계할 능력이 부족했고, 군 운용 중에 고장난 센서 정비를 담당하던 해군 정비창의 소나반에 찾아가 폐기됐거나 노후화된 TR-208 트랜스듀서를 가지고와 조심스럽게 분해하고 각종 특성을 측정해 그대로 제작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모방개발이라 개발이 용이한 점도 있었지만 어려운 점 또한 많았다. 우선 운용 중인 기존 함정의 소나 돔에 장착해야 하니 치수와 무게를 변경할 수가 없었고, 운용 중인 SQS-23 소나 세트 송신 전력 증폭기의 주파수별 출력 임피던스 커브를 그대로 재현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TR-208 트랜스듀서의 내부 구조에 관한 도면이 없었을 때의 일이다. 기계톱으로 견본품 TR-208 트랜스듀서의 중간 부분을 원주 방향으로 자르면 고무 외장 밑에 종 모양의 철제 하우징이 나오고, 그 속에 지금은 널리 알려진 구조이지만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샌드위치형 진동체가 나온다. 종 모양 철제 하우징의 크기는 샌드위치형 진동체가 삽입되기에는 적당한 크기지만 전체 트랜스듀서의 길이보다 약 10Cm 정도 짧았다. 당시 연구원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이 10Cm 정도 길이 부분은 선체의 진동 및 잡음이 트랜스듀서에 유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고무 성형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얼마 후 철제 하우징의 정확한 도면을 작성하기 위해 철제 하우징의 윗부분 즉 고무 성형체의 아래 부분을 절단하고 보니 고무 성형체 내부에 또 다른 무언가가 발견됐다. 더욱이 그것은 고무 성형체 내부에 에폭시 재질로 추가 성형이 되어있어 정체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분해를 하고, 여기저기 자료를 조사해 보니 그것은 샌드위치형 진동체와 송신 전력 증폭기간의 임피던스 정합을 위한 임피던스 정합 트랜스포머였다.


또 한 가지 웃지 못할 안타까운 이야기가 있다. 견본품의 분해를 여러 번 하다 보니 샌드위치형 진동체의 한 쪽 부분인 전면추와 압전 세라믹의 접합 부분에 어떤 것은 반원 모양의 홈통이 전면추에 있는 것이 있었고, 어떤 것은 없는 것이 발견됐다. 모든 것이 생소했던 당시로서는 이와 관련된 정확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진동체 내부 공간이 밀폐될 경우 발생하는 음향신호가 왜곡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고, 진동체 조립 시 사용되는 에폭시가 경화할 때 발생하는 가스를 진동체 외부로 배출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신라 봉덕사의 종도 종 밑부분이 지면에서 적절한 높이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소리가 아름답게 전파되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그 원리가 아니겠느냐 는 주장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지만 정답은 오리무중이었다. 임피던스 정합 트랜스포머와 같이 이론적 기술 자료에 설명돼있는 것은 금방 적용할 수 있었지만, 도대체 이 홈통을 무슨 이유로 만들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중 견본품의 제작 일련번호를 살펴보니 후기에 만들어진 것은 홈통이 있고, 전기에 만들어진 것에는 없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일단 나중에 만들어진 것에 적용이 됐으니 우리도 일단 적용하고 보자는 의견에 따라 전면추에 홈통을 설치했다. 약 1년이 지난 1985년 초 개인적인 채널을 통해 획득한 TR-208 트랜스듀서의 미 해군 사양서를 확보하고 나서야 그 홈통의 정체를 알게 됐다. 트랜스듀서 사용 시 온도 변화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내부 결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트랜스 듀서 조립 시 내부 공기를 제거하고 건조 질소를 삽입해야 하는데, 진동체의 내부에도 질소를 주입하기 위해 전면추에 홈통을 설치해야 하는 것이었다.


이 밖에도 트랜스듀서 내부의 고무 부품을 개발하기 위해 영세 고무 공장을 찾아가면 늘 견본 고무 재질을 칼로 베어 불을 붙인 후 냄새를 맡아보고 재를 비벼 견본품 고무의 종류를 알아내던 당시의 현실, 음향센서 재료를 특징짓는 재료의 음속이나 음향 임피던스를 이야기하면 어디 다른 나라 사람을 보는 듯 바라보던 재료 생산 및 판매 업체 종사자들의 표정, 현실을 소외시한 우리의 무지한 접근 방식, 진동체의 조립에 소요되는 에폭시를 조사하던 중 세상에 에폭시의 종류가 그렇게 많았던가 하고 놀랐던 일 등 무지에서 출발한 트랜스듀서 진동체의 개발 과정에는 수많은 잊지 못할 에피소드들이 있다.


출처 : 무기의 탄생, 그 결정적 순간들


https://blog.naver.com/jhst3103/221447522318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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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팔이 21-02-14 14:56
   
무기 선진국들의 우수한 무기체계를 보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와 예산과 시간이 투자되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떡국 21-02-14 16:58
   
아날로그 디바이스라서 더 역설계하기가 어려웠을 것 같네요.
자작 진공관으로 오디오 음질 개선하는 거랑 진배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