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의 브리핑과 국방부의 중기계획 발표 이후 언론은 한국형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 대한 온갖 장밋빛 기사를 쏟아냈다. 일부 언론은 2025년 건조해 영해를 지킨다는 소설을 써 내보내기도 했고, 어떤 언론은 프랑스의 바라쿠다급 잠수함을 한국이 수입한다는 근거 없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모두가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 대한 달콤한 꿈을 꾸던 10월 초순 동아일보가 청천벽력 같은 기사를 내보냈다. 9월 극비리에 방미한 김현종 차장이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는 물론 핵무기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에너지부와 상무부 관계자를 만났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에 핵연료 공급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 들어가는 원자로는 가압 경수로(PWR·Pressurized Water Reactor)로 반드시 농축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해야 하는 구조다. 한국은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라 자체적인 우라늄 농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원자력발전에 사용되는 농축우라늄 핵연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이 한미원자력협정을 통해 한국의 우라늄 농축을 막는 이유는 간단하다. 농축우라늄으로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연 상태의 우라늄은 핵분열이 어려운 우라늄 238이 대부분이고, 핵분열 물질인 우라늄 235 비율이 0.7%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핵분열 효율을 높이려면 이 비율을 일정 수준까지 높여야 하는데, 이것을 우라늄 농축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상업용 원자로에 들어가는 농축우라늄은 우라늄 235 비율이 5~20% 수준까지 올라가는데, 원자로는 이러한 저농축우라늄(LEU·Low-Enriched Uranium)으로 핵분열 연쇄반응을 유도하고 감속재 등을 이용해 핵분열 속도를 제어함으로써 안전성을 유지하면서 에너지를 얻는다.
우라늄을 더욱 농축해 우라늄 235 비율을 90% 이상까지 높인 고농축우라늄(HEU·Highly Enriched Uranium)은 핵분열 연쇄반응을 감속하지 않고 다양한 장치를 이용해 가속시켜 폭발적 에너지를 만들어내는데 이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원자폭탄이다.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한국은 미국과의 원자력협정은 물론,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우라늄 취급 전 과정에 통제를 받고 있다. 앞선 정부에서 이 협정 일부를 개정해 20% 미만 저농축우라늄 농축에 대한 길을 여는 데 성공했지만, 여기에는 ‘미국의 승인’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 즉, 한국의 우라늄 농축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협정과 협약에 의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한국이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기 위해서는 핵연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국내 상업용 원전에 들어가는 저농축우라늄을 가져다 쓰면 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하지만 이는 관계 법령과 원자로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