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Light Armed Helicopter)는 현재 육군이 운용 중인 500MD와 AH-1 코브라 공격헬기를 대체하기 위한 무장헬기 개발사업이다. 사업의 핵
심은 무장통합에 걸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5년 체계개발이 시작된 이래 LAH는 순수 독자 기술로 무장통합이 진행됐으며, 지난 12월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을 획득하면서 결실을 보았다.
KAI는 2012년 LAH 탐색개발을 통해 미국과 유럽에서 운용 중인 공격헬기의 사례와 육군에서 운용 중인 AH-1S 코브라의 시스템 분석을 통해 무장 및 사격통제 시스템 개념 설계를 완료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론을 배경으로 개발한 것으로 실제 무장통합 시 LAH에서 요망하는 설계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냐는 물음표였다. 기존의 TA-50, FA-50 무장시스템은 록히드마틴과 공동으로 개발이 이루어진 반면, LAH는 순수 독자 기술로 무장시스템 개발 및 통합을 수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LAH에 통합이 이루어진 주요 무장으로는 20mm 터렛형기관총, 70mm 무유도로켓, 그리고 국산 공대지미사일 ‘천검’ 등이었다.
무장통합의 과정이 독자적으로 이루어진 만큼 무장을 운용하기 위한 무장 및 사격통제 시스템 개발 역시 다른 과정을 거쳤다. 기존의 항공전자 시스템은 시스템 설계 및 구성품 개발 → SIL(SystemIntegration Lab) 통합 → 지상시험 → 비행시험으로 이루어진다. 무장/사격통제 시스템의 통합은 시스템 설계 및 구성품개발 → 시뮬레이션 → SIL 통합 → 무장통합벤치 발사시험→ 항공기 지상시험 → 비행시험 → 실무장 발사시험으로 이어지는 긴 여정 속에서 여러 단계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무장통합은 단순히 제어하는 대로 무장이 발사된다는 것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실제로 무장이 항공기로부터 발사되거나 투하될 때 항공기의 안정성이나 승무원의 안전에 문제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LAH는 지난 해 육군 비승사격장, 국과연 안흥시험장에서 총4차례에 걸쳐 무장통합벤치를 이용한 실무장 발사시험을 수행했다. 무장통합벤치 발사시험은 이론적으로 설계과정에 적용했던 내용을 비행시험 전 지상에서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 항공기를 지상에서 비행자세에 맞게끔 기체구조물을 제작하여 그 위에 항공기를 올려놓고 무장발사를 시험해보는 형태를 말한다.
무장통합벤치 시험에서는 항공기가 실제 비행을 하지 않을 뿐이지, 항전장비 등 항공기의 모든 시스템이 연동되고 지상과 이격된 상태에서 무장시험이 진행되는 등 최대한 비행 시와 유사한 환경에서 무장을 시험해 볼 수 있다. 이렇게 항전장비와 무장계통을 연동시켜봄으로써 결함이나 안전저해 요소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KAI는 무장통합벤치 발사시험을 통해 무장통합 및 사격통제 시스템 설계가 안전위해 요소 없이 제대로 이루어졌음을 입증했다. 그리고 이러한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을 획득할 수 있었다.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이란 항공기처럼 개발에서 생산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경우 군전력화 일정 등을 고려해 연구개발 종료 전 양산 착수를 위한 중간의사결정 절차다.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으면, 이후 후속 개발시험평가를 실시해 ‘전투용 적합’ 여부를 최종 판정한다.
이에 따라 LAH는 2020년 9월부터 후속 개발시험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LAH의 진짜 시험대는 바로 이 후속 개발시험평가다. 여기에는 실비행 무장시험, 미사일 경보레이더(MWR)와 레이더 경보수신기(RWR)와 같은 생존장비 성능 검증 등이 포함되어 있다. 무엇보다 핵심은 실무장 발사 비행시험일 것이다. 혹한기·혹서기를 포함한 긴 시간 동안 기관총과 무유도로켓, 천검의 무장 시험이 계획되어 있다. 내년 말 LAH의 개발이 완료되기 전까지 1년 이상에 걸쳐 국내의 다양한 시험장에서 발사시험이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일정 지연없이 순항하고 있는 LAH가 성공적으로 개발이 완료될 경우 많은 기대효과가 있다. 무엇보다 무장 및 사격통제 시스템의 통합은 타 플랫폼의 통합 개발에 적용해 국내의 성능개량이나 추후 공격헬기 개발에 소중한 자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해외 고객을 위한 무장형, 공격헬기의 시스템 설계, 통합, 검증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