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시창입니다.
오늘 써보려고 하는 건 파병에 관한 문제입니다.
에너지 수송로를 보호하기 위해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쪽, 혹은 국제적 지위(?) 향상과 확보를 위해 그래야 한다는 쪽도 있습니다. 아니면 우린 그래야 할 이유가 있다는 쪽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제 입장은 파병 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는 해둬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걸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느냐?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NO에 확실히 가깝습니다. 왜냐면 우리나란 기본적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무역국입니다. 어느 한 진영의 이익이 노골적으로 기여하거나 복무할 수가 없는 국가입니다. 우리나라의 핵심 이익은 어느 나라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음에 있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대한민국 제일의 가치이자, 최대의 전략적 이점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지요.
만약 우리나라가 중동에서 어느 한 세력에게 기울거나, 미국의 이해에 크게 경도된 전례가 있었다면 카타르가 수십조원 규모의 LNG운반선 프로젝트에 한국업체를 우선 고려했을까요? 혹은 카타르의 수십조원 규모 인프라스트럭쳐 프로젝트에 우리나라 업체들을 우선해서 끼워주었을까요?
최근 미국의 이란 제재에서도 우리나란 비교적 수월하게 관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이란으로 우리 일반 소비재가 들어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하다 못해 카타르를 제재하고 있는 아랍연맹의 맹주인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관계도 나쁜 상황이 아닙니다. 카타르에게 막대한 이권을 얻고 있음에도 사우디 아라비아는 한국을 제재하고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는 상황이고, 이 부분에 있어선 사우디 아라비아의 이해를 얻어낸 것이 분명한 상황입니다.
이것은 수십 년 동안 꾸준히 한국이 어떠한 꾸준한 행보와 위치를 고수했기 때문입니다.
정세 변동이 매우 활발한 중동국가들에게 있어 꾸준한 위치를 고수하는 한국이 그래서 신뢰감을 주는 겁니다. 미국의 이해에 몰입하거나, 어느 특정 세력 이익에 몰입해왔다면 절대 얻을 수 없는 위치이며, 이 위치 자체가 우리의 전략적 자산이자, 이해이기도 합니다.
이란 제재가 해제된다면 그래서 이란 시장이 열리게 된다면 우린 또다시 수혜를 입게 될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미국 이해에 따라 이곳 해로에 군함을 파견하고, 육상군을 파견하고, 공군을 파견했다면 얻을 수 없는 입지입니다. 누구 편을 들어 누굴 경제제재 하거나 소원하게 굴었다면 그 또한 마찬가지일 겁니다.
왜 이런 국제적으로 독특한 지위를 포기해야 되나요?
당연히 그래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대한민국이 전투병이 없고, 전투부대가 부족해서 역대 파병에 주로 공병, 의료에 주력한 것이 아닙니다. 상대국은 물론 주변국에게 위협적인 인상을 주지 않으며, 외교적 마찰을 줄이고, 입장을 이해시키기 위함입니다. 여기 게시판에서 항공모함의 전략적 위상을 설명하시는 분들도 반대로 생각해보시죠.
항공모함이란 그 전력적 가치에 비해 외교적, 전략적 위상이 매우 매우 큰 수단을 활용한다면 우리가 대외적으로 어떤 인상을 가지게 될 것 같습니까? 매우 공격적이고, 호전적이며, 야심이 큰 인상을 주겠지요. 실제 우리가 그 작전을 통해 어떤 규모의 이익을 가지게 되든 크나큰 인상을 끼치게 되며 여태까지 우리가 누리던 메리트는 금방 증발하게 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 프랑스나 영국은 이런 걸 몰라서 항공모함을 건조하고, 해외 원정능력을 키우는 것이냐?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습니다. 우리도 영국 놀이, 프랑스 놀이하자도 할 수 있어요. 일견 타당한 의견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제가 댓글로 지겹게 반박했었지만, 우린 그 두 나라랑 입장도 틀리고, 우선 영향력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 국가입니다.
일례로 프랑스를 볼까요?
지도에 표시된 국가들은 모두 프랑스의 옛 식민지이자 아직도 사실상 식민지 상태인 국가들입니다.
이른 바 세파 프랑이라 하여 프랑스의 경제권역에 속한 국가들입니다. 이들 국가들은 CFA 체제 관리권과 통화 송금권을 프랑스에 위임한 상황이며, 통화는 EU에 페그되어 있습니다. 중앙은행을 이용한 독자적인 환율 조정권과 통화발행능력도 없습니다. 수출을 하건, 수입을 하건 프랑스 파리의 금융시장을 통해 해야 하고, 예치된 화폐는 전부 프랑스 수중에 예치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 쪽 링크를 보시면 됩니다.
프랑스의 활발한 군사행동이 일어나는 주요 지역은 바로 저 프랑스 경제권역 하의 중앙아프리카 지역입니다. 옛날부터 프랑스의 약탈적 경제지배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치는 그 지역 말이죠. 프랑스가 무슨 군사행동을 하면 그걸 동경하기보다 그 본질부터 보는 시야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프랑스가 항모를 가지고, 군사력이 세니까 저 구역에 대한 영향력을 가진 게 아닙니다.
식민지 시절부터 보유한 기득권과 지배권을 지켜야 하니까 항공모함과 함대와 공군과 원정군이 필요한 겁니다. 가진 이권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군사력을 보유한 겁니다.
대한민국이 이런 기득권과 이권과 절대적 지배권이 있습니까?
없죠? 그런데 왜 프랑스의 예를 듭니까? 걸맞지 않는 소립니다.
그리고 중동 여러 국가들과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들이 유럽, 특히 프랑스, 영국 회사들의 진출을 항상 경계하는 겁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이런 영국, 프랑스를 추종해야 한다고요? 아니, 경쟁시장에서 이들 나라하고 똑같은 경계를 받아가며 경쟁에서 이길 경쟁력은 있고요?
제가 볼 때 정말로 평면적인 생각입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경쟁력은 적을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그것이 궁극적인 우리의 최고 지향점이자 최고의 외교적략적 강점입니다.
물론 이런 주장을 한다고 그럼 파병 하지 말자~란 말을 하는 건 아닙니다.
국제적인 사건에 우리 역시 우리의 롤을 수행해야 하고, 수행능력을 기르고 준비해야 마땅하겠지요.
그런데 그것이 상대방은 물론 그 주변국들에게 위협을 주고, 위압을 줘야 할 어떤 이유도 없으며, 궁극적으로 그것이 우리에게 부메랑이 되어 날아온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겁니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 예를 드는 건 그야 말로 최악의 예라는 거고요.
한국은 영국, 프랑스와 같은 옛 식민지도 없고. 그 지역들의 엘리트층을 쥐고 흔들고, 정권을 붕괴시키고, 필요하면 군사력을 파견해 무력으로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영향력과 기반과 시스템이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은 이런 역사가 없고, 이런 전례가 없으니 우리보다 노하우가 많고, 기술적 경쟁력도 높은 이들 나라를 경쟁에서 제낄 수가 있는 겁니다. 아직 전세계의 여러 저개발국들에게 우리가 어떤 인상을 줘야 할 지 너무나 답이 뻔하지요?
뭐가 우리 국익이고, 어떤 입장이 우리에게 제일 유리한 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는 우리한테 제발 해군을 길러서 자국 앞바다 지켜 달라고 말한 적 없습니다. 만약 우리 함대가 그네들 주변 해역을 해로 보호라는 이유로 왕복 한다면 우릴 어떻게 바라보겠습니까? 한 번이라도 그 파장을 생각해보고, 그 파장으로 인해 손상될 국익과 변하게 될 우리의 얼굴이 우리 지역을 벗어난 전세계에 어떻게 적용될 지 생각해 보셨나요? 아마 절대로 유리한 쪽은 아닐 것입니다.
이런 면을 생각해보고, 우리가 대외적으로 파견할 해외함대는 어떻게 건설하고, 어느 선을 지킬 것이고, 그 활용을 위해 어떤 기반을 마련해야 할 지 생각할 일입니다. 단지 항모가 있고 없고, 그 크기가 어쩌구 저쩌구는 종속변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해군에게 고정익 함상항공 세력을 부여하겠다는 건 탑에서 결정한 겁니다.
이미 이와 관련해선 미국과 외교적 거래가 끝났다고 봅니다.
아마 오키나와 부근 해역에서 일본이 만들어낼 함대와 조인트 해서 어슬렁 거리게 하려는 것이 미국의 목적일 겁니다. 저 역시도 딱 이 선까지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저는 제발 대한민국이 군사력을 공세적으로 호전적으로 굴리려는 시건방을 떨지 않길 바랄 따름입니다.
우리나란 통상무역국가입니다...
한 시라도 그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