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산업 같이 개발비가 천문학적이고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시장은 과점화되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항공기는 한번 도입하면 20-40년씩 쓰니 부품 수급도 중요한데다가 조종사 교육도 필요하니 많이 팔리는 기체를 사기 마련이라 네트워크 효과마저 작용하니 팔리는 기체가 더 잘 팔리게 됩니다. 한 번 안 팔리기 시작하면 더더욱 안 팔리고 천문학적인 개발비를 회수할 방법이 없으니 적자로 다른 곳에 합병될 수 밖에 없으니 필연적으로 시장은 과점화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수많은 항공기 회사들이 난립하다가 대부분 합병되고 지금은 소수만 살아 남은 상태이죠. 헬기만 하더라도 지금 남은 업체는 서방에는 시콜스키, 벨, AW, 유로콥터, 보잉 5개 밖에 없어요. 이미 산업이 과점화 될 정도로 고도화된 상태이면 상당한 출혈을 각오할 것이 아니라면 따라가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요. 이미 기존 업체는 누적 투자된 개발비만 수십조원에 이미 팔린 기체들과 네트워크 효과까지 가지고 있는데 꼴랑 몇 조원 개발비로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반도체 시장 생각해보면 되죠. 공장하나 짓는데 조단위인데 거기다 연구개발비까지 들여야 하는데 중국처럼 100조 넘게 적자 볼 것 각오할 것 아니면 진입하기 힘들어요. 한국도 선진국들이랑 기술 격차가 적던 산업태동기에 뛰어들었으니 여태껏 생존할 수 있었던거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과점화된 지금 뛰어들라고 하면 언감생심입니다. 후진국들 뿐만 아니라 독일 같은 나라도 키몬다 적자 감당 못 하고 그냥 포기했어요. 삼성이 치킨게임 벌여서 경쟁업체 고사시키는 것에서 보듯이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시장일 수록 경쟁도 치열하다 못 해 살벌합니다. 시콜스키가 덤핑쳐서 수리온 필리핀 수출 무마시켰던 것에서 보듯이 시장 진입 자체를 허용 안 합니다.
조선업이랑 비교하는 분도 있는데 조선업이랑 상황이 많이 다르죠. 애당초 안전문제 때문에 항공산업 기술장벽이 조선업보다 훨씬 높기도 하고 인건비 비중도 조선업이 훨씬 크죠. 조선업 시작할 때는 인건비도 낮아서 기술도입하고 부품 수입해서 저부가가치 선박부터 시작해서 점차 기술자립도도 올리고 부품도 국산화해서 LNG선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옮겨갈 수 있었지만 항공산업은 벌크선 같이 인건비 따먹기로 노려볼 저부가가치 시장이 존재하지도 않고 지금 우리나라 인건비가 선진국들에 비해 싸지도 않죠.
무기 국산화를 무슨 민족적 자존심으로 여기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 철지난 인종주의도 아니고 무기 국산화 못 한다고 열등민족인 것도 아니고 무기 국산화한다고 우등민족인 것도 아닙니다. 한국이 유럽 강소국들보다 인구는 더 많으니 우위인 산업이야 더 많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더 선진적인 나라도 평가 받는 것도 아니죠. 그 나라들도 나름 경쟁력 있는 부분을 가지고 있고 한국보다 잘 살기도 하고 민주주의 지수도 우리보다 높아 선진적인 사회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독일 키몬다가 파산했다고 게르만 민족의 우수성이 부정된겁니까? 독일 여전히 우리보다 우위인 산업이 더 많고 우리보다 더 잘 살고 국제적 발언권도 우리보다 큰데요.
게다가 키몬다 파산했다고 독일이 반도체 밸류체인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간것도 아니죠. 반도체 공장에서 쓰이는 노광장비 렌즈는 죄다 독일산이고 팹리스 반도체 회사들도 가지고 있고 생산공정에 쓰이는 화학품 생산 업체들도 반도체 밸류체인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있죠. 무기도 마찬가지로 협력개발 참여해서 지분 얻고 부품 납품 보장 받고 완성품 기술 이전받긴 힘들지만 특정파트라도 기술 이전 받아서 갈고 닦으면 됩니다. 무기는 완성품 없으면 부품 개발도 안 되는 것 처럼 얘기하는데 그럼 이스라엘은 어떻게 비지니스 제트기 완성품 없이 G550 조기경보기 개발해서 굴립니까?
기반기술도 별로 없고 수요 확보도 제대로 못 하고 개발비 들일 여력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개발해서 어정쩡한 물건 만들어내봐야 수출경쟁력도 없어서 수출도 안 되니 도입사업 끝나면 일감없다고 허구한 날 징징거리죠. 내버려두면 부품업체 죄다 망해서 부품 수급 차질 생기고 추가도입하면 국방비는 한정적이니 다른 무기 도입이 축소되기 마련이죠. 그럴바에야 국제 합작 개발 참여해서 부품 납품이라도 확보하고 기술이전이라도 받는 게 낫습니다. 핵심 기술 이전 안 해준다고 하는데 어차피 우리도 수출할 때 껍데기 기술만 이전하지 핵심은 안 넘겨요. 자기 밥그릇 쉽게 안 넘기는 건 당연한 거죠. F-35 참여국가들이 기술이전이 많아서 참여했나요? 그냥 어차피 사야하는 것 부품납품하고 자국 고용도 늘릴 생각에 참여한 거지.
다들 국내 헬기수요가 엄청 큰 것처럼 얘기하는데 별로 안 커요. 절대적인 액수가 크니깐 커 보이는 거지 국내 헬기수요는 세계시장에서 지분이 얼마 안 되요. 민군관 합쳐서 만대 이상 굴리는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땅덩어리 넓은 호주 캐나다도 헬기를 2000대 가까이씩 굴려요. 애당초 땅덩어리 작은 나라에서 헬기 수요가 많을리가 없죠. 게다가 헬기는 부품 교체해가며 30-40년씩 굴려서 수명도 더럽게 기니 국내 수요 600대 정도라 해봐야 일년에 20대 안팍입니다. 게다가 국내 수요가 전부 기종 하나로 통일 되는 것도 아니죠. 대형헬기도 필요하고 소형헬기도 필요하고 공격헬기도 필요한데 중형헬기도 쓰임새에 따라 필요로 하는 능력이 제각각이라 필요에 맞출려면 개발비가 따로 드는데 뭉뚱거려서 몇백대 수요있다고 하는 것도 말이 안되고요.
헬기 개발 할 때마다 산자부돈 끌어다 썼는데 그래서 헬기가 수출 가능성이 있긴 합니까? 헬기보다 기술장벽 낮은 고속철도 중국에 가격경쟁력이 밀리는 건 물론이고 기술력도 밀려서 수출이 안 되는데요. 애당초 민간 수요를 대상으로 하는 조선업, 자동차 산업과는 달리 헬기는 군관을 상대로 하니 자국의 대규모 수요 있는 나라들 상대로 경쟁력 확보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요. 헬기 산업 아니어도 AI나 재생에너지, 배터리 같이 뜨고 있는 신규 성장동력이 많은데 굳이 레드오션인 헬기 산업에 뛰어들 이유가 없는거죠.
그럼 KFX도 하지 말자는 거냐는 분도 있는데 전투기랑 헬기는 전략적인 측면에서 중요성 자체가 틀리죠. 헬기는 제 아무리 좋아도 전투기 앞에서는 밥이고 전투기가 제공권 장악해주는 것에서만 나는 무기인데요. 전투기는 돈 있다고 무조건 사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이 넘치는 UAE도 정치적인 이유로 f-35 도입이 되느니 마느니 하고 있는데. 도입에 있어 정치적 제약이 많으니 국산화하자고 하는 거죠. 또 전투기는 전략적 중요성이 크니 10조원 가까이 되는 개발비도 생각해볼만 한거고 헬기는 중요성도 그 만큼 큰 것도 아닌데 개발비는 다른 무기에 비해 훨씬 높으니 이거 개발하자고 10조 가까이 들이면서 다른 무기 도입 포기하는 것도 말이 안 되고. 게다가 KT-1, t-50 개발하면서 쌓인 기술력도 고정익이 훨신 많은데.
수입하는 것이 낫다고 하면 죄다 외산 무기 쓰자는 거냐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외산이면 죄악시 하는 분이 많은데 그 분들 컴퓨터 OS는 죄다 국산입니까? 관련산업 연관성이나 기반 기술 획득 여부, 국내 수요 생각해서 계산기 뚜드려보고 국산 쓰는 게 나으면 국산 쓰고 아니면 외산 도입하면 되는거지. 그래서 무조건적으로 자국 무기쓰는 일본 방위 산업 경쟁력이 좋기는 합니까? 무기 뿐만 아니라 주체적인 경제 확립하겠다고 모든 산업에서 국산화를 추진해서 망한 나라가 있는 데 그게 바로 북한이죠. 외산 무기 쓰더라도 경쟁력 있는 분야 키워서 수입을 수출로 만회하면 되는거지. 미국 전투기 쓰고 미국 헬기 쓰는 이스라엘도 우리보다 방위산업 경쟁력이 훨씬 좋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