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들어서면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미국의 비전에 필수적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미국 싱크탱크의 보고서가 나왔다.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 및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참여 등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있어 한국의 역할 확대를 위한 정책 제언이 광범위하게 담겼다. 바이든 행정부의 국방장관 유력후보가 공동창립자인 싱크탱크라 추후 실제 정책에 반영될지 관심이다.
미국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는 최근 발간한 한미동맹 전략 보고서에서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에 대한 미국의 비전에 있어 한국이 방어벽 역할을 할 잠재력이 있는데도 한미동맹은 20세기 유산의 수렁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래를 향한 미국의 비전에 필수적 역할을 하게 함으로써 양국은 북한 등 동북아의 지정학적 위험 대응에 더 잘 준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교착이 계속되더라도 미국이 주한미군 병력 태세를 재검토해야 하며 북한에 대한 지상 기반 억지 이상의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한미군 체계가 시대에 뒤떨어졌다면서 한국이 태평양에서의 미국 해상 안보에 있어 핵심적인 구성요소로 기능할 수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소개했다.
이어 한국을 향후 주한미군의 전략적 변화에 대비시켜야 한다며 "현재 상태에서는 미중 군사 경쟁이 더욱 극심한 인도태평양의 다른 지역에 잠재적으로 재배치될 수 있는 (주한미군) 대규모 병력이 묶여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한국과의 긴밀한 대화와 조율이 극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이 어떤 변화도 점진적일 것이며 작전통제권 전환 등과 긴밀히 조율될 것이라는 점을 한국에 분명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역관계 활성화' 부문에서는 "한국이 역내포괄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통해 중국의 무역궤도에 더 빠지지 않도록 미국이 한국이 함께 CPTPP에 참여하는 데 관여해야 한다"는 제언이 들어갔다.
RCEP은 한중일 등 15개국이 참여한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협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빠지고 남은 11개국이 구성한 것이 CPTPP로 한국은 포함돼 있지 않고 바이든 당선인도 TPP 복귀 여부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보고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생각이 같은 나라들의 다자협의구조 확산이 유망하다며 '쿼드 플러스(Quad Plus)'도 거론했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 호주, 인도와 구성한 비공식 협의체가 쿼드다. 여기에 한국 등을 추가해 범위를 확대하는 구상을 쿼드 플러스라 부른다.
보고서는 대북 대응과 관련, 한미가 긴밀하게 조율해야 한다면서 향후 대북제재 완화를 대비, 한국의 이동통신 인프라 제공 등을 포함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북미 협상이 진전되면 주한미군 규모가 잠재적 양보조치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한미연합훈련을 대북 대응에 대한 지렛대는 물론 한반도를 넘어서는 준비태세 유지의 필수적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위비분담 협상과 관련해서는 최대한을 받아내겠다는 접근법을 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CNAS는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차관과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2007년 공동창립했다. 플러노이는 국방부 장관 유력후보로, 일라이 라트너 CNAS 부소장도 동아시아 정책과 관련해 중용될 가능성이 있는 인사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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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CNAS “한미동맹은 구식…中견제위해 현대화해야"
美국방 유력 플러노이 창립한 외교안보 싱크탱크
21세기 한미동맹을 위한 청사진 제시
北에만 초점 맞춘 한미동맹은 20세기 유산
경제·인적교류 협력 강화 민주주의 공유하는 다자협력 확대해야
“한국이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 태평양을 위한 미국의 비전을 위해 보루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이 있지만 한미동맹은 20세기 유산에 머물러 있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CNAS)가 한미동맹에 대해 내린 평가다. 현재 북한을 견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한미 동맹을 미국의 대아시아정책인 ‘인·태 전략’을 위한 핵심 이니셔티브로 격상하기 위해 안보뿐만 아니라 교역·가치·국제규범·인적 교류 등 전방위로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27일 외교가에 따르면 CNAS는 16일(현지시간) ‘갱신, 향상, 현대화-21세기 한미동맹을 위한 청사진’ 보고서를 발간했다. 노골적인 편 가르기로 중국을 견제했던 ‘트럼프 시대’를 지나 동맹과 규범에 기반해 대중국 견제 정책을 펼치려는 ‘바이든 시대’에 맞춰 한미 동맹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구체적인 전략이 담겨있다.
보고서는 “한국이 역내 규칙 기반을 발전시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은 북한 위협을 견제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양국 관계의 변동성을 야기하고 있다”며 “한미 동맹에 대한 미국의 접근 방식의 성공적인 현대화는 한반도의 미래와 인도 태평양 전체의 방향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한미동맹을 활용해 아시아에서의 동맹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기술사용에 있어서의 민주주의적인 규범과 원칙을 추진하며 민주주의적 경제 주권과 선택의 자유를 포괄적으로 발전시킨다며 규범에 의한 질서는 유지될 수 있다”고 밝혔다.
CNAS는 현재 국방부 장관으로 거론되는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부차관보가 2007년 2월 만든 싱크탱크다. 바이든 외교안보팀 핵심 인물로 꼽히는 수잔 라이스 전 국가안보보좌관도 CNAS 출신이며, 아시아·한반도 정책을 주도한 인사로 꼽히는 일라이 래트너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CNAS 부소장이다. 이번 보고서 서문은 오바마 정부 마지막 주한 미국 대사인 마크 리퍼트가 썼다.
보고서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한국의 딜레마를 고려, 이를 줄일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기술표준 등을 논의하는 정책적 협의체를 통해 한국의 외교적 부담을 줄이려는 흔적이 엿보인다.
먼저 재생에너지 개발, 우주 개발, 5세대(5G) 통신, 스마트시티,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분야의 보안을 마련하는데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들 분야는 모두 미국이 중국과의 기술경쟁에서 핵심 영역으로 꼽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나 ZTE 등 중국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이들 기업과 거래하는 국가와 기업은 불이익을 볼 것이라 경고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민관 협력과 인센티브 제공에 중점을 뒀다.
일례로 마이크로소프트의 한국 사이버안보센터와 한국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가 협력해 사이버 보안과제에 공동 대응하는 식이다. 한미정부가 손잡고 중국에서 AI연구센터를 운영하는 미국기업이 이를 한국으로 이전시키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거론됐다.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신뢰할 수 있는 국가들의 다자간 모임을 활성시킨다는 방안 역시 눈에 띈다. 영국이 제한한 반(反) 화웨이 동맹인 ‘민주주의 동맹10’(Democracies 10)이나 보건방역 위기에 훌륭히 대처한 대만과 뉴질랜드 등과 함께 ‘코로나19와 싸우는 민주주의’ 모임을 결성하자는 것이 제안됐다.
보고서는 “이는 쿼드 플러스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을 뛰어넘는다”면서 “중국의 보복에 대한 한국의 두려움은 같은 생각을 가진 더 많은 나라와의 관계를 통해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역관계에 있어서도 함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TP) 등에 가입하는 등 개방 수준을 높일 것을 권고했다. 또 한국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취업비자와 유학비자 등을 적극적으로 발행해 한국 인재들을 유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SMA)에 대해서는 최대한 분담금을 받아내려는 태도를 벗어나라고 강조했다. 분담금에 집착하는 것은 미국에 대한 한국의 신뢰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한 주한미군의 태세 변화에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중국을 적대시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전환에 대해 한국이 주저하고 있지만, 미국은 한국이 이 지역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미동맹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역대 최악의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서둘러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3자 전략 안보대화’를 통해 한미일 협력관계를 강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지원의사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남북한의 외교적인 교류와 미국과 유엔이 모두 인정한 남북 철도와 같은 개별 인프라프로젝트는 한반도 상황을 안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특히 중국에 의지하고 있는 북한 통신망에 대해서는 한미가 힘을 합쳐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제사회의 약속을 깨고 북한을 지원하는 중국의 행위에 대해서는 한국, 일본과 힘을 합쳐 중국을 제재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