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 skeinlove님이 올려주신 4.2인치 박격포 사진을 보니 제 군시절에 있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저는 2004~2006년까지 장교로 복무했었는데, 제가 처음 받은 보직이 4.2인치 박격포 소대장이었습니다.
어느날 4.2인치 고폭탄 사격을 하러 사격장에 갔었는데 인계받은 포탄들을 사격장에서 확인하는 중에 포탄 하나가 좀 이상했습니다. 포탄 표면의 글자가 전부 한자(漢字)로 적힌 거였습니다.
좀더 자세히 보니 '中國産'이라고 적혀 있더군요. 그리고 제조년도는 '195X년'(마지막 숫자는 기억이 안남). 포탄이 오래된 것도 이상했지만 중국산 포탄이라는 게 참 이상했습니다. 소대원들이랑 같이 그 포탄을 보며 참 희한한 일도 있구나 하고 얘기하며 혹시 불발탄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며 사격했지만 다행히 불발이 일어나지는 않더군요.
그 후 소대장 보직을 끝낸 뒤 군수장교들이 받는 군수교육(2주 과정)을 받으러 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가 탄약 교관님(중령)에게 그 중국산 포탄에 대해 얘기를 하니, 탄약 교관님은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말씀하시던군요. 즉 한국군에 중국산 포탄이 있는 건 불가능하다고 하시더군요.
제가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고 다시 말씀드리니깐 교관님께서는 직접 알아보겠다고 말씀 하신 후 다음날 강의시간에 교관님께서는 제가 본 중국산 포탄에 대해 확인한 사실을 말씀해주시더군요.
교관님의 말씀에 의하면 그건 '중국산' 포탄이 맞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 중국이 지금의 '중국'이 아니라 지금의 '대만'이랍니다. 1950년대 주한 미군이 탄약을 포함한 일부 군수품을 대만으로부터 구입한 적이 있었답니다. 그때 미군이 대만으로부터 구입한 탄약들 중 일부가 한국군에 넘어오게 되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리고 한국군에 아직까지 1950년대에 제조된 포탄이 존재하는 이유는 탄약에는 유통기한이 없기 때문에 포탄의 표면을 육안으로 검사해서 이상이 없다면 계속 보관해서 사용된다고 하시더군요.
4.2인치 박격포는 미군에서는 이미 퇴출된 화기이지만, (현재 미군은 120밀리 박격포를 사용 중임) 한국군에서 4.2인치 박격포를 퇴출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4.2인치 박격포 포탄이 아직까지 너무 많이 남았기 때문이라고 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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