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전투기(F-X) 3차사업 최종 가격입찰에서 총 사업비 8조3000억 원 내 가격을 제시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던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유로파이터가 입찰서류 하자로 탈락 위기에 처하면서 미국 보잉사의 F-15SE가 유력 기종으로 떠올랐다. 오는 9월 김관진 국방부 장관 주재로 열리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유일하게 ‘적격기종’으로 상정되면서 본계약 체결까지 가능해진 기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F-15SE는 1960년대에 개발된 ‘구형 전투기’를 기본 모델로 하고 있는데다, 아직까지 ‘설계도면 상에만 존재하는 전투기’로 시제기조차 없는 상태여서 최종 낙점이 될 경우 부실 평가 논란 등 후유증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조종사 2명이 탑승하는 ‘복좌기’인 F-15SE는 우리 공군이 F-X 1·2차사업을 통해 이미 도입한 F-15K에 일부 스텔스 기능을 추가한 모델이다. 적 레이더의 탐지를 피하기 위해 미사일 등 무장을 기체 안쪽에 넣는 한편 동체 앞쪽에 ‘스텔스 페인트’를 칠하게 된다. 탐지거리 200㎞가 넘는 신형 AESA레이더(APG-82)를 장착해 조종사에게 적을 먼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F-15SE의 기본 모델인 F-15는 1960년대 개발돼 1976년에 첫 실전 배치된 기종으로 3차사업 기종에 선정될 경우 50년 전 개발된 전투기가 최소 2050년까지 한국 영공을 책임지게 되면서 ‘80년 된 구형 전투기’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F-15SE는 당초 F-X 3차사업 평가에서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A와 유로파이터보다 뒤처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로파이터는 폭장량(무기장착량)이 3개 기종 중 가장 뛰어난데다 실전 경험이 풍부하고, F-35A도 현재 시험 운용 중이지만 스텔스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 반면 F-15SE는 도면상으로만 존재하는 실체가 없는 전투기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기종 평가에서도 유사 기종인 F-15, F-16 전투기나 연습기로 대체평가됐고 전투기에 장착될 레이더도 다른 기종에 장착된 유사 레이더를 통해 평가가 이뤄졌다.
페이퍼상에만 존재하는 F-15SE의 스텔스 성능도 논란거리다. F-15SE는 1970년대 기체에 페인트칠로 스텔스 성능을 확보한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스텔스 도료를 칠해서 스텔스 전투기가 된다면 미국은 무슨 이유로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F-22와 F-35를 개발하느냐”며 F-15SE의 스텔스 성능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또 이미 1, 2차에서 같은 평가기준을 통해 도입돼 한국 공군이 운용 중인 F-15K의 경우 핵심장비에 대해서는 공군 정비사들이 손도 대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어 매년 2000억 원 안팎의 정비비용을 고스란히 챙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 정부는 1·2차사업 때도 보잉 F-15K를 제안하면서 관련 기술을 이전해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약속된 기술의 30%도 채 이전되지 않아 F-15SE를 낙점할 경우 기술이전 등 경제·기술적 편익 제공 약속을 철저하게 이행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강우 기자 hangang@munhwa.com
선정되도 한동안은 시끄러울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