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1Z VIPER
미 해병대는 자체적으로 막강한 항공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제공권 장악에서부터 해역 장악, 지상군 근접지원까지 모든 공중작전이 가능하다. 특히 해병대상륙 시 근접지원의 쌍두마차는 AV-8 해리어Ⅱ 공격기와 AH-1Z 바이퍼 공격헬기이다. 이 중 바이퍼 공격헬기는 적 기갑전력에 대해 강력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막강한 전력을 가진 헬기이다. 최근 주일미군도 운용중인 슈퍼코브라(AH-1W)를 대체할 목적으로 바이퍼(AH-1Z) 헬기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미 육군 아파치 공격헬기의 강력한 라이벌, AH-1Z 바이퍼 공격헬기에 대해 알아보자.
공격헬기의 탄생
6⋅25전쟁에서 처음 실전에 등장한 헬리콥터는 애초 직접적인 전투임무에는 사용이 불가능했다. 일반 자동차와 같은 피스톤엔진을 사용했기 때문에 고출력을 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950년대가 넘어서면서 터보샤프트 엔진이 개발되자 헬기의 엔진은 한층 강력해졌고, 거친 전장에서 본격적인 헬리본작전이 가능해졌다. 특히 1960년대 중반, 알제리에서 작전을 수행 중이던 프랑스군은 미제 H-34헬기에 기관포와 로켓탄 발사기를 탑재해 세계 최초로 공격헬기를 운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운명의 베트남전이 터진다. 끝없이 펼쳐진 베트남의 전장에서 헬기는 필수불가결한 물건이었다. 하지만 곧 헬기의 치명적인 약점이 들어났다. 바로 헬기가 착륙할 때 거의 무방비 상태로 적에게 노출된다는 점 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군은 수송용 UH-1 헬기에 무장을 잔뜩 탑재해 ‘건쉽(Gun Ship)’이라는 이름을 붙여 사용하였다. 이 건쉽의 임무는 헬기들이 착륙하기 전에 착륙지점 주변에 제압사격을 하거나, 근처에 매복한 적을 격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수송용의 UH-1을 공격임무에 투입하다 보니 아쉬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에 UH-1의 제작사는 UH-1의 로터와 엔진을 그대로 사용하는 새로운 개념의 공격용헬기를 만들었고 이것이 바로 전설의 시작 AH-1 ‘코브라’였다.
프랑스군이 알제리에서 운용한 H-34 헬리콥터. 원래 수송용이었으나 프랑스군은 이를 공격용으로 개조해 사용했다. 로켓발사기를 잔뜩 매단 모습이 보인다.
베트남전에서 대활약한 UH-1 건쉽의 모습. 12.7mm 중기관총 4문과 로켓탄 발사기를 탑재한 모습이다.
새로운 전장의 스타, 코브라
일단 AH-1 코브라는 모양새부터가 남달랐다. 정면에서의 실루엣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조종석을 전투기마냥 앞, 뒤 탠덤식(두 명이 앞뒤로 탑승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배치했고, 동체 양측에 ‘스터브 윙’이라는 무장탑재만을 위한 날개를 달았으며, 기수 밑에는 선회식 기관포를 장착했다. 이미 이때에 공격헬기의 기본 조건이 완성된 것이다. 아무튼 AH-1 코브라는 베트남전에서 대 활약을 했다. 그리고 1970년대, 유선유도식의 2세대 대전차 미사일의 등장은 코브라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냉전시절 엄청난 양의 바르샤바조약군 전차를 막아낼 방법이 없었던 미국은 AH-1 코브라에 2세대 대전차 미사일인 ‘TOW’를 탑재해 시뮬레이션을 실시했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 12:1! 즉 AH-1 코브라 1기가 격추되는 동안 적 전차 12대를 때려잡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AH-1 코브라에 대한 소련측의 시뮬레이션 결과는 더욱 참담해 1:19가 나왔다. 더욱이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이 AH-1 코브라를 요긴하게 활용하였고, 이란·이라크전 에서도 이란의 코브라가 약 1:10의 교환비를 기록한 실전기록이 나오자 이제 코브라는 적 기갑부대에게는 죽음의 사신과도 같았다. 소련 및 서방 선진국들은 AH-1 코브라의 컨셉을 본 따 공격헬기 개발경쟁에 나서게 된다.
초기의 코브라 모습. 베트남전에서 활약하며 공격헬기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토우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 이스라엘 소속 AH-1 코브라 헬기. 이스라엘은 대표적인 코브라 애용국 이다.
A-129 몽구스타. 이탈리아는 시장에서 ‘코브라’를 잡겠단 일념으로 자연계에서 코브라의 천적인 몽구스의 이름을 자국 공격헬기에 붙였다.
강력한 라이벌의 등장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코브라의 영광은 그리 길지 않았다. 1980년대 들어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미 육군은 비교적 코브라의 성능에 만족했지만, 어딘가 아쉬웠다. 사실 코브라도 계속해서 개량형이 등장했지만 결정적인 한계가 있었다. AH-1 코브라 자체가 UH-1 수송용 헬기에서 나온 물건이기 때문에 기동력과 상승력 등에서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미 육군은 제대로 된 공격헬기를 만들기로 했고, 그 결과가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아는 공격헬기의 끝판왕 ‘AH-64 아파치’였다. 코브라에 비해 무장탑재량은 압도적이었고, 강력한 쌍발엔진과 4개의 로터를 이용해 기동성은 대폭 향상되었다. 더욱이 야간전투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기체에는 주·야간 겸용 최첨단 광학장치가 탑재되어있다. 야간전투에 비교적 취약한 코브라에게는 부러운 점이다. 특히 결정적 차이점은 ‘헬 파이어’ 미사일의 운용에 있었다. AH-1 코브라가 사용하는 유선 유도식 TOW 미사일은 사정거리가 2km로 짧을뿐더러 미사일이 목표물에 명중할 때 까지 헬기가 호버링 하면서 목표를 조준해야만 했다. 이는 자칫 적의 반격을 뒤집어쓸 수도 있는 위험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헬 파이어 미사일은 ‘파이어 엔 포겟(Fire and Forget : 발사 후 망각)’방식이었기 때문에 훨씬 사용이 편했고, 사정거리 역시 4Km에 달해 적의 반격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모든 면에서 아파치 헬기는 코브라를 압도했다. 과연 코브라는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공격헬기계의 본좌 AH-64 아파치. 아파치의 등장으로 이 후 개발되는 공격헬기는 아파치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코브라, 바이퍼로 진화하다!
미 육군과는 라이벌 관계이자 예산문제로 항상 다투고 있는 미 해병대는 육군과는 다른 방향으로 공격헬기를 확보하고자 했다. 육군이 아파치를 개발하는 동안 미 해병대는 AH-1W ‘슈퍼 코브라’ 계획을 진행시킨다. 기수에 야간표적획득 시스템(NTS : Night Targeting System), 적외선 센서와 TV 센서, 레인저 파인더와 자동목표추적 시스템 등 최첨단 주·야간탐지장비를 탑재했다. 이로 인해 아파치와 동일하게 헬파이어 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역시 아파치와 동일한 엔진을 2기 장착하며 기동성이 대폭 향상되었다. 이로써 AH-1W 슈퍼 코브라는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되어왔던 야간공격능력과 기동성 강화를 보완하였다.
AH-1W 슈퍼 코브라. 기존의 코브라헬기 시리즈의 약점을 대폭 보완한 공격헬기였다. 그러나 코브라 헬기의 진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코브라는 여기서 멈추진 않았다. 최종 진화형 AH-1Z는 명칭을 코브라에서 독사를 뜻하는 ‘바이퍼’로 바꾸고 다시 한 번 성능을 대폭 업그레이드 했다. 기존의 AH-1W 슈퍼 코브라의 동체를 확장시켜 연료와 무장탑재량을 늘렸고, 로터 역시 아파치와 같이 4개로 늘려 기동성은 더욱 향상되었다. 또한 신형 자동비행제어시스템인 AFCS(Automatic Flight Control System)와 최첨단 내장형 GPS/INS 을 통해 더욱 안정적이고 정교하며 손쉬운 조종이 가능해졌다. 특히 가장 많은 개수가 이루어진 부분은 조종석이다. 조종석 전면에 다기능 디스플레이와 전후방 조종석 상부에 AN/VIS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어 조종사는 더욱 효과적으로 기체를 통재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시스템은 헬멧마운트 체계인 TopOwl과 연계되어 화상전송카메라를 사용해 조종사의 헬멧 바이저에 각종 비행 및 전투정보를 표시한다. 더욱이 전술정보관리시스템인 ATIMS(Advanced Tactical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를 이용해 정보전달이나 전장의 정보를 관리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한 유기적 네트워크를 사용해 부대 단위, 혹은 소규모 단위에서도 독립적인 전투수행 작전능력을 얻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전자간섭(EMI), 전자기 펄스(EMP), 전자전 재밍(ECM)등에 의한 전자기기의 오작동을 방지하도록 설계되어있어 각종 전자기기에서 방출하는 전자파나 함선, 또는 지상에서 방출하는 레이더에 의한 악영향 등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AH-1 최종 진화형 바이퍼. 이로써 AH-1은 아파치와 대등한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AH-1Z 바이퍼의 콕핏 모습. 효율적인 비행 및 전투임무통제가 가능하다.
바이퍼 조종사들의 TopOwl 헬멧. 헬멧 바이저에 각종 비행 및 전투정보가 시현되어 조종사의 임무수행능력을 극대화 시킨다.
탐지장비의 개선은 더욱 놀랍다. AH-1Z 바이퍼는 신형 AN/AAQ-30 TSS를 통해 아파치보다 2배 이상 선명한 디스플레이정보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탑재무장의 장사정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모든 정보는 앞서 언급한 TopOwl 헬멧 디스플레이에 연결된다. 이 시스템들을 이용해 AH-1Z 바이퍼는 13개의 표적을 동시에 자동으로 추적하고 선별하여 공격할 수 있다. 무장역시 크게 강화 되었다. 최대 16발의 헬파이어 미사일을 탑재하고 작전할 수 있으며, 70mm로켓포드, 20mm 개틀링 기관포, 스팅어 공대공 미사일과 경우에 따라서는 AIM-9 사이드와인더 미사일을 탑재하여 적 헬기와의 공중전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AH-1Z 바이퍼의 가장 핵심적인 장비인 AN/AAQ-30 TSS. 최첨단 탐지장비가 집결되어있고, 여기서 얻어진 정보를 헬멧 디스플레이에 직접 전달할 수 있다.
AH-1Z 바이퍼의 무장탑재옵션. 강력한 무장탑재능력을 자랑하고 있다.
미 해병대는 총 240여대의 AH-1Z 바이퍼를 배치할 예정인데 이중 58대는 신규 생산이며, 나머지는 기존의 AH-1W 슈퍼 코브라를 AH-1Z 바이퍼로 개조하여 2021년 까지 배치할 계획이다. 이로써 미 해병대는 미 육군의 아파치 부럽지 않은 강력한 공격헬기전력을 확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