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의 댓글로 쓰기엔 글이 길어 질 거 같아서 새로 파서 씁니다.
뭐 애초에 글을 올린다고 해서 기존에 자기주장을 하던 사람들이 논조를 바꿀거라는 기대는 안 했습니다. 눈팅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안목을 넓히는 계기가 될까 해서 올렸고요.
밀리터리에 관심이 없거나 깊은 이해가 없는 일반인들이 뉴스하나에 일희일비할 수 있다 치지만, 적어도 이곳 밀게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좀 더 넓은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해서요.
가뜩이나 뉴스나 펌글말고 고수들의 전문적인 글을 찾아보기 힘든 가생이에서 좀 더 생산적인 토론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아래 글에서 인도네시아가 고마운 국가이니 좀 봐주자 그런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한국과 인니사이에 진행하는 방위사업들이 매우 다양한 데, KFX 하나만 보고 접근해선 안 된다는 요지이고요.
인니도 한국의 무기들이 가성비가 좋고, 무엇보다 성능에 만족하기 때문에 구매하는 것이긴 하지만, 매번 무기고를 때마다 '이것저것 비교해보니 한국게 좋네? 어 이번에도 한국게?' 라는 식으로 접근한 건 아니라는 점. 무기구매에서 한국산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정도로 단순 구매국을 넘어 '전략적인' 관계라는 것. 직접적으로 말하면, 자국의 안정적인 안보능력과 방산산업(혹은 관련 제조산업) 육성을 위해 한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정해 투자하고 있다고 봐야합니다.
한국입장에서도 방산수출에 있어 단순히 이익뿐 아니라 Soft landing을 위한 교두보로 인니가 매우 중요한 전략적 국가라는 것. 즉, 서로간에 이익측면에서 윈윈인 것이지, 무슨 우방관계라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니죠. 신남방정책은 문정권 들어와 최근에야 중요해 지고 있는 개념이지 이미 인니와의 방산협력은 그 역사가 오래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오랜 우방이자 혈맹이라 생각하는 미국은 우리가 숱하게 엄청난 금액을 구매해주는 데도, 그래서 기술을 막 퍼주던가요? 하물며 우리가 인니에게? 지금까지 방산기술을 쌓아오면서 수많은 노력과 비용, 때로는 인명피해까지 겪었는데 그런 기술을 쉽게 줄거라 생각했다면 한국 방산계를 잘못 보신겁니다.
계약을 바꾸는 데 대한 논란..
일반적으로는 계약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지 바꿔서는 안 되는 것이긴 하지만, 예외적으로 방산계에서는 그게 흔한 일 중 하나입니다.
계획으로부터 구매, 획득, 운용까지 최소 10년이 넘게 걸리는 무기사업에서 초기 계획이 끝까지 유지된다는 게 오히려 드문일입니다. 긴 사업기간 때문에 계약당시의 정치, 경제, 안보적 상황이 도중에 바뀌는 경우가 많은 점. 처음 설정했던 사양이 나중가서 변경되거나 전장상황의 변화로 쓸모없어지는 등의 기술적인 요인도 있고요.
따라서 크던 작던 계약을 중간에 변경하게 되는 것이 방산계에선 흔한 일입니다. 인니가 계약을 바꾼다고 핏대세울 일이 아니라는 거죠. 전에 글에도 얘기했다시피 우리도 미국과의 거래에서 계약을 수정하는 건 흔합니다. 공개가 다 되지 않을 뿐이지. 참고로 인니와 한국이 KFX/IFX사업을 계약한 게 2009년입니다. 탐색개발을 시작하기 한참도 전에 도장부터 찍은 거죠. 벌써 10년전의 일입니다.
인니가 저렇게 기술이전에 떼를 쓰고, 금액을 낮추자고 기사가 나오는 건 다분히 국내여론용이라 보여집니다. 우리 이렇게 국민여러분들의 세금을 알뜰히 쓰기 위해 노력중이에요~~ 혹은 한국! 우리 니네 무기 이거 저거 더 필요한 데 지금 돈이 없으니 KFX 비용 좀 외상으로 해줘, 혹은 깍아줘 대신 기술 덜 받을 게, 기술 덜 받는 거 국내 여론이 알면 정치권이 안 좋아하니 우리 언플 좀 할 게 미리 알고 있어. 이런 게 보통 그려지는 수순이죠. 뻔 한 거죠.
우리가 KFX 의 핵심 4대기술을 미국으로부터 못 받는 다 언플할 때도, 애초에 F35 40대만 사오면서 이런 핵심기술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뿐더러, 사실은 우리 방사청에서 계약당시 미국에 이런 요구를 한 적도 없다는 거. 뒤늦게 요청했던 거 자체가 다분히 의도적이었던 상황. 덕분에 국내업체에게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여 4대기술을 개발케 하는 데 대한 당위성을 얻어낸 점.
비슷한 예로 KFX에 인티하기 위한 암람미사일 기술을 요청했다가 미국에 퇴짜맞았다는 기사를 기억하실겁니다. 이거 알면서도 일부로 한 겁니다. 미국은 시제기 안 나온 상태에서 미사일인티자료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거 방사청에서 이미 알고 있어요. 그리고 급하니 일단 미티어라도 인티하자 하면서 거하게 2천억을 지불했죠. 그러면서 국내여론은 '야 이거 암람 못 달면 공대공은 뭐로 하냐?' '아 미티어? 그래 그거라도 해야지 어쩔 수 없지' '중복이긴 하지만 수출시장을 위해 겸사겸사 잘 됐네' 라는 여론이었죠. 근데 수출시장? 미티어를 사용할 수출시장이라는 게 유럽말곤 없는데, 그럼 KFX를 유럽에 팔려고 하냐? 아니죠. 이거 우리 공군이 원하는 겁니다. 미티어를 KFX에 달아서 한국공군에서 운용하려고 할 수도 있고, 또 공군에서 개발하려고 하는 한국형 공대공미사일의 참고 모델이 미티어입니다. 암람보다 더 최신에 덕티드엔진을 단 고성능미사일이죠. 아무튼 미티어기술자료 사는 비용으로 자그마치 2천억을 쓴 게 이런 식으로 넘어갑니다~
방산이라는 게 워낙 많은 세금이 투입되고 안보, 외교, 산업, 등 복잡하게 얽혀 있는 분야라 여론과 정치권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죠.
또 방산자체가 국가기밀이기 때문에 계약관계가 자세히 노출되지 않습니다. 노출된 내용들은
100% 일부러 노출시킨 거지 실수로 유출되는 내용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판매국으로선 경제적인 혹은 기술적인 이유등으로 자국 여론에 과시할 목적으로 계약을 노출하려하고, 구입국으로서는 안보능력향상으로 역시 정권에 우호적인 여론을 이끌어 내기 위한 목적이 있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무기거래들이 현재도 비공개로 거래되고 있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출 방산품인 미사일, 폭탄, 탄약류 등 소모성 무기들은 계약이 잘 공개되지 않습니다.
전투기, 함정, 탱크, 잠수함 등 전투 플랫폼의 거래들은 계약 자체로는 미래 방위력(혹은 전투력)에 대한 내용이며 다분히 정치적이고 외교적인 목적을 많이 담고 있으나, 폭탄, 탄약류의 구매는 그것이 즉각적으로 사용되고 전쟁을 실제로 준비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 관계로 국제적으로나 외교적으로 분쟁의 소지가 있어 매우 민감하며, 따라서 거래 당사국들간 기민하게 움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즉, 최소한으로 노출하고자 합니다.
방산업체의 분기실적, 연간실적 보고서 등에 들어가서 훑어봐야 '모 중동국가에 000기 수출' 이렇게 두리뭉실하게 적혀있고 단위는 수천억이고, 이렇게나마 일부 노출되는 걸 찾는 게 다죠.
뭔가 밀게 안목에 도움이 될만한 정보와 주장들을 갖고 와서 논했으면 합니다. 후진국이네 염치없네 무시하네 이런 감정적인 얘기말고
또 공격당하면 한동안 잠수타야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