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오카포님이 하복이 소개를 하셨더군요.
뭐 여러가지 의견 동감합니다만...
그렇다고 러시아산 병기가 운용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투로 말씀하신 건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하복이의 중량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실제로 하복의 과대한 중량은 강력한 장갑이란 장점으로 승화되었지만 동시에 고고도 작전능력의 문제점을 들어내기에 충분합니다.
실제로 하복은 롱보 아파치보다 3.5톤이 더 무겁습니다. 그런데 양자의 출력은 사실 엇비슷합니다. 롱보 아파치가 T700-701D 엔진 2개로 총합 4000마력 출력을 달성한데 반해, 하복은 TV3-117VMA엔진으로 4400마력을 달성합니다. 하복은 단지 400마력의 출력을 더 얻은데 반해, 기본적으로 지고 다녀야 할 무게가 3.5톤 더 무겁습니다.
기본적으로 아파치나 하복이나 그 무장장착량은 비슷합니다.
그러나 동일한 무장을 장착할 경우 공기가 희박한 고고도로 올라갈수록 누가 더 부담될지, 또 어느 쪽이 더 가속력과 상승률이 높은지는 보나마나 빤하지요. Loaded Weight로 비교할 경우 아파치의 톤당 출력은 500마력이고, 하복은 411마력입니다.
일견보면 별거 아닌 차이로 보이지요?
하지만 최대출력은 어디까지나 최대출력일뿐입니다. 고도따라, 기어비따라 실제 얻을 수 있는 출력은 다르지요. 실제로 출력비로만 따지면 여전히 하복보다 높던 90년대 초중반 아파치가 톤당 450마력 정도를 보유했었는데, 평균고도 1000~1600미터 수준인 보스니아 산악에서 헉헉거렸습니다. 그 때문에 아파치 블록3부터 구동계가 거의 다 개량되었고요.(엔진은 물론 기어박스까지)
하복의 구동계가 개발당시와 별 차이 없다는 걸 생각해보면 왜 인도군이 아파치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히말라야 산악지대는 열도의 혹서, 고고도의 극서기후, 그리고 고고도에 따른 빈약한 산소농도까지 헬리콥터에 있어선 최악의 조건을 두루 갖춘 지역이고, 여기서 아파치가 하복보다 월등한 비행능력을 보여줬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더구나 애시당초 한반도 동부지역 일대는 보스니아 뺨치는 산악지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견 쓸때 없어 보이는 수리온의 고출력 구동계도 그래서 선택되었습니다. 따라서 하복의 구동계는 한반도 작전시 분명 문제가 생길 여지가 존재합니다. 물론 전자장비와 사격통제장치 역시 우열이 명확합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제 무기의 운용에 별 문제가 없다는 투로 말씀하셨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러시아제 군용항공기를 도입해 본격적으로 운용한 바 없습니다. 소방청이니 경찰청이니 하는 곳의 러시아제 헬리콥터는 민수용입니다. 즉, 군용에 적합한 여러장비들이 생략된 물건들이고. 또 T-80U의 유지비, 특히 연료비와 수리부속가격은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습니다. 즉, k-1보다 적은 거리를 주행해도 T-80U의 운용비는 K-1보다 비쌉니다. 그나마도 몇년분 부속을 한꺼번에 구매한 T-80U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진짜로 러시아제 무기를 구매해다 쓰는 인도의 사정은 어떨까요?
일단 모든 러시아 병기 부속은 국영독점업체 로소보론엑스포르트를 통해 공급됩니다.
그리고 인도의 러시아제 병기가동률은 인도 자신의 의지가 아닌 순전히 이 러시아 국영업체에게 좌지우지됩니다. 실제로 인도의 최신예 전투기라는 Su-30MKI의 가동률은 최근 60%이하까지 곤두박질 쳤습니다. 인도정부가 운영예산을 적게 준 것도 아닌데 말이죠. 돈이 있어도, 부속을 구매하고자해도 구할 수 없어 가동률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건 IL-76이나 il-78에도 통하는 문제고, mig-29에도 통하는 문제입니다. 아니, 전반적인 러시아제 병기 모두에 통용되는 문제입니다. 실제로 항모 고르쉬코프를 개장하는 비용으로 10여억 달러로 계약했지만, 납기일은 5년 지연되었고, 액수는 23억 3000만 달러로 늘어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고질적인 인도지연과 비용추가 요구는 한 두 해 문제가 아닙니다.(최근엔 사고까지 터졌다죠? 언제 인도될까요? 도대체? 언제?)
즉, 미국보단 낫겠지란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접근했다간 인도보다 더 심한 꼬라지가 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오죽하면 본토박이 러시아군 자신이 자국 방산업체가 못 미더워 일부 분야에서 서방제 병기를 사들이겠습니까? 러시아제 병기는 툭하면 올라가는 부속청구비, 2년이상 지연되는 부속인도, 잦은 납기지연, 부속자체의 수명문제로 가동률에 큰 문제가 있습니다. 러시아 병기의 최대구매국인 인도가 이 모양인데, 한국은 이 상황에서 예외가 될 수있으리란 보장이 있나요?
84%의 가동률로도 콩가루가 되도록 까이는 한국 현실에서 50%아래로도 떨어지는 러시아제 병기를 감당가능하겠습니까? 더구나 돈만 주면 부속이 칼같이 들어오는 미국제, 유럽제 병기를 사용하며 늘 연단위 정비예산 부족으로 수리부속 운용에 큰 문제가 존재하는 한국군 현실에서 주문하면 피드백이 1년, 심하면 2년까지 늘어지는 러시아제 병기를 사서 무슨 재미를 볼 수 있다고 여기시나요? 인도는 부속 주문해서 3년동안 하나의 부속도 얻지 못한 케이스가 존재합니다. 그 결과가 동류전환이고, 전체 작전세력의 축소였고요.
아파치 1대 살 돈으로 하복 3대를 살 수 있다는 건 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아파치 1대 살 돈으로 하복을 3대 산다쳐도 전 아파치를 사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아파치의 유닛코스트는 대략 6500만 달러로 추산됩니다. 하복의 유닛코스트가 2001년 기준으로 1500만 달러수준인데, 지금이라면 인플레이션 고려하면 40~50%올랐다고 가정할 경우 결코 33%가격은 아닌 것으로 추산됩니다. 즉, 아파치 1대 살돈으로 하복 3대 산다는 얘긴 제 개인적으론 신뢰하지 않습니다. 2대 정도라면 몰라도...)
이유는 간단합니다. 러시아제 군용 항공기의 평균가동률은 60%대입니다.
이번에 인도에서 판촉하는 보잉이 치누크를 팔려고 하며 강조하는 부분이 그 부분이고요.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도 아프간에서 증명되고 개량을 거듭한 치누크의 작전능력과 높은 신뢰성, 그리고 유지부속의 원활한 공급과 뒤통수후리는 높은 부속가 상승은 없다라며 판촉중이죠.
실제로도 몇몇 러시아 헬기의 가동률은 60% 이하일 가능성이 높지요. mI-17의 가동률이 50%대라는 후문도 있으니까. 그렇다면 하복 2대나 아파치 1대가 거의 비슷한 셈이 됩니다. 만일 부속납기 연장으로 가동률이 더 떨어진다면 실제로 작전가능한 아파치나 하복의 숫자는 비슷할 가능성조차 높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루지야 내전에서도 탄약부족 상황을 겪은 러시아에게서 전시에 탄약을 급조하리란 기대는 접는게 낫습니다. 즉, 전시상황에서 비축탄약이 떨어지면 하복은 손가락 빨고 있어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아파치는 적어도 하이드라 로켓 하나에 있어서만큼은 탄약호환성을 유지하고 있고, 나머지 탄약 역시 전시에 외상으로 급조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하복에 서방제 무기 인티하면 된다고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과연 아파치 1대 살돈으로 하복 3대를 살 가망이 얼마나 있을까요? 아니 3대는 커녕 2대라도 살 수 있을까요? 그렇게 되면 결국 하복을 사기위한 결정일 수 밖에 없게 됩니다...즉 하복을 얻는 것 외엔 별다른 장점이 없는 선택이 된다는 뜻입니다.
뭐 그렇다는 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