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빛 반사 막는 '스텔스' 기술 개발
박규환 고려대 교수 연구팀..광학·군사 분야 등에 응용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모든 빛의 반사를 완전히 막는 얇은 무반사 '막(film)'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국내 연구진이 찾아냇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박규환 고려대 교수가 주도한 연구팀이 모든 파장의 빛에 대한 완전 무반사(anti-reflection) 원리를 밝혀내고 실험적으로 이를 입증했다고 27일 밝혔다.
반사는 기본적으로 빛이 서로 다른 두 매질을 지날 때 겪는 굴절률 변화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반사를 줄이려면 두 매질 사이에 완충재를 넣어 굴절률이 서서히 변하게 해야 한다.
이처럼 궁극적으로 반사를 막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 '무반사막'인데, 일반적으로 굴절률이 다른 여러 막(필름)을 겹친 형태의 '다중층 무반사막'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 무반사막들은 두께가 파장 길이보다 얇아(짧아)지면 무반사 특성을 잃어버리는 문제가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연구진은 무반사막 내 빛의 진행 양상을 맥스웰 방정식(공간·시간 속 빛·전자기파의 성질 관련)으로 풀어 최적의 굴절률 변화 스펙트럼을 찾았고, 이 스펙트럼에 맞게 여러 얇은 막을 쌓아 모든 파장의 빛에 완벽하게 작용하는 무반사막을 만들었다. 이 무반사막의 성능은 전자기파 시뮬레이션과 마이크로파 실험을 통해 검증됐다.
아울러 연구진은 메타 물질(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성질을 띠는 인공 물질)을 사용해 기존 다중층 무반사막에 비해 두께가 6배나 얇은 무반사막을 제작했다. 이 무반사막은 두께가 파장 길이의 25분의 1에 불과해도 무반사 성질을 유지할 수 있다.
박규환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무반사막은 태양전지, 발광다이오드, 광센서 등 반사 때문에 효율이 떨어질 수 있는 광학장치는 물론이고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기 등을 피할 수 있는 군용 '스텔스' 기술에도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논문은 지난 14일 세계적 권위의 과학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렸다.
<고려대 박규환 교수(오른쪽)와 김경호 박사과정생>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