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협정에 따라 비무장지대를 설정하고 거기에 병력을 주둔시키지 않는 것이 원래의 규정이나 북한군이 이 규정을 조금씩 어겨 가며 초소를 늘리고 전기 철책등을 두는 바람에 휴전선이 지금처럼 된 것이죠.
이를 원상태, 즉 휴전협정대로 돌리는 것은 우리의 의지가 아니라 북한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먼저 초소를 하나씩 빼고 병력을 줄여 나가는 선행적 행동을 바탕으로 우리가 대화를 통해 상호간에 재발 없는 군상력 후퇴를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대화는 힘을 바탕으로 상호간에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군축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DMZ에서의 병력 철수는 원칙적으로 환영하며, 평화의 정착을 위해 언젠가는 꼭 이뤄야 하는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직 북이 핵무기를 폐기하고 핵을 포기했다는 소리가 없는데 성급하게 무리하게 이른바 '성과'를 위해 군사력 감축 대화를 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대화 원칙에도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북이 먼저 철수하면 우리도 점진적으로 철수하겠다는 입장이 유지되길 바랍니다.
지금 현정부가 18개월까지 사병 복무기간을 줄이고자 하는데 마치 이 사안과 DMZ 철수 및 병력 감축과 한 맥락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은 우리가 먼저 병력 철수를 계획했거나 제안한 것이 된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평화는 누구나 바라는 것이지만 그 평화를 위해서 힘이 또한 분명해야 하며, 힘을 바탕으로 대화하여 우리가 원하는 그림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우려 합니다.
만약, 이번 대화로 남북이 DMZ에서 철수하고 병력을 감축했다고 칩시다.
그래서 우리군의 복무 기간은 18개월로 단축됐고, 그 규모 역시 현저하게 줄었다고 칩시다.
물론 장비와 무기 수준은 현상태를 유지하거나 더 상회한다는 전제에서요.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한 5년 후 쯤, 사소한 빌미를 이유로 북이 과거 휴전선에서 했던 것처럼 병력을 삽시간에 몇 십 만 이상으로 늘리고 휴전선 일대에 증강 배치함과 동시에 초소들을 전진 배치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요?
당장 병력을 10만 정도 증원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1. 줄였던 복무 기간을 연장한다.
2. 예비군으로 편성됐던 장병들을 현역 복귀시킨다.
간단합니다. 위 두 개를 실천하면 되죠.
하지만 가능할까요?
저는 이 부분이 제일 걱정입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병력을 운운하냐고요?
지금 이 시대에도 군대는 병력이 중요합니다.
미국도 고질적인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