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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12-07 20:12
[잡담] 내무생활 얘기가 나와서 눈팅하다 숟가락 올려봅니다
 글쓴이 : 식쿤
조회 : 1,278  

제가 나온 부대는 사단 직할 통신대대였습니다.

제가 있던 중대에는 대단히 독특한 전통 같은게 있었는데 

[72시간내로 신병이 자기 눕고 싶을때 내무반에서 편하게 누워있을 수 있게 만든다.] 라는...

고참의 각오, 맹세 하여튼 이런게 있었습니다.

신병이 오면 일단 중대에 있는 아버지 군번들이 몰려와서 신병을 데리고 PX로 향합니다.

그리고 아들이 쓸 세면 바구니/세면,샤워 용품/세탁망 등등의 일체를 구비해서 들려주고 
기름지고 맛난 음식을 먹입니다.

덕분에 월급 얼마 안 남았을때 신병이 오면 싫어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습니다.

그리고 분대 사수가 부대를 한바퀴 돌면서 여기저기 뭐가 있는지 알려줍니다.

전입 후 3일 동안은 일체의 작업/청소/근무로부터 열외입니다.

행정반에선 신병이 오면 신병수첩을 만들어주는데 이 수첩에는 부대 지휘관들의 관등성명 그리고 
중대 선임들의 사진과 이름, 군번이 총 망라되어 있습니다.

신병이 이 3일 동안 하는 일이라곤 이 수첩을 외우고 내무생활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구경하는 것 뿐입니다.

얼마든지 싸지방/PX/오락실/노래방/체육시설 사용이 가능하고 사제용품도 군법에 걸리는것만 아니라면 
자유롭게 가져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어디 가는지 행선지를 분대원과 행정반 인원현황표에 제대로 작성하기만 한다면 
일과 후 시간은 자유입니다.

신병은 상병장급한테 말 못건다 같은 이상한 규칙도 없었고 
일정 계급 이하는 앉아서 전투화 끈을 못 묶는다던가 하는 규칙도 없었죠.

뭔가 선임 맘에 안드는 부분이 있을때에도 집합같은게 점호 전 분대원끼리 모여서 결산하는 시간에 특별히
언급하거나 좀 심각한 경우에는 따로 불러내서 자판기 커피 뽑아 마시면서한 마디 하는 정도였습니다.

어지간이 정신줄 놓은놈이 아닌이상 따로 불려나가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한소리 하면 
대부분은 알아들었었죠.

선임이 후임에게 할말이 있을때만이 아니라 후임이 선임에게 뭔가 섭섭한 점이 있을때도 커피 자판기를 
애용했었습니다. 


후임: XX상병님, 그때 그건 좀 너무하셨습니다. 그때 좀 욱할뻔 했습니다.

선임: 아.. 미안 미안. 그건 내가 잘못한게 맞는거 같다.

후임: 건방지게 따로 보자고 해서 죄송합니다.

선임: 아냐아냐, 섭섭하거나 한거 있으면 앞으로도 얘기해. 커피는 내가 쏜다.


아마 그 자판기는 장사가 제법 잘 됬었을겁니다.

사실 저희 중대가 이렇게 된건 수많은 반면교사들 덕분이었습니다.

사단 직할 통신대대다보니 예하 연대, 타 직할대를 방문하는 경우가 무척 잦습니다.

타 부대를 다녀온 선임들은 자신들이 본 정말 기괴한 광경을 후임들에게 이야기해줍니다.
저희 부내원들에겐 거의 도시전설급에 가까운 이야깁니다.


선임: 야 저기 X연대 아저씨들은 상병 이하는 샴푸 못쓴다?

후임: 와 진짭니까?

선임: 그리고 전투화 닦을때도 들고 못 닦아서 바닥에 전투화 대고 닦더라.

후임: 와-

선임: 그러니까 넌 부대 무지 잘온거야 임마.

후임: 물론이지 말입니다. 헤헤.


전 군대를 정말 괜찮은 곳으로 다녀왔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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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 13-12-07 21:01
   
꿀보직이 존재합니다만... 정말 중요한 건 꿀중대에 들어가야 하는 것임... 같은 부대라도 중대단위로 전통과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니까요. 겉으로만 꿀보직이고 속으로는 아침점심으로 껀수터져서 쳐맞는 부대들 허다할거임... 그 반대도 있고요.

군대생활이 보람있고 재밌으려면 어떤 성향의 고참들이 포진되어있냐가 1순위 같음... 싸이코패스 두마리 이상 있으면 죽었다고 복창하삼..
정크푸드 13-12-08 08:31
   
내무생활이 빡셀수록 쪼잔함은 극을 달리지
스프링거 13-12-08 13:44
   
아버지니 아들이니 보다는 사수와 부사수로 구분해서 불러주는게 합리적이라고 봄
그리고  부대  직속상관이나 간부들 고참들의 이름을 외우게 하는 행위는
가혹행위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는데.. ㅎㅎㅎㅎ
     
식쿤 13-12-08 21:24
   
중대선임하고 상관 관등성명 외우는게 가혹행위라구요? 그런거 안 외우는 부대도 있었나요.
민코프스키 13-12-09 12:00
   
원래 훈련적고 널널한 부대가 내무생활 조옷같은법이죠.

내가 나온 8사단 16연대처럼 날씨 풀리면 바로

"훈련-정비-훈련준비-훈련" 이런 악마의 사이클 돌리면 힘들고 귀찮아서 내무생활 그리 안빡셉니다

이해할수없는 쓸데없는 전통같은것도 없고요
푸파이터즈 13-12-09 18:02
   
훈련이 힘들면 갈굴 힘도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