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항모를 분류하는 일반적 기준이 다양해지면서 과거 일반적으로 항모라고 하면 미국의 핵추진 항모만을 의미했는데 지금은 항공기만 태우면 다 항모가 돼 있죠.
일단 무기 체계로서 항모를 살펴 보면, 해군의 상륙전 및 공격전을 위한 원정군의 핵심 전력입니다.
미국의 항모 전단은 웬만한 나라의 군사력과 맞먹는 종합 군대입니다. 즉, 항모의 항공기 전력은 개별 항공기의 능력을 떠나 전반적인 항공기들의 전투력에서 웬만한 공군의 공군력에 맞먹고 공격헬기와 상륙 헬기 등의 상륙전 세력을 동반하며 당장 연대 규모 이상의 병력을 적지 또는 적후방, 혹은 적인접의 동맹국에 전개 시킬 수 있습니다.
미국의 전력이 이런 항모 전단만이 아니겠지만 항모가 뜨면 미국과 적대국인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항모 전단은 그 자체로 무기 체계인 동시에 전략적 체계이며 군사적 영역을 넘어 정치적, 외교적 도구가 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항모 전단은,
100 여 대 이상의 전투기와 특수 목적기, 헬기 등의 항공기를 탑재하는 항공모함과
공격 헬기와 수직이착륙 공격기, 수송기 등을 탑재하고 대규모 기갑 장비를 탑재한 강습 상륙함, 그리고 병력과 물자를 실은 대형 상륙함
이들의 호위를 담당하는 이지스 구축함들, 함대 방공함 등,
수상에서 항모를 노리는 적 잠수함을 찾아 공격하는 공격원잠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런 항모 전단에는 자체 공중조기 경보기와 대잠 항공 전력을 갖추고 있어서
그 자체로 독립된 전쟁 부대가 됩니다. 즉, 단위 자체로 완벽한 군사 수단이 되고 공격과 방어가 다 가능한 체계인 것이죠.
이것이 사실 군사적으로 말하는 항모입니다.
이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항모'는 임무에서 현격한 차이를 만듭니다.
일단 추진체가 핵추진이 아니면 보급 수요가 엄청 납니다. 항모의 운항과 관련한 연료가 엄청나게 필요하고 그만큼 항모가 발현할 수 있는 공군 전력이 약해집니다.
왜냐하면 항모 연료가 들어갈 자리에 핵추진항모는 항공연료를 채울 수 있고, 더 많은 보급품을 실을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핵추진 항모급이 되어야 자체적으로 조기 경보기를 운용할 수 있는데 항모에 운용되는 전투기는 공군이 운용하는 것보다 성능에 한계가 커서 조기 경보기가 없다면 사실상 웬만한 나라의 공군 전투기에 비해 성능의 한계가 커서 공중전에 큰 손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기 경보기가 없으면 임무상 항모가 아니라 그냥 상륙지원세력에 불과한 것이죠. 여기에 탑재되는 항공기 역시 전면적인 제공 전력이라기 보다는 단순 공격기로 밖에 사용이 안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까 미국처럼 제대로 핵추진 항모에 전용 전단, 핵추진 공격원잠이 없다면 임무상 상륙지원세력에 국한되며 작전 반경에도 상당히 제약이 많은 체계가 되고 맙니다.
더불어 제대로 항모를 굴리는 나라, 혹은 굴리려는 나라는 대체로 핵무기가 보장된 나라들입니다.
핵무기가 있기 때문에 그런 공격 전력을 전세계를 보고 가동하여도 여러 군사적, 정치적, 외교적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에게 항모는 어떤 존재일까요?
미국처럼 대형 항모가 아니라도 항모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는데 핵도 없고, 항모에 실을 항공기도 없는데 항모만 있으면 된다는 논리에 저는 반대합니다.
우리가 다른 나라와 적대적인 이유로 전쟁을 해야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것이 적어도 중국과 러시아, 혹은 일본 이상은 아닐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아프리카의 어떤 나라, 남미의 어떤 나라, 혹은 유럽, 가깝게 동남아의 어떤 나라와 단독으로 전쟁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봅니다.
혹시나 모를 이런 전쟁을 위해 우리에게 항모가 필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항모를 갖자고 하는 것은 둘 중 하나입니다.
미국과의 동맹을 위해 미국의 용병이 되어 주자는 의견이거나,
사실상의 상륙전 전력을 항모로 인식하는 것 둘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시대가 변해도 미국식 항모 전단을 동경하며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시대가 변하면서 항모의 간소화, 혹은 소형화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즉, 유인항공기가 아닌 무인항공기를 주로 탑재해 항모 자체로 독립된 전투 체계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죠.
이런 체계가 정식 무기화되기 위해 수 십 년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반 세기 정도는 항모라고 하면 미국식 항모와 전단을 말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핵무장을 못한 우리나라, 제대로된 전단 구성이 안 되는 우리나라에서 항모는 과연 무슨 소용인지 다시금 묻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