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러우전을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평가를 소개하는 글이 있어 댓글을 달다가 날려먹고 새로 글을 팝니다.
러우전은 여러모로 기존 전쟁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저는 이 중 하나가 디지털 테크니컬이라고 봅니다. 실제로 디지털 테크니컬이란 개념이 있는지는 모르겠고 제가 즉석에서 만든 조어입니다만 이 디지털 테크니컬의 맹아는 아랍의 봄 당시 무슬림 반군으로 보입니다.
이 당시 무슬림 반군은 서유럽에 정착한 무슬람도 참여했고 이들은 아이패드를 이용해 박격포 사격지휘를 하거나 스맛폰으로 전장 상황을 전하는 등 댄디한 모습을 연출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런 선전은 나중에 isis나 각종 무장단체들이 이용하지요.
이런 디지털 테크니컬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운 게 드론과 포격에 이용한 우크라이나군이라고 봅니다. 러시아와의 전력 열세를 메꾸기 위해 우크라이나는 민간 디지털기기 이용에 적극적이었고 저는 이것이 도요타 트럭에 중기관총이나 로켓포를 얹은 테크니컬이 연상되더군요.
그리고 이런 디지털 테크니컬은 상당히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걸 두고 혹자는 네트워크전의 시대가 왔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과연 네트워크전의 시대가 왔느냐에 대해서 저는 조금 회의적입니다. 러시아군의 졸전을 보면서 지금까지 미국이 수행했던 전쟁이 일반적인 게 아니라 미국이라서 가능했던 것이었다고 평가하는 것처럼 네트워크전도 미국이니까 미국에서나 미국에 의해 가능한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럼 우크라이나가 지금 수행하고 있는 네트워크전은 무엇이냐고 반문할 지 모릅니다.
우크라이나의 디지털 테크니컬이 가능했던 이유는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이라는 주요인과 러시아의 삽질이라는 보조 요인 덕에 가능했다고 보여요.
러시아는 전면전이 아니라 특별군사작전이라는 미명하에 어중간하게 전쟁을 개시했었죠. 전면전이라면 전쟁 수행에 기여할 적국의 인프라를 파괴하고 시작하는 게 상식입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그것을 하지 않았는지 혹은 실패했는지 우크라이나의 민간 통신망이 살아 있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전장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스마트폰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예전에 러시아군 혹은 친러민병대가 전사한 우크라이나군 전화로 그의 가족에게 그의 사망을 알리는 동영상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 때 저는 전장에서 민간 무선통신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상당히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그것은 저강도 분쟁이었으니 가능했다고 봅니다. 국가의 명운을 건 전면전 상황에서 그게 가능하다는 것에서 이는 러시아에게는 패착이며 네트워크전이 가능하게 하는 보조적인 요인이라고 봅니다.
물론 러시아도 이것을 파괴하려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했겠지요. 미국이 우크라이나군에게 스타링크로 인터넷 접속을 지원해주었다는 사실을 봐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음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자국의 군사망도 아니고 민간의 스타링크로 이런 러시아의 노력을 무위로 돌렸습니다.
그런 면에서 디지털 테크니컬의 운용 자체는 우크라이나군의 창의와 노력이며 평가할만 하지만 결국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물적 기반, 네트워크는 미국이어야 미국이니까 가능했다고 보입니다.
요즘 군에서는 군용무전기가 안되면 휴대전화나 카톡으로 통신한다는 말이 가끔 들립니다. 사실 이건 군의 보수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보입니다.
이 보수성은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합니다. 먹통인 무전기를 쥐어주고 모르쇠 하는 게 단점입니다. 하지만 군용으로 인가되지 않은 사제장비 사용은 보급이나 전장 상황에 따라 사용에 문제가 됩니다. 단적으로 북한 가서도 카톡할 거냐 이거죠.
만약 군부대 진격을 따라 이동기지국이 뒤따른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리고 이걸 우크라이나에서 가능하게 만든 게 미국이 아닐까 싶어요.
물론 언급하진 않았지만 디지털 테크니컬의 전과를 극대화시켜주는 맵핵을 제공해주는 것도 또 다른 핵심 중 하나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