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저 영상을 대충봤었을땐 날개끼리 부딪친것이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좀 자세히 들여다보고 상황을 생각해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전체적인 윤곽은 보입니다만 고장문제가 있었는지 조종실수인지 둘모두 겹쳤는지 판단하는건 쉽지 않아보입니다. 일단 확실하게 말할수 있는 부분만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 날개끼리 충돌되어서 오른쪽기체가 Wing Clipped(날개길이가 짧아진) 되었느냐
애초 초기의견은 이러한 상황을 머리속에 그렸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건 아닌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이륙직전의 두 기체의 속도와 거리를 눈대중으로 봤을때 이륙했더라도 서로 충돌할 수 있을만큼 감가속이 된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충돌했다면 충돌부스러기들이 보여야 하는데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 이륙직후 오른쪽기체의 이상한 고도상승
사실 이게 저 사고를 판단할수 있는 첫번째 핵심적인 키입니다.
- 조종사의 의도
우선 두 전투기 한쪽이 약간앞에 다른한쪽이 약간뒤에서 평행하게 이륙한뒤 왼쪽으로 선회하는 기동을 하려 했습니다.
사실 이륙직전엔 이러한 두 전투기의 간격과 위치는 문제가 안됩니다. 하지만 이륙이후 두 기체가 나란히 선회를 할때는 두 전투기의 저러한 간격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후류에 의한 소위 Wake Turbulence(항적난기류)가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륙이후 왼쪽으로 나란히 선회하려고 할때 오른쪽 기체는 왼쪽기체가 만들어놓은 항적난기류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따라서 그 안에 들어가지 않으려면 왼쪽전투기와 똑같이 선회하는 것이 아닌 좀더 고도를 높이면서 선회해야 합니다.
영상을 자세히 보시면 먼저 이륙한 경비행기가 전방에서 비행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전방의 비행기의 날개에서 발생한 Wingtip Vortex(날개끝와류)때문입니다. 후방에서 봤을때 오른쪽 날개에선 반시계방향, 왼쪽날개에선 시계방향으로 나란히 소용돌이가 발생합니다.
만약 프로펠러 경비행기처럼 가벼운 기체가 그안에 들어가면 의도치 않은 Roll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특히나 완전히 속도가 붙지 않은 상황에서라면 더더욱. 그래서 위에 영상처럼 뱅크각이 커지면서 그대로 추락한거죠. 수호이25의 추락상황과 비교했을대 비슷해 보이지 않나요?
하지만 수호이25의 경우는 좀더 이야기를 덧붙여야 합니다. 전투기의 경우는 어느정도 무게가 있기 때문에 거의 실속상황으로 가지 않는 이상 영상처럼 뒤집히는 현상까지는 쉽게 가지 않을것입니다. 단 그래도 이륙시이기도 해서 비행을 불안정하게 만들수는 있기 때문에 항적난기류를 피하기 위해 선회하는 방향에 비행기가 있다면 좀더 고도를 높이고 선회를 해야 합니다.
- 눈에 보인 전투기 상황
그러면 왼쪽선회와 약간의 상승을 동시에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우선 선회를 하려면 속도를 높여야 합니다. 수평비행시 양력의 일부를 수평방향의 이동쪽으로 분산시켰기 때문에. 그래서 추락영상을 자세히 보시면 왼쪽분사구쪽으로 after burner 불꽃이 보이는걸 알수 있습니다. 근데 왜 하필이면 양쪽 모두 출력을 올리지 않고 왼쪽만 처음에 사용했을까요? 참고로 수호이25는 양쪽 엔진을 각기 따로 제어할 수 있습니다.
조종계통에 문제가 생겼을수도 있고 엔진이 원하는대로 작동하지 않았을수는 있지만 적어도 엔진이 죽어버린건 아닙니다. 자세히 보시면 왼쪽으로 선회하는 과정에서 잠깐이긴 하지만 다시 오른쪽 after burner의 불꽃이 살짝보입니다.
원래 고도상승까지 고려한 조종메뉴얼이 그러하다면 정확한 타이밍과 조종미스로 출력조절에 실패했거나 아니면 실수로 번갈아가면서 after burner를 잘못작동시컨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 종말
문제는 조종사가 전방의 전투기를 따라가려고 너무 곡률반경을 작게잡고 선회를 하려했다는 것입니다. 이게 두번째 핵심키이자 실질적인 추락원인입니다. 이렇게 되면 실속에 빠지게 됩니다. 전문용어로는 Accelerated Stall(가속실속). 선회를 위해선 속도를 높여야 합니다 안그럼 충분한 양력을 못받게되어 실속이 됩니다. 그 상황에서 역시나 언급한것처럼 고도를 높이지 않고 전방 전투기의 항적난기류 안에 그것도 충분한 양력을 얻지 못한상태로 들어갔기 때문에 뱅크각을 조절하기도 힘든 상태가 된거죠. 그래서 그대로 고꾸라진것입니다.
결론 :
1. 날개끼리 부딪친것은 아니다
2. 추락한 전투기가 항적난기류를 고려한 상승좌선회를 시도하려 했지만 고도만 상승하고 선회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3. 2를만회하려고 충분히 속도를 올리지 못한 상황에서 급하게 선회를 하다가 실속상태에 빠져들었고 원래 피하려했던 항적난기류 안으로 들어가면서 겉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통제능력을 상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