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F-15는 마하 0.9, 고도 3만피트(약 10km)에서 4G 정도로 기동을 하니까. 조종사가 계기를 읽기 어려울 정도로 심한 진동(버핏, Buffet)을 겪었음. 처음에는 뭐가 문제인지 몰라서 꼬리날개쪽을 의심했으나 비행기 여기저기 덕지덕지 붙여 놓은 센서들(중에서도 스트레인게이지 센서, 그러니까 구조물 변화량 측정센서)를 통해 날개 바깥쪽이 저 상황에서 심하게 덜덜 떨리는걸 발견함.
처음 나온 대안들은 여러가지였음. 스트레이크 추가하는것, 날개 앞뒤를 가로지르는 펜스를 세우는거(Wing fece라고 하는 구조물. 궁금하면 Mig-15 이미지 검색해보면 바로 알 수 있음). 그런데 한 엔지니어가 날개 끝이 덜덜 떨리는거면 날개 끝을 잘라내면 되는거 아니냐고 아이디어를 냄.
처음에 이 대안은 그리 좋은 방안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음. 당시 매겨진 점수상으로는 윙펜스+스트레이크가 가장 좋은 대안으로 여겨짐.
그런데.....
진동 해결과 별개로 계속 비행시험을 해보니 이번엔 마하 1.02, 고도 2만 피트(대충 6km 상공)에서 날개가 위로 꺾이는 방향으로 무리한 힘이 가해지는 것을 발견함(원래 날개에서 양력이 생기니까 날개를 위로 들어 올리는 힘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게 개발진 예상을 넘어선것).
결국 윙펜스+스트레이크 추가는 중량 및 항력증가를 유발하는 반면, 날개 끝 잘라내기는 버핏 문제를 제거하는 한편 날개가 위로 들리는 힘이 무리하게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음. 그래서 양산기체는 저렇게 날개 뒷부분이 잘려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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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F-15 프로토타입은 비행중 꼬리날개에서 이상진동을 발견함. 이건 플러터 현상이란건데 날개가 펄럭거리듯 움직이는 현상임.
원인은 F-15의 독특한 꼬리구조 탓인데, F-15는 얼핏보면 잘 안느껴지지만 사실 엔진 좌우로 뻗어 있는 가는 막대형 구조물에 수직/수평꼬리날개가 붙어있는 꼴임. 그런데 1960년대의 구닥다리 컴퓨터로는 이 부분의 진동특성을 완벽히 예측할 수 없었고, 이 구조물의 강성이 충분치 못함 + 수직/수평꼬리날개의 진동특성이 맞물려서 원하지 않는 플러터가 생겼던 것.
일단 나온 해결 방안은 수평꼬리날개에 무게추를 추가해서 꼬리날개의 진동특성 자체를 바꾸는거였는데 이건 결국 무게를 늘리는 것이어서 일종의 임시방편이었음.
대신 양산기체는 수평꼬리날개 앞쪽 일부를 잘라내어서 톱날모양으로 만들었는데, 덕분에 공기역학적+진동특성이 달라져서 진동문제가 없어지면서도 도리어 무게는 덜어내서 더 좋은 설계대안이 되었음.
보잉이 T-7A 에서 삽질했다고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은 한국도 보잉 못지 않은 삽질이 예약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보잉이 비용/시간 아끼려고 풍동실험 안 하고 컴퓨터 해석(&시뮬레이션)만으로 설계했다가 통상적인 소프트웨어 수정으로 해결 안 되는 수준의 윙락 발생한다는데..
KF-21 도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풍동실험 경험 and/or 시설의 부족 탓에 충분한 실험을 하지 못 했을 수도 있죠. 시뮬레이션한 것과 실제 비행데이타가 어긋나기 시작하면 고생문 열리게 되는 것임.
F-22, F-35 의 형상을 많이 참고했기 때문에 미국애들이 이미 한 삽질은 반영시킨 셈이라서 아주 골치아플 일은 없을거라고 기대할 수밖에요.
시험비행 결과가 좋든 나쁘든 가장 중요한 것은 시뮬레이션과 얼마나 일치하느냐임.
초도비행 착륙할 때 착지할 곳에 물 뿌려둬서 윙 팁 볼텍스를 실제로 관찰할 수 있게 한 것도 시뮬레이션대로 공기 흐름이 발생하는가 확인한 것.